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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개원 전으로 돌아가면? "입지, 바꾸고 싶다"

메디칼타임즈
발행날짜: 2017-01-06 11:29:45

해성산부인과 박혜성 원장의 '따뜻한 의사로 살아남는 법'(5)

해성산부인과 박혜성 원장의 '따뜻한 의사로 살아남는 법'(5)

만약 내가 개원 전으로 돌아간다면 제일 먼저 바꾸고 싶은 것은 '개원장소'다. 다시 개원 기회가 주어진다면 조금 더 큰 도시에서, 아이들의 교육 여건이 나은 환경에서, 병원이 커졌을 때 부동산 가치가 높아지는 곳,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인프라를 함께 만들 수 있는 그런 곳에서 개업을 했을 것이다.

강남이 가까운 곳, 고속도로가 가까운 사통팔달(사방으로 통하고 팔방으로 닿아 있음)에 개업을 했을 것이다. 이미 내 나이가 50이 넘어 병원을 옮기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내가 다시 개원을 한다면 그런 곳에서 개업을 했어도 잘 했을 것 같은 생각도 든다. 물론 반대의 결과로 쪽박을 찼을 가능성도 있겠지만 말이다.

만약 큰 도시에서, 인구가 많은 곳에 개업했더라면 분만 한 가지, 산부인과 한 가지 아이템으로 승부를 했을 건데 인구가 적은 곳에서 개업을 하니까 이것, 저것 다 하게 됐다. 다른 분야를 공부하고 확장하느라 주말을 거의 학회에 가서 살고, 놀거나 쉴 시간도 거의 없었다.

또 나의 자식들은 주위의 친구들이 모두 노는 환경에서, 공부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은 분위기에서 내내 놀면서 학교를 다녔다. 병원 운영도 힘들어 죽을 지경인데, 자식들까지 속을 썩이니까 사는 낙이 없었다. 산부인과 의사는 분만 당직 때문에 병원과 멀리 떨어져서 살지 못하는 데다, 엄마의 역할도 해야 했기에 더더욱 그랬다.

나의 개원 15년은 정말 바빴지만 사실 낙이 별로 없는 나날이었다. 하지만 아들과 딸이 미국으로 유학을 가면서 삶에 조금씩 희망이 보였다. 나를 불행하게 만들고 내가 걱정하던 아이들이 미국에 가서 공부를 열심히 하기 시작했다. 역시 아이들에게는 '환경'이 최고로 중요한 요인이었다. 미국에 보낼 때 아들은 고2, 딸은 중2 였고 공부를 따라잡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들이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은 환경 속에서 자신의 꿈을 찾기 시작했다. 네가 이 글을 쓰게 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 아이들이 의대를 졸업할 때까지 필요한 경제적 지원을 제공하는 일을 희망으로 생각하면서 살고 있다. 하지만 아이들이 지금처럼 공부를 열심히 해 주지 않았다면 시골에 개업한 것을 후회하면서 평생을 살았을 지도 모른다. 시골에 개원하면서 아이들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하지 못했다는 자책을 하면서 후회하면서 살았을 것이다. 늦게라도 자기의 꿈을 찾아준 나의 자식들에게 감사하다.

모든 부모에게 자식은 부모의 삶을 불행에서 희망으로 만들거나 희망에서 불행을 만들어 주는 존재이기도 하고 부모가 일을 열심히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개원 장소는 성공의 80%를 좌우한다는 말까지 들었다. 하지만 그런 말을 들어도 어디에서 개원할 지를 결정하는 것은 나에게 정말로 어려운 일이었다. 모든 의사들도 마찬가지 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원을 위해 가장 중요하게 해결해야 할 것이 개원 장소와 자금. 그 두 가지만 해결되면 나머지는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다.

개원 전 봉직의로 있을 때 월급의 일부를 적금했다. 집안형편이 넉넉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모님 찬스를 활용할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사면초가라고 생각하면서 개원 자금을 만들기 시작했다.

우선 적금을 담보로 은행에서 1억5000만원을 빌렸다. 집을 팔아 전세로 옮기면서 1억원을 만들었다. 여기에 시어머니의 보증으로 1억원을 더 빌렸다. 그렇게 총 3억5000만원으로 개원 했다.

