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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공단 협상단도 난감했던 밴딩…수가협상 막전막후

발행날짜: 2022-06-02 05:30:00 업데이트: 2022-06-02 11:37:07

이상일 공단 수가협상단장 설득 끝에 재정 1조원 벽 넘었지만 결과 씁쓸
투입재정 45% 병원 몫…인상률 1위 약국, 재정 1% 규모 치과에 역전

"(과거와) 양상이 아주 다른 협상이었다."

대한치과의사협회 마경화 수가협상단장은 1일 오전 8시가 넘은 시각, 건강보험공단과 협상 체결을 하고 나오면서 이같이 말했다.

요양기관의 한 해 살림살이를 결정짓는 수가협상에서 건강보험료를 내야 하는 가입자와, 수가를 확대해야 한다는 공급자(요양기관)의 시각차는 늘 극명하다.

재정운영위원회 소위원회는 수가협상 마지막 날인 지난달 31일 저녁 7시부터 3시간 가까운 논의 끝에 1차 밴딩을 설정했다.

■수가협상 마지막 날 설정된 밴딩

올해 수가협상은 시작부터 예년과 달랐다. 수가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추가 투입 재정(밴딩, banding)의 얼개가 수가협상 마지막 날인 지난달 31일 밤 10시가 다 돼서야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달 11일부터 건강보험공단과 공급자 단체 수가협상단의 협상은 본격 시작됐지만 구체적인 수치 싸움은 마지막 날 자정에 가까운 시간부터 이뤄질 수 있었다.

건보공단은 의원, 병원을 비롯해 한방, 치과, 약국, 조산원 등 6개 유형과 지난달 31일 밤 10시부터 대한의사협회를 시작으로 본격 협상에 돌입했다. 그렇게 시작된 수가협상은 1일 오전 9시 대한의사협회의 '협상 결렬' 선언으로 마무리됐다.

약 11시간 중 공급자 단체와 건보공단 협상단이 마주 앉아 수치에 대해 이야기를 한 시간은 약 5시간에 불과했다. 나머지 시간은 밴딩의 확장성을 논의하는 재정소위, 보수적인 재정소위 설득을 위한 전략을 짜는 건보공단 협상단의 자체적인 회의 시간이었다.

협상 마지막 날이 돼서야 공개된 1차 밴딩은 공급자에게 참담함을 안겨줬다. 지난해 수가협상에서 1차로 제시됐던 밴딩 규모보다 더 작은 7000억원대 수준이었기 때문. 건보공단 협상단을 통해 수치를 통보 받은 공급자는 간극이 너무 크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 밤 깊은 시간이었던 터라 밴딩을 확장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도 충분하지 않았다.

건보공단 수가협상단

상황이 이렇자 건보공단 협상단이 나설 수밖에 없었다. 초기 설정된 밴딩은 협상을 할 수 없을 정도라며 가입자 단체를 향해 밴딩 확대를 요구했고, 1일 아침이 돼서야 밴딩이 1조원을 넘어섰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건보공단 수가협상단장인 이상일 급여상임이사는 "처음 밴딩은 협상을 하기에 비현실적인 수치였다"라며 "우선 코로나 손실보상과 예방접종비용에 관한 것은 수가협상 과정에 포함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가입자를 설득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추가 재정 1조원이라는 수치는 가입자 입장에서는 심리적인 한계치였다"라며 "설득을 해서 받아낸 밴딩이 그 정도였다"라고 중간자로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건보공단 협상단의 적극적인 노력 때문인지 결론적으로 인상률은 지난해보다 낮아졌지만 밴딩 규모는 어찌 됐든 가입자 심리적 장벽인 1조원을 넘어서며 다시 한번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단순히 숫자만 놓고 보면 밴딩은 지난해보다 182억원이 더 늘어난 1조848억원이다. 초기에 설정된 밴딩 보다 약 3000억원 더 증가한 셈이다.

