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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엉터리 의료일원화는 각자도살 지름길

메디칼타임즈
발행날짜: 2015-11-27 05:15:30

좌훈정 전 대한의사협회 감사(원주성모의원 원장)

얼마 전 의료계는 순천에 의대를 유치하겠다는 지역 국회의원 등의 움직임에 대해 격렬하게 반대했다. 지금도 의사 수가 과잉 상태이고 일부 지역의 병원이나 의사 부족은 잘못된 의료제도로 인한 배분의 문제라는 것이다.

사실 국립순천대의 의대 설립을 허가해주는 대신, 다른 국립대학의 의대 정원을 줄이는 식으로 절충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한 번 봇물이 터지면 여타 지역에서도 너도나도 의대 설립을 주장할 것이므로, 여기서 더 밀리면 안 된다는 의료계의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였다.

그렇게 겨우 지켜낸 의사 수가 불과 40~50명이다. 적은 수가 아니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다음 얘기를 들으면 그건 시쳇말로 새발의 피다.

며칠 전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주최한 의료일원화 토론회에서 의협은 2025년까지 시기를 못 박아 일원화를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말이 좋아 의료일원화지,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사실상 한의사들에게 - 약간의 교육을 거쳐 - 의사 면허를 주자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기획한 사람이 다름 아닌 추무진 회장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한의사에게 의사 면허를 부여하면 안 되는 이유들은 그동안 의료계에서 충분히 제기되었으므로 그것으로 갈음하고, 일선 진료 현장의 상황을 감안하여 문제점을 지적해본다.

통계에 의하면 2015년 한의사의 수효는 약 2만3천명이고 매년 약 800명씩 늘어나고 있다. 10년 뒤인 2025년에는 한의사의 수가 3만 명이 된다는 얘기다. 한의사들은 의사와 같은 수련과정이 없고 또 한방병원에서 근무하는 수도 매우 적다. 따라서 현재 한의사 2만 3천 명 중에서도 거의 2만 명이 한의원에서 일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결국 한의사에게 의사 면허를 부여하거나, 최소한 의사에 준하는 의료행위(현대 의료기기 사용 등)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경우 개원가에는 직격탄이 된다. 지금 기준으로 2만 명, 10년 뒤에는 3만 명의 개원의사가 늘어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한의사를 의사에 무작정 포함시키는 의료일원화를 시행할 경우, 의사 수 10만에 한의사 2만이 더해지는 식이 아니라는 거다. 의료의 근간이 되는 일차의료, 즉 개원의들 입장에서는 현재 약 3만 5천 명 정도 되는 개원의 숫자에 2만 명이 더해져 졸지에 수효가 60%나 늘어나는 셈이 된다.

개원가에서는 지금도 불법적인 현대의료기기 사용 등으로 ‘의사 흉내 내기’를 하는 한의사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들은 단지 의료법 위반에서 그치지 않고 많은 분쟁을 야기함으로써 국민 건강에도 심각한 위협을 주고 있다. 만약 이들에게 의사 면허를 주거나 현대의료기기 사용 등을 허가할 경우 지금보다 훨씬 더 큰 문제를 유발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나아가 엉터리 일원화로 의사 면허가 통합이 된다면 당장 개원의들한테는 재앙이 닥치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점점 더 고사되고 있는 의원급 의료기관들은 의사 숫자 급증으로 인한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다. 이는 의협이 전혀 예상치 못하고 있는 점이다.

돌이켜보면 과거에 의료일원화의 기회가 없지는 않았다. 십여 년 전에도 한참 일원화가 논의된 적이 있었는데, 하다못해 당시에 의과대학과 한의과대학을 통폐합하고 정원을 줄이는 방식을 취했더라면 지금 20대인 한의사들은 그 혜택을 받았을 것이고 의료계에 미치는 충격도 그리 크지 않았을 것이다.

지난 20여 년간 배출된 한의사들의 학력 수준은 높고, 이들을 잘 활용하는 것이 국가적으로도 유익한 일이다. 또한 현대의료기기 불법 사용 등을 행하지 않고 자신의 영역에서 소신껏 일하는 한의사들도 많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는 일원화를 하기엔 너무 많이 와버렸다. 그동안의 숱한 갈등으로 인한 감정의 골도 크다.

더욱이 일차의료가 점차 고사되고 도산하는 의원들이 늘어나는 판국에 의협은 자기 식구들 생계부터 책임을 져야지 남의 집 사정 돌아볼 여유가 있는가. 몇 년 전부터 의료계에서는 협회를 믿지 말고 각자 알아서 살길을 찾으라는 ‘각자 도생’이라는 말이 유행하기 시작하더니 어느 때부터는 ‘각자 도산’으로 바뀌었다.

만약 의협이 끝내 회원들의 생존 위기를 무시하고 학문적으로나 제도적으로나 맞지 않는 의료일원화를 강행한다면, 지난 2000년 강제 의약분업 시행 못지않은 큰 후폭풍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개원가를 파멸시키는 엉터리 일원화는 이른바 ‘각자 도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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