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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면 할 수 있고 시키면 되어 있다

박성우
발행날짜: 2016-05-18 11:49:17

인턴의사의 좌충우돌 생존기…박성우의 '인턴노트'[33]

하면 할 수 있고 시키면 되어 있다

의사로 수련받는 과정은 다큐멘터리에 나오듯 극단적인 상황도 많고 생활 자체도 극단적인 경우도 많다. 잠을 못 자고 일할 때도 당연히 있을뿐더러 피곤해서 눈이 빠질 것 같고 머리가 지끈거릴 때까지 일할 때도 있다.

밑에 전공의를 부리는, 혹은 서로가 서로를 부리는 상황에서 유명한 말이 있다.

'하면 할 수 있고 시키면 되어 있다'

이런 것을 어떻게 사람이 할 수 있을까 해도 막상 하게 되면 다 할 수 있다. 일을 시켰을 때도 다 못하겠지 생각하지만 시간에 아슬아슬하게 맞추게 된다는 것이다.

14시간 동안 한숨도 쉬지 않고 수술 스크럽을 섰다는 간이식외과의 인턴 이야기. 36시간 잠도 자지 않고 응급실 근무를 했다는 영웅담은 괜히 들리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냉장고에 코끼리를 넣으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아는가? 병원에서의 답은 '인턴에게 시킨다'이다.

의료 안의 여러 과는 외과 또는 내과로 분류하기도 하고 임상과 또는 비임상과로도 분류하기도 한다. 또 다른 분류로는 메이저과와 마이너과가 있다. 다양한 외과 계열에서 메이저과는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일반외과, 흉부외과, 신경외과, 산부인과가 있다. 그래서 이런 과 의사들은 또 다른 표현으로 환자의 바이탈(Vital)을 다룬다고도 한다.

한편으로 생명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과를 마이너과라고 일컫는다. 대표적인 마이너과로 성형외과와 안과 등이 있다. 앞서 말한 내과와 외과의 차이처럼 메이저과에 있는 선생님들은 사람 생명을 다루어서인지 호방하고 시원시원한 성격의 소유자들이 많다.

한편 마이너과의 선생님은 깐깐하고 세심한 성격의 소유자들이 많다. 의료 안에서도 특수 영역에서 미세한 술기들을 다루다 보니 그렇지 않을까 싶다.

성형외과 의국의 분위기나 선생님들도 여간 깐깐한 것이 아니다. 일반인들이라면 눈에 띄지도 않는 미세한 차이를 환자의 얼굴에서 포착할 수 있었다. 다른 분과와 달리 회진 명단과 당직 일지의 오탈자에 대해서도 민감했다.

대문자 하나, 소문자 하나 바뀌는 것도 알아낼 뿐더러 줄이 비뚤거나 누락된 기록이 있으면 큰일이었다. "인턴 선생, 회진 명단 틀린 것 있으니깐 고쳐서 새로 뽑아." 심한 경우 회진 명단에 오탈자가 눈에 띌 때마다 20장 씩 출력하는 회진 명단을 여러 차례 다시 출력했다.

성형외과 인턴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이 명단을 고치고 출력하는 일이었다. 성형외과 선생님들이 출근하기 전까지 완벽한 명단을 준비해놓는 것, 나는 이 일 때문에 새벽 5시에 병동으로 향했다.

그 외에도 성형외과는 눈에 보이는 몸의 병변을 다루기 때문에 혈액검사나 CT, MRI 검사만큼 환부의 사진이 무척 중요하다. 상처나 수술 부위 사진들이 곧 진단이자 치료의 경과 추이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의무기록이기 때문이다.

성형외과 전공의가 되면 의료용 사진을 찍는 법부터 익혀야 한다. 표준화된 방법으로 객관적이고 왜곡 없는 사진을 찍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매일 찍은 환자의 사진을 환자별로 날짜별로 정리하는 것 역시 인턴의 일 중 하나였다.

암 환자에게 수술 날짜는 절대적이다. 생명과 직결된 결정이기에 병원에서 정한 수술 일정이 바뀌는 건 특수한 경우를 빼고 매우 드물다. 하지만 성형외과 수술은 그에 비해 매우 유동적이다. 환자의 일정에 맞추어 수술 날짜를 정하는 경우가 많다.

혹여 환자가 변심하여 수술을 취소하거나 미루는 경우에는 그 한 명의 일정만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연쇄적인 일정 변경이 필요하다. 병원에서 수술 가능한 시간과 수술실은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수술 일정이 전날 변경되는 경우도 허다했고 연쇄적인 변동이 있을 때는 위클리(Weekly)라 부르는 주간 수술 일정표를 다 조정해야 했다. 더군다나 성형외과는 의과대학 교육 일정 중에서도 미미하게 포함되어 있어 온갖 용어들이 다 생소하다. 그 생소한 진단명과 수술명에 익숙해지지 않으면 인턴근무 자체가 어려웠다.

성형외과 프로퍼턴으로 근무를 시작한 일주일 동안 수면 부족에 시달렸다. 첫 날은 1시간 반을 잤고 둘째 날과 셋째 날은 2시간 반밖에 못 잤다.

잠시 기숙사에 씻으러 들어가던 사이 동기들이 사람을 황폐하게 만드는 성형외과라며 혀를 끌끌 차기도 했지만, 지원자니까 열심히 견디고 좋은 평가받으란 격려도 해주었다.

일주일이 채 끝나기 전에 까막눈이다 다름없던 성형외과 용어들에 익숙해져 있었다. 새벽같이 나가서 필요한 일을 하고 하루종일 수술 스크럽도 섰다. 그런데도 이렇게 쓰러지지 않고 짬을 낼 수 있는 것을 보면 역시나 '하면 할 수 있고 시키면 되어 있다'라는 명언은 괜히 생긴 게 아닌가 보다.

[34]편으로 이어집니다.

※본문에 나오는 '서젼(surgeon, 외과의)'을 비롯한 기타 의학 용어들은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실제 에이티피컬 병원에서 사용되는 외래어 발음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이 글은 박성우 의사의 저서 '인턴노트'에서 발췌했으며 해당 도서에서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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