1조원이 넘는 비용이 투입되지만 공급자 단체는 모두 웃을 수 없는 상황. 그도 그럴 것이 건보공단 협상단이 계산해 본 결과 공급자 단체에서 요구하는 인상률을 반영하면 3조9000억원에 달하는 재정이 필요했다.

■건보공단의 선택, 의원보다 병원? 점유율 45% 차지

희비는 늘 그렇듯 재정에서 70% 이상을 차지하는 병원과 의원에서 갈렸다. 건보공단은 두 유형 모두 재정에서 차지하는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둘 다 안고 갈 수 없다면 한 쪽의 손만이라도 잡는 방식을 택해왔다.

지난해 협상에서 건보공단은 의원의 손을 잡았다. 당시 의협은 이제 막 새 집행부가 출범했고 코로나 예방접종사업 등의 원활한 시행을 위해 동네의원의 정책적 참여가 강하게 필요했기 때문이다.

2023년도 유형별 인상률 및 추가 소요재정

올해의 선택은 달랐다. 건보공단은 병원의 손을 잡았다. 올해는 병협이 수장 변화를 겪으며 내부 환경이 바뀌었다. 여기에다 기본적으로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에서 병원의 역할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 결과 병원은 밴딩의 절반에 가까운 4949억원(45.6%)을 가지고 갔다. 의원은 2951억원을 갖고 가며 27.2%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이 두 유형을 모두 더하면 77.2%다. 지난해 수가협상 이후 의원 점유율이 36.8%로 결렬을 택했던 병원의 점유율 37.6%와 비등비등했던 것과는 달리 올해 협상에서 두 유형의 격차는 더 커졌다.

실제로 인상률 1%당 병원에 들어가는 재정은 3093억원 수준인데 의원은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1405억원에 그쳤다.

약국은 6개 유형 중 협상 결렬이 유력한 유형의 인상률을 약국으로 끌어 오기 위해 마지막까지 버티기를 하면서 가장 많은 협상 횟수를 기록하며 인상률도 가장 높게 받았다.

단순히 인상률만 놓고 봤을 때 대한약사회는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은 듯 보이지만 약국 유형에서 재정 1% 규모는 331억원 수준으로 치과 유형(380억원)에 역전당했다. 이미 약국과 치과의 1% 재정 역전 현상은 지난해 나타났는데, 올해는 그 격차가 오히려 더 커졌다.

■부대의견 등장 "추가 재정, 국고지원 확대로 마련해야"

재정운영위원회는 1일 오전 8시 3차 회의가 예정돼 있었지만 수가협상이 미뤄지며 9시가 넘어서야 회의를 시작할 수 있었다.

밴딩 설정부터 까다롭던 재정운영위원회는 1일 오전 9시 넘어서 열린 회의도 2시간 넘도록 이어졌다. 통상 수가협상 결과를 보고받고 이견이 없으면 30분내외로 회의는 끝이 났는데 이번은 달랐다.

회의에서는 협상 결과도 결과지만 수가협상 제도의 미래에 대한 '부대의견'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뤘다.

하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건보공단이 최종 제시한 인상률인 의원 2.1%, 한방 3%를 초과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내년 수가인상에 투입할 재정은 건강보험 국고지원 확대를 통해 마련해야 한다는 부분이다. 안정적 국고지원 확보를 위해 올해 말로 규정된 일몰조항을 삭제하고 현행 비율인 100분의14 이상으로 규정을 명확히 하는 법 개정을 촉구했다.

내년 5월에 있을 수가협상에 대비해 올해 11월까지 개편방안을 재정운영위원회에 보고하도록 하고, 재정위는 내년 1월까지 구체적인 내용을 복지부에 건의해야 한다.

건보공단은 재정운영위원회가 심의·의결한 2023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 결과를 2일 열리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건정심에서는 이번 협상에서 결렬된 의원 및 한방 유형의 환산지수를 이달 중 의결하고 이후 복지부 장관이 고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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