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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없이 협진없다…당뇨병학회와 공감대 이룰 것"

발행날짜: 2023-05-23 05:30:00

[학회초대석] 정성진 신장학회 진료지침위원장
"예후 개선 공동 목표…토론회·공동 심포지엄 구상"

알부민뇨와 사구체여과율을 기준으로 초기 경증을 제외한 대다수의 환자를 협진 대상자로 본 신장학회의 당뇨병콩팥병 진료지침 제정을 두고 신장학회가 정공법을 택했다.

늘어나는 당뇨병콩팥병에 대한 대응 및 환자의 예후 개선이 최종 목표인만큼 당뇨병, 내과 전문가들의 협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공감대 형성 작업에 매진하겠다는 것.

이달 개최된 당뇨병학회 학술대회장을 찾은 신장학회 임원진은 당뇨병콩팥병 진료지침 제정의 당위성을 설파하는 한편 내달 심포지엄을 열어 취지에 대해 재차 설명한다는 계획이다.

이어 당뇨병학회와의 공동 심포지엄 개최나 진료지침에 대한 각 학회의 의견을 들어보는 토론회 개최 등 다양한 의견 교류의 장을 만들어 무엇이 환자를 위한 최적의 방안인지 공론화하겠다는 것이 신장학회의 '큰 그림'.

정성진 신장학회 진료지침위원장(여의도성모병원 신장내과 교수)에게 원활한 협진의뢰를 가능하게 할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지난달 말 신장학회는 국제학술대회 KSN 2023를 개최하고 당뇨병콩팥병 진료지침을 공개했다. 지침의 골자는 당뇨병 유병률이 만성콩팥병 발병에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만큼 사구체여과율 및 알부민뇨에서 이상 조짐이 보이는 경우 신장전문의의 개입이 필요한 협진 환자군을 대폭 늘렸다는 점이다.

학회가 설정한 협진의뢰 대상자는 전체 18개 카테고리 중 경증을 제외한 16개에 달한다. 당뇨병콩팥병은 태생적으로 당뇨병과 콩팥병이라는 2개 과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타과의 협력 없이는 원활한 협진이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지침에 대한 당뇨병학회의 지지승인(endorsement)이 없었다는 점에서 어떻게 협력을 이끌어 낼 것인지에 대한 과제가 남았다는 뜻. 지침 제정 당일 현장에 있던 당뇨병학회 인사들의 즉각적인 반발이 터져나왔다는 점도 부담감으로 작용하긴 마찬가지다. 이달 신장학회가 당뇨병학회 학술대회장을 찾은 것도 그런 부담감의 발로로 읽힌다.

정성진 위원장은 "11일에 광주에서 열린 당뇨병학회 학술대회에 참가했다"며 "저번 달 발표한 신장학회의 신규 진료지침 제정의 이유와 취지, 내용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고 말했다.

그는 "지침을 처음 발표했던 자리는 신장학회 국제학술대회 장소였지만 이번엔 당뇨병학회 학술대회 장소였기 때문에 반응은 사뭇 달랐다"며 "역시 사전 협조없이 진료지침이 제정된 것에 대한 성토 비슷한 반응이 많았다"고 밝혔다.

정성진 신장학회 진료지침위원장(여의도성모병원 신장내과 교수)

그는 "이번 지침은 어떻게 하면 당뇨병콩팥병 환자의 예후를 더욱 좋게하고 환자 진료를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서 시작됐기 때문에 신장학회가 협진을 늘리자고 하는 아젠다를 먼저 던진 것"이라며 "따라서 추후 각자의 견해에서 입장차를 좁혀나가는 작업을 하게된다"고 강조했다.

당뇨병학회도 자체적인 당뇨병콩팥병 관련 지침을 가지고 있다. 당뇨병학회의 지침 제정 당시에도 신장학회의 협조를 구하는 과정이 없는 등 그간의 지침 제정은 각 학회의 독자적인 성격이 강했다는 것. 각자 지침을 제정했던 전례에 비춰보면 당뇨병학회의 최근 반발은 당혹스럽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신장학회 입장에서 당뇨병학회의 협진 의뢰 기준은 '클래식'하기 때문에 협진 시기를 앞당기기 위한 논의의 '트리거'가 이번 신규 진료지침이 될 수 있다는 것. 국제 가이드라인 성격을 지닌 KDIGO 합의문이 환자 전원 대상을 대폭 늘린 것을 볼 때 신장학회의 지침은 국제적인 변화를 선제적으로 반영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정성진 위원장은 "각 학회는 회원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협진과 관련해 입장이 다른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며 "중요한 건 그런 학회의 입장 차, 이견을 어떤 방식으로 좁히고 타협해 나갈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입장이 달라도 환자의 예후 개선이라는 큰 틀에서의 공감대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협진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 당뇨병학회와 주기적인 만남을 갖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미 2월 당뇨병학회와 미팅을 가졌고, 4월 진료지침 발표 현장에도 당뇨병학회 인사를 모셨고, 5월엔 본인이 당뇨병학회 학술대회장을 찾아 취지를 설명해 독단적으로 지침을 만들었다는 설명은 맞지 않다"며 "학회 이사장 역시 현장을 찾아 신장학회의 생각을 전달했는데 이런 과정은 단발성이 아닌, 최소 몇 개월 내지 몇 년에 걸쳐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궁극적으로는 환자의 예후 개선에 동의하는 만큼 지침을 둘러싼 잡음은 최적의 진료를 도출하기 위한 진통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

정 위원장은 "당뇨병학회나 내분비내과 회원들이 큰소리도 내고 다소 언짢은 고성이 오가더라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환자 예후 개선이라는 공통적인 목표가 있으니까 이런 부분을 감수하면 의견 차이를 좁힐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방안으로 당뇨병학회와 서로 의견을 교환할 토론의 장이나 공동 심포지엄 개최를 구상하고 있다"며 "토론회의 경우 전체 공개식으로 할지 아니면 지침 개발 관련 인사들만 모여서 의견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할 지는 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실제로 본원 기준으로 당뇨병콩팥병 환자의 협진이 굉장히 신속하게 이뤄지고 있고 초기 조속한 협진이 이뤄졌을 때의 효과를 체감했다"며 "이런 부분을 다른 병원이 시행하는 데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판단되고 최근 외국의 연구 논문 방향도 초기 적극적인 협진 의뢰의 긍정적인 부분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한편 내달로 예정된 진료지침 관련 심포지엄은 새 지침에 대한 인식 확산용으로 기획됐다.

이어 "내달 10일 진료지침 관련 심포지엄을 개최한다"며 "아직 신규 지침에 대해 모르는 회원들이 많아 신장학회 회원들에 대한 정보 전달 위주로 기획한 만큼 당뇨병학회가 참석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당뇨병콩팥병과 말기콩팥병 현황부터 신장전문의 협진 시기, 혈당감시 조절 목표 등에 대해 각 지침 항목을 만든 전문가들이 나와 내용을 소개한다"며 "진료지침을 알리는 단계이기 때문에 회원들의 인식도가 올라가고 타과와의 지속적인 논의로 협력이 가시화되면 협진의뢰가 서서히 늘어나는 등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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