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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일원화 토론회, 안 봐도 비디오

발행날짜: 2015-11-19 05:15:41
"안 봐도 비디오."

보지 않고도 머리 속에 그려질 만큼 뻔한 내용을 일컫는 말. 요즘은 한 발 더 나아가 "안 봐도 블루레이"란 말도 떠돈다.

불길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 적어도 오는 23일 의협이 주최하는 의료일원화 정책 토론회에서는 식상한 클리쉐가 난무할 것 같다. 불길한 예감이다.

우선 2013년 예고편부터 보자. 당시 의료계와 한의계가 천연물신약과 현대의료기기 사용 문제로 갈등을 빚자 대한개원의협의회가 묘수를 꺼내들었다.

대개협은 의료일원화 공청회를 기획, 교과 과정에서의 의-한 통합과정 등 대승적 차원의 공통분모를 찾아보겠다는 계획이었지만 거기까지였다.

일방적인 의사 편들기식 진행을 막기 위해 복수면허자 회장, 한의사 2명을 초청하는 등 공정성에 공을 들였지만 막말 싸움을 피해갈 순 없었다.

당초 계획된 '의료일원화'에 대한 논의는 온데 간데 없이 공청회는 순식간에 의사, 한의사 성토 대회로 바뀌었다.

"의료일원화는 아직 시기 상조다", "한방을 대체의술로 봐야한다", "한의학의 검증부터 하자", "일원화는 불가능하다"는 무용론이 대두되자 한의계도 "의사들이 근거없는 한의약 폄훼와 악의적인 왜곡보도로 진료영역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의사들 내부에서도 의료일원화에 대한 입장 정리가 끝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의료일원화를 논의한다니? 공청회가 끝나고 빈손으로 발걸음을 돌리는 참석자들의 입맛이 썼다. 티켓값도 못건졌다는 아쉬움 때문이랄까.

2년이 지났지만 기시감은 여전하다. 그간 의료일원화를 위한 의견 수렴도 없었고 이원화의 문제점을 공론화하거나 일원화의 당위성을 설명하지도 못했다. 이번 토론회도 그저 단순 이벤트 성격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소리다.

공동 주최자인 의협으로서도 상당한 부담을 느꼈을 터. 의협은 한달 전 의료일원화에 대한 의견 조회에 나섰지만 불과 9곳에서만 회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니나 다를까. 18일 또 다른 예고편이 의협에서 벌어졌다. 의협은 상임이사회를 통해 2025년까지 의료일원화를 하자는 내용 공표 등의 방안을 논의했지만 결국 입장 정리에 실패했다.

강성파 이사들이 "의료일원화에 반대한다", "면허 통합에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자 집행부는 2025년까지의 일원화 프로젝트를 당분간 접기로 했다. 규제기요틴 저지의 방패막이로 의료일원화를 꺼내든 집행부로서는 난감한 입장.

의협 관계자는 "내부에서도 의료일원화에 대한 입장 정리가 쉽지 않다"며 "규제 기요틴의 저지를 위해 의료일원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이사진들조차 이에 대해 완전히 수긍하는 것 같지는 않다"고 밝혔다.

규제 기요틴이라는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해 갈 길이 먼 의료일원화 논의로 화두를 돌리겠다는 것.

의협으로선 나름의 복선을 깔아둔 셈이지만 한의사들조차 결말을 이미 눈치챈 듯 하다. 소위 염불에는 뜻이 없고 잿밥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의협 관계자는 "구성 취지에 맞게 의-한 정책협의체를 통해 한의사 현대 의료기기 사용 문제를 매듭져야 한다"며 "하지만 의협은 의료일원화라는 방패막이를 내세워 물타기를 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책협의체 회의를 한의사 현대 의료기기 사용 논의 대신 자꾸 의료일원화로 몰고 가려는게 너무 뻔히 보인다"며 "이런 유치한 행동에 누가 박수를 쳐주겠냐"고 꼬집었다.

이번 토론회는 진짜 일원화를 염두에 뒀기보다 정부에 보여주기식 '요식행위'를 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다.

의료일원화 토론회는 과연 일원화의 공론화에 성공할까. 2013년과 오늘 열린 상임이사회 예고편만 봐도 벌써 피곤한 느낌이 든다.

장편영화를 끈기 있게 보고 있지만 관객을 압도할 반전은 없을 것 같다. 스포일러도 없었지만 웬만한 사람들은 벌써부터 기승전-일원화가 아닌 기승전-기요틴 저지라는 결말을 알고 있지 않은가. 클리쉐가 난무하는 장편영화는 안 봐도 비디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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