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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와 유럽문명의 완충지, 발칸[23]

양기화
발행날짜: 2016-05-23 05:00:14

크로아티아 속의 작은 이탈리아, 풀라(1)

양기화의 '이야기가 있는 세계여행'
크로아티아 속의 작은 이탈리아, 풀라(1)


#i1#여행 6일째이다. 7시에 숙소를 나섰지만, 버스가 출발하고서 5분쯤 지나 일행 한 분이 겉옷을 방에 두고 왔다고 해서 숙소로 되돌아갔다. 가이드 입장에서는 어제 일도 있었던 터라 그냥 갈 수 없었던 모양이다. 버스기사가 매일 무슨 일이냐고 투덜거린다. 오늘도 30분 정도 시간을 버렸다. 그런데도 일행들이 걱정을 해주고, 찾을 수 있어 다행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 마음씀씀이가 넓은 듯하다. 버스가 풀라 항구의 주차장에 들어설 무렵 아침 해가 떠오르면서 도시도 눈을 뜬다.

이곳을 방문한 적이 있었던 단테는 '신곡'에서 '물결치는 해류로 이탈리아를 가로막는 쿠아르나로 바다 근처의 폴라에 무덤들이 아수라장을 이루며 전역을 뒤덮었듯이(1)'라면서 풀라를 묘사하였다.

풀라에 관한 이야기를 조금 더 자세하게 해보자. 풀라 인근에 있는 한 동굴에서 1백만년 전에 직립원인(Homo erectus)이 살았다는 증거가 발견되었다. 네안델타르인, 데니소바인, 하이델베르크인 등이 유럽에 살던 직립원인이다.

신석기시대에 사용되던 도자기 등도 발견되었다. 풀라의 언덕 위에서는 청동기의 요새화된 장소에서 거주한 흔적이 있고, 바느질 바늘, 연마나 천공 도구를 비롯하여 청동제 나선형 장식 등이 발견된다. 청동기 무렵 이스트라반도에 거주하던 사람들은 초기 일리리아 사람으로 알려졌다.(2)

그리스 도자기와 아폴로신의 일부가 발견되는 것으로 보아 그리스문명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풀라는 그리스신화 '이아손과 메데이아'에도 등장한다. 테살리아 이올코스의 아이손은 왕위를 찬탈한 숙부 펠리아스로부터 동방의 콜키스로 가서 황금양털을 구해오면 왕위를 넘겨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던 것이다.(3)

이아손은 황금양털을 찾아 흑해연안에 있는 콜키스(Colchis)를 찾아간다. 메데이아는 콜키스의 왕 아이에테스의 딸이고, 이아손을 도와주던 헤라는 마법사 메데이아가 이아손을 사랑하게 만든다. 이아손은 메데이아 덕분에 시험에 통과하고 황금양털을 얻어 메데이아와 함께 콜키스를 탈출한다.

그 과정에서 메데이아는 오빠와 남동생마저도 살해하는 무서운 면모를 보인다. 특히 황금 양털을 되찾으러 추격해오는 아버지를 따돌리기 위하여 유괴한 어린 동생을 살해하고 토막낸 시신을 하나씩 바다에 던져 넣기도 한다. 추격선이 시신을 수습하기 위하여 멈추는 사이에 거리를 벌였다는 것이다.(4)

아드리아해의 북쪽에서 이아손을 놓친 사람들이 눌러앉아 살게 된 곳을 피난처(city of reguge)를 의미하는 폴라이(Polai)라고 불렀다고 한다.

로마가 일리리아를 복속시킨 뒤에 풀라는 이스트라반도의 중심인 풀라는 발전을 거듭하여 로마공화정 말기에는 식민지 가운데 10위에 오를 정도로 전성기를 맞았다. 카이사르 시절에는 인구 3만에 이를 정도였는데, 카이사르가 살해당한 뒤 브루투스 편이던 카시우스(Cassius)를 지원하였고, 옥타비아누스가 브루투스 일당을 진압한 다음에 풀라는 철저하게 파괴되고 말았다.

그 뒤에 옥타비아누스의 딸 루리아(Lilia)의 요청으로 재건되어 콜로니아 피에타스 루리아 폴라 폴렌키아 헤르콜라네아(Colonia Pietas Iulia Pola Pollentia Herculanea)라는 긴 이름으로 불렀다. 기원전 27년으로부터 기원 68년 사이에 지었던 대극장과 풀라경기장 등이 지금까지 남아있는 것이다.

요새화된 도시의 성곽에는 10개의 문이 있었는데, 우리가 돌아본 세르기우스 개선문을 비롯하여 헤르쿨레스문 그리고 쌍둥이문등이 남아있다.

로마제국이 멸망한 다음에는 동고트족의 침략으로 파괴되었다. 493년부터 538년까지 동고트족이 지배한 다음에는 751년까지 비잔틴제국의 일원이던 라벤나의 직할구역에 속했다. 788년부터는 샤를마뉴대제의 프랑크왕국의 지배를 받았다. 1143년 베네치아가 침공한 이래 이스트라반도를 둘러싸고 베네치아, 제노아 그리고 피사가 치열하게 다툼을 벌이다가 1331년 베네치아가 차지하여 1797년까지 지배하게 된다.

