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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칼럼]전공의 파업 1년, 어떻게 볼 것인가?

박종훈
발행날짜: 2021-06-28 05:45:50

박종훈 고려대 안암병원장

박종훈 고려대 안암병원장
2020년 8월 초부터 9월 초까지 대한의사협회는 '독단적인 의료 4대악 철폐를 위한 대정부 요구사항'을 기치로 전 의료인들이 동참하는 파업 사태를 촉구한 바 있다. 실질적인 파업의 주축은 의대생과 전공의였으며 막강한 파급 효과는 전공의 파업에서 비롯됐다.

대학병원은 파업 전후로 약 3주 정도 엄청난 진료 공백이 생겼으며 이로 인해 암환자 수술, 응급외상환자 수술 등에서 불가피하게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었다. 엄청난 일이 벌어졌었음에도 불구하고 파업이 종료된 후 파업 사태를 야기한 근본적인 원인 분석 그리고 후속 조치가 일체 없었다는 것도 참 아이러니 한 일이라 하겠다. 마치 폭풍우와 비바람이 몰아친 뒤 맑은 날씨에 방금 전 날씨가 기억이 안 나는 것처럼 그랬다.

전공의 파업의 주요 이슈는 정부의 공공의대 설립과 의대 정원 증원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이슈는 어떻게 되었을까? 영원히 덮인 것일까? 아니면 잠시 묻어둔 것일까? 공공의대 설립은 무엇이 문제고 의대 정원 증설은 왜 반대해야 하는 것일까? 아무런 결론도 없다. 그냥 논의하지 않기로만 한 것이다.

이런 결과 치고는 파업의 대가는 심각하다. 우선 의대생들의 경우 졸업반은 그야말로 우여곡절 끝에 2021년에 무사히 의사가 될 수 있었다. 전공의들이 병원 복귀를 하면서 낙동강 오리알처럼 방치된 결과다. 병원의 타격도 매우 심각했다. 경제적인 손실만 해도 엄청났다. 그러나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그냥 마치 그런 일이 있었나? 하는 정도로 지나갔다. 국민도 의료계도 정부도 그냥 아무렇지 않은가보다.

대한민국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의사 수는 적정한가? 아니면 부족하거나 과할까? 의사단체의 의대 정원 증원 반대 주장을 본다면 부족하지 않다는 것인데, 실상 병원 계는 의사 인력이 부족해서 아우성이다. 지방은 더욱더 심각하다. 일각에서는 충분한 보상을 하면 병원계가 필요로 하는 의사 인력 구할 수 있다고 하지만 저 수가 하에서 운영하는 병원의 실상은 쉽지 않은 일이다.

보상의 문제가 아니라도 그렇다. 누구 말이 옳을까? 이 문제를 고민하기에 앞 서 우선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우리 의료 시스템이 적정한가의 문제일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의료 시스템은 적절하다는 전제 아래 인력의 적절성 여부를 따져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본다면 단연코 한 마디로 엉망이다. 다들 알다시피 대한민국은 OECD 평균의 두 배가 훨씬 넘는 병상수와 재원 기간을 갖고 있다. 만일 OECD 평균과 비슷한 병상 수와 재원 기간을 유지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현재의 의사 수가 적절할 수 있을 것이다.

당장 대형병원의 병상 수가 절반씩 줄어든다고 생각해보자. 그렇다면 현재의 의사, 간호사 인력이면 문제없이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이론적으로는 그런데 실제는 OECD 평균의 두 배의 병상수를 유지해야 하니, 게다가 전공의 근무 시간은 느닷없이 주 72시간으로 기존의 근무시간 대비 반 토막이 났으니 의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은 당연한 것이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다. 아이가 용돈이 부족하다고 하소연하면 용돈을 적절하게 쓰는지부터 살피는 것이 상식일 것이다. 아이가 돈을 함부로 쓰고 있다고 하면 교육을 시킬 문제지 씀씀이에 맞춰서 용돈을 주지는 않지 않는가? 있기나 한 것인지 싶은 무용지물의 의료 전달체계(?) 덕분에 수도권 집중과 과도한 재원 기간 등을 안고 있는 대형병원 이용률이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이 상황에 맞춰서 의료 인력의 수급을 논의하고 있으니 이게 상식적이냐 이 말이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이 될 것이다.

한편 잘못된 정책에 대한 대응책으로 의료기관을 마비시키는 방식, 그것도 전공의 파업에 의존하는 이러한 방식은 그야말로 최후의 최후에 선택해야 하는 것 아닐까? 배움의 과정에 있는 전공의들과 학생들의 희생을 담보로 하는 투쟁 방식, 과연 올바른 방식일까? '그래도 의사는 환자 곁을 지켜야지'라고 주장하는 꼰대 같은 주장을 하는 원로 의사도 없다. 아니 원로들도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나서 파업 투쟁에 동참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했다.

물론 당시에도 필수 분야는 잔류했었고 전공의들 또한 많은 고민이 있었다. 그러나 너무도 쉽게 전공의 파업이 결정되고 독려되었다는 것이다. 누구에 의해? 선배들에 의해. 왜 교육 과정의 후배들에게 이 모든 짐을 지우는가? 정말 중요한 일이라면 선배들이 나서야 할 일 아니던가? 개원가가 파업하면 파급 효과가 적다고? 그러니 파급 효과가 강한 전공의들이 나설 수밖에 없다고? 석연치 않다.

국민들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국시를 봐야하는 졸업반 학생들에 대한 국민들의 의견을 보면 알 수 있다. 엄청난 혼란과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치뤘던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향후에는 어찌할지에 대한 담론이 없다. 그저 또 그렇게 지나갔다. 대한민국 의료는 정상인가? 여기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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