보증금 1억원, 인테리어에 1억원을 들였다. 1억5000만원을 여유로 두고 진료를 시작했다. 396.69㎡(약 120평)의 공간에 외래, 수술실, 입원실, 회복실, 주방, 원무과까지 빡빡하게 설계 했다.

1년 365일 혼자서 당직하고, 봉직의 없이 혼자서 환자를 100명씩 봤다. 개원 20년이 지난 지금도 이틀에 한 번 당직을 하고 있다. 직원은 간호 조무사 7명과 원무과 직원 2명. 집안일까지 하면서 하루도 안 쉬고 일을 한 것 같다. 그러면서 의학 박사도 준비했다.

스트레스가 쌓이는 날이면 직원들과 맥주 한 잔을 하면서 힘든 타향살이를 견뎠다. 외로울 겨를도 없었다. 악착같이 일한 덕분인지, 개원 5년 만에 200평 땅을 샀고, 6년 째 병원을 지어서 옮겼다.

억척같이 살고 있는 환경에서 나와 같은선에 있던 친구, 선배, 후배들의 소식을 접하니 비교를 하게 됐다. 일산에 개원한 선배는 땅 값이 몇 배나 올라서 부동산 재벌이 되었고, 성남에 개원한 산부인과 의사는 개발이 안 됐던 시절 분당의 땅 값이 아주 쌀 때 땅을 사서 부동산 재벌이 됐다. 서울 강남에 개원한 산부인과 의사는 건물을 하나 샀는데 그게 대박이 났단다. 인구가 늘어나는 도시에 개원한 의사는 병원을 늘리고 의사를 늘리고 환자를 계속 늘리는데, 나는 그런 것도 아니었다.

내가 개원한 곳은 땅 값도 안 오르고, 직원도 구하기 힘들고, 그래서 병원도 더 이상 확장하지 못했다. 6년까지가 한계였다. 병원 규모가 커지니까 늘어난 인건비를 벌기 위해서 또다시 많은 환자를 봐야 했다. 환자를 고급화시키지도 못했고, 계속 숫자로 채워야 했다. 그리고는 주말에 다른 학회에서 계속 공부를 해야 했다. 그런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개원 형태나 규모를 조금 더 치밀하게 준비할 수 있었을텐데…

개원하고 나서야 나의 능력이 무엇인지, 그리고 돈의 흐름과 트렌드를 읽는 눈이 생겼다. '만약 개원하기 전에 그런 것들을 알 수 있었다면,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다. '선배나 친척,이나 혹은 주위에 그런 충고를 해 줄 사람이 있었다면 좋았을 것을…' 하는 생각도 든다.

요즘은 내가 개원을 할 때보다도 더 환경이 어려운 것 같다. 개원 할 여력이 없다면 페이닥터 생활을 더 오래 해야 할 것이고, 개원지를 보는 눈이 없다면 개원 전문가에게 컨설트를 자주 해서 시행착오를 줄여야 할 것이다. 개원 비용이 적다면 본인 사정에 맞게 개원을 준비해야 하고, 어느 정도 자본이 되면 앞으로 확장가능성을 생각해서 조금 넓게 준비하는 것도 좋다. 땅을 200평보다 500평을 구입하면 나중에 다른 용도나 확장할 때 훨씬 할 일이 많아진다. 주차장으로 쓰다가 나중에 확장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작게 시작했다가 확장하려고 병원 옆에 있는 땅을 구입하려면 땅 주인이 땅 값을 너무 비싸게 불러서 확장할 수가 없는 경우가 생기거나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아주 비싼 값에 땅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여자의사냐 남자의사냐, 나의 인생관이 돈이냐 폼이냐 여유냐, 자식이나 가족이냐에 따라, 그리고 나의 전공과가 무엇인지, 어느 정도 규모의 개업을 하고 싶은지, 환자군은 어떤 유형인지, 경제적인 사정은 어떤지에 따라서 개원 장소와 형태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개원 자금이 적어서 동업을 하거나 스폰서를 찾는 의사도 꽤 있지만, 나중에 병원이 잘 되거나, 혹은 안 되도 모두 문제가 되는 경우를 많이 봤다.

나는 지금까지도 부동산 개념도 돈의 개념도 없지만, 그렇다고 내가 시골의사로서 후지다는 생각은 해 본적이 없다. 내가 보는 환자도 후지지 않고, 나의 진료 형태도 결코 후지지 않다고 생각한다. 즉, 나의 마음가짐과 만족도 또한 중요하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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