1797년 베네치아공화국이 무너진 다음에는 오스트리아와 나폴레옹의 주도권 다툼 끝에 1813년부터 1918년까지 오스트리아제국에 속하게 되었다.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이 멸망한 다음 이스트라반도는 다시 이탈리아 영토가 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3년 무솔리니의 파시스트정권이 무너진 다음에는 독일 나치가 풀라를 점령하여 U-보트기지로 사용하기도 했다. 종전 후에 이스트라반도는 유고슬라비아 차지가 되었고, 이탈리아사람들은 본토로 돌아갔다. 1991년 유고슬라비아연방이 해체되면서 크로아티아의 영토가 되었다.

티토공원, 파시스트테러의 희생자 기림비(좌), 프란카 브란카 안첼이야가 제작한 청동제 풀라모형(우)
차에서 내린 우리는 아침 햇빛에 몸을 감추고 있는 로마경기장을 뒤로 하고 로마의 유적이 남아있는 장소로 걸어갔다. 제일 먼저 티토공원(Titov Park)이 눈길을 끈다. 1940년에 시작하여 1953년 완공된 공원에는 요시프 브로즈 티토(Josip Broz Tito) 제2차 세계대전기간 중에 크로아티아 독립운동을 주도했던 전 유고연방의 대통령을 비롯한 영웅들의 흉상을 모셔 반파시스트의 상징이 되고 있다.

전면에는 파시스트테러에 의한 풀라 희생자를 기리는 기림비가 서 있고, 건축가 프란카 브란카 안첼리야(Franca Branka Ancelja)가 제작한 청동제 풀라모형이 있어 관광가이드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축복의 성모마리아 승천 대성당(좌), 유랴 도브릴라 신부의 흉상(우)
조금 더 가면 '축복의 성모마리아 승천 대성당(Cathedral of the Assumption of the Blessed Virgin Mary)'이다. 4-5세기 무렵 로마제국이 기독교를 공인한 뒤 이 지역에 처음 세운 교회이다. 로마제국 시기에 주피터신전이 있던 장소로 여겨진다. 시간이 지나면서 교회는 보수와 확장을 거듭했는데, 프레스코화와 모자이크로 장식했던 것들이 대부분 사라지고 일부만이 남아 전해진다. 1707년에는 바로크양식으로 된 종탑이 세워졌다.(5)

성당의 벽 아래에 유랴 도브릴라(Juraj Dobrila; 1812 – 1882)신부의 흉상이 서 있다. 가이드는 크로아티아돈 5쿠나 지폐에 이 신부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5쿠나 지폐에는 프란 크르스토 프란코판(Fran Krsto Frankopan)과 페테르 즈린스키(Petar Zrinski)의 얼굴이 그려져 있다.

유랴 도브릴라신부는 10쿠나 지폐에서 볼 수 있다. 유랴 도브릴라신부는 풀라에 있는 포레츠(Poreč)교구를 거쳐 코페르(Koper) 지역의 트르스트(Trst) 교구에서 주교를 지냈다. 신부는 크로아티아어로 된 기도서를 만들고, 신문을 발간하며, 크로아티아의 민담을 수집하여 발간하는 등, 외세의 지배를 받는 동안 크로아티아의 정신을 드높이기 위하여 노력했다.(6)

로마광장에 서 있는 아우구스투스 신전(좌), 콤뮤날궁전(우)
공원을 지나 좁은 골목을 접어들어 조금 걸어가면 넓은 공간이 나타난다. 로마광장(Forum)이다. 광장의 서쪽으로 오래된 건물이 서 있다. 비록 벽은 낡아 있지만 조금 돋운 기반 위에 서 있는 여섯 개의 기둥은 늠름하다. 아우구스투스신전이다. 로마 최초의 황제 아우구스투스에게 헌정된 신전으로 그가 살아있던 기원전 2년으로부터 기원 14년 사이에 지어졌을 것으로 짐작된다. 8m 폭에 17.3m 길이의 건물은 현관에 코린트 양식의 기둥 4개가 서있는 전주식 건축물로서 세 개의 건물로 구성된 신전의 일부였다.

중앙에 있던 주신전 건물은 사라지고 없으며 아우구스투스신전의 반대편에 있던 다이아나신전은 1296년에 세워진 콤뮤날궁전(Communal Palace)에 편입되어 있다고 한다. 아우구스투스 신전의 주랑현관에는 청동으로 된 글자가 새겨있다. 다른 아우구스투스신전에서도 볼 수 있는 "로마와 전지전능하신 신의 아들이며 조국의 아버지 아우구스투스 케사르에게 바친다(ROMAE·ET·AUGUSTO·CAESARI·DIVI·F·PATR·PATRIAE)"라는 내용의 헌정사이다.(7)

참고자료

(1) 단테 알리기에리 지음. 신곡-지옥편 제9곡 96쪽, 민음사, 2013년
(2) Wikipedia. pula.
(3) 나무위키. 아이손.
(4) 나무위키. 메데이아.
(5) Wikipedia. Pula Cathedral.
(6) Wikipedia. Juraj (Giorgio) Dobrila.
(7) Wikipedia. Temple of Augustus, Pu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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