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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좋으면 다 좋다" 보건소장으로 인생 2막

발행날짜: 2017-01-19 05:00:58

강청희 기흥보건소장 "의사들이 가야할 길은 많고, 넓다"

"모두를 사랑하되, 몇 사람만 믿으라. 누구에게도 잘못을 저지르지 말라."

셰익스피어의 희극 '끝이 좋으면 다 좋다(All's Well That Ends Well)'를 인용하며 쓸쓸히 퇴장했을 때 그는 알았을까. 인생은 정말, 끝이 좋으면 다 좋다는 것을.

불과 8개월만에 의사협회 부회장에서 비례대표 후보를 거쳐 해임 통보까지 지독한 롤러코스터를 탔던 그가 다시 보건소장의 이름으로 나타났다.

개원의를 거쳐 의협이라는 이익단체의 브레인을 자처했던 그다. 불합리한 의료제도, 규제를 철폐하겠다고 20대 총선 비례대표 후보로 나섰던 그다. 공공기관 수장으로서는 다른 역할과 정체성이 필요할 터.

취임 100일을 맞는 강청희 기흥보건소장을 만나 그간의 굴곡과 '의사 보건소장'으로서의 운영 철학에 대해 들어봤다.

"안녕하세요? 보건소장 강청희입니다"

'보건소장'이라는 옷이 좀 어색하지 않을까 우려했던 것이 잠시. 근황을 묻자 보건소의 기능과 역할에서부터 쌓아놨던 말들이 거침없다.

"지역 보건, 지역 공공의료에서 국가적 감염관리체계, 그리고 공공의료와 민간의료의 역할 정립 등을 의료현장에서 문제점을 분석하고 대안을 찾아 의료계와 지역국민의 건강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공공의료의 최일선에서 현장 경험을 쌓으며, 도시행정을 들여다 보고 배울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얻었다는 게 그의 언급. "공무원이 다 됐다"는 핀잔을 듣고서야 속내를 털어놓는다.

행정업무나 잦은 회의, 엄격한 결재 철차 등 공무원 문화에 익숙해 지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지만 체계적인 질서에는 내심 놀랐다는 것.

협회 임원으로 국회나 복지부를 드나들며 의료계에 필요한 입법을 강조하거나 방송 토론으로 의료악법 저지에 나섰던 과정은 어찌보면 영업 활동과 같았다. 사람들을 만나고 설득하는 지난한 과정, 딱딱한 공무원 생활과는 거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하루 스케쥴은 9시 출근, 6시 퇴근. 야근이나 출장이 잦았던 그로서는 칼퇴근이 매력적일 법도 한데 더 바빠진 것 같다고 엄살이다.

"월요일에는 시정전략회의를 하고 줄곧 보건소 자체 회의도 합니다. 두 군데의 진료소에 나가 점검을 하거나 관내 요양병원 화재 대비 점검과 대비책 마련, 불법 산후조리원 문제 등 찾아서 일하고자 하면 일이 끝이 없는 곳이죠. 일단 결재가 엄청 많아요.(웃음)"

취임 3달이 지나면서 책상에 두꺼운 책들이 놓이기 시작했다. 700 페이지가 넘는 감염병 관리책과 씨름하기를 수 차례. 질병의 관리와 예방이 보건소의 역할이라는 점에서 질병 치료의 전문가인 그도 예방 분야에 새롭게 눈을 뜨고 있다.

강 소장은 "지금은 실제 지역 공공의료의 적용에 있어 주먹구구식 보다는 제대로 된 행정을 하고 싶다"며 "그런 의미에서 감염병 관리 서적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보건소장 강청희로서 보이는 지점들도 있을까.

강 소장은 "그간 민간의료기관과 보건소의 진료 기능 중첩이 항상 갈등의 도화선이 돼 왔다"며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역할 설정이 중요하다는 점을 현장에 와서 실감한다"고 밝혔다.

그는 "의사 보건소장이 중요한 이유는 의사들의 집단 이기주의가 아니라 지역 주민의 건강 증진과 민간의료기관과의 접점 모색에 의사의 전문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며 "보건소장으로서 상생의 길을 찾는데 지속적인 노력을 하겠다"고 역설했다.

이어 "오롯이 의사였을 때는 보이지 않는 지점이 있지만 의료계에서 한 발짝만 떨어져도 보이는 지점들이 있다"며 "의사들이 주장을 하려면 국민 시선 눈높이에 맞춰서 이야기 해야 한다는 점도 최근 깨닫고 있다"고 덧붙였다.

물은 흐르고 꽃은 피어나다

지난해 유독 인생의 굴곡이 심했다. 비례대표 후보 기대주에서 의협에서의 해임 통보까지 천당과 지옥이 훑고 지나갔지만 요즘은 그마저도 웃으며 말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그는 최근 의사를 꿈꾸는 의대생 후배들을 위해 강단에 섰다. 비례대표 국회의원의 도전 과정과 탈락 과정을 "광탈했다"고 웃어 넘겼지만 전공의 처우 및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입법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는 대목에선 박수갈채가 터졌다.

강청희 소장은 강연을 통해 후배들에게 "의사들이 가야할 길은 많고, 넓다"고 강조했다.

의사들이 제약업종으로, 연구직으로, 행정관으로 진출해야만 의사와 환자가 서로 행복할 수 있는 의료제도와 환경을 만드는 초석이 된다는 설명이다.

진료실 밖에도 길이 많다는 독려가 설득력을 갖는 건 그 역시 보건소장으로 새로운 도전을 실천했기 때문.

강청희 소장은 "법적으로 규정된 의사 보건소장의 채용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게 수 년간 문제가 됐다"며 "보건소장에 도전한 이유 중 하나는 문제를 실감해야만 개선책이 나온다는 점도 작용한 결과"라고 말했다.

시도별 의사 출신 보건소장 충원 현황은 극심한 양극화를 보인다.

서울의 경우 지자체 중 유일하게 25개 보건소 모두 의사 출신 보건소장을 채용한 반면 경기도는 44곳 중 14곳만 의사 보건소장이 있다. 이런 문제 인식의 발로가 의사 강청희에겐 보건소장직 도전인 셈.

강청희 소장은 매일 의료계 뉴스를 빠짐없이 챙겨본다. 진료 환경 개선이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최선이라는 생각, 그 일에 자신의 역할을 고민하고 있다.

강 소장은 "환자가 안전한 진료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올해 목표로 무자격자의 진료 행위 단속 강화, 주사기·마약류 관리 강화를 설정했다"며 "정신건강증진사업의 일환으로 산후우울증에 대한 지원 강화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이 실제 작동하는 곳이 보건소인 만큼 최일선에서 제도의 운영과 장단점을 경험할 수 있다"며 "제도를 몸소 체험해 개선점을 제안하는 역할까지가 보건소장의로서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강조했다.

셰익스피어의 희극 '끝이 좋으면 다 좋다'를 인용하던 당시 강 소장은 끝(End)이 있어야만 새로운 시작(And)이 있다는 인생의 소소한 비밀을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가 요즘 읽는다는 책의 제목은 다음과 같다. <물은 흐르고 꽃은 피어나다>. 의사 강청희가 보건소장으로 인생 2막의 꽃을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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