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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예방접종 전쟁…정부, 손놓고 있을텐가

박양명
발행날짜: 2014-10-23 05:23:07
최근 독감예방접종 현장은 무질서와 혼돈의 전쟁터를 방불케한다.

10월만 되면 보건소와 인구보건복지협회 가족보건의원, 건강관리협회 건강증진의원은 독감예방접종을 받으려는 이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여기에 접종비 덤핑 의료기관까지 가세한다.

이곳에서는 평균 1만5000원만 내면 독감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다. 일반 의원들이 약 2만5000원~3만원을 받는 것에 비하면 절반수준이다.

예방접종비가 싸다보니 고객(?)이 몰리는 것은 당연지사. 하루에 적게는 수백, 많게는 1000명이 훌쩍 넘는 인원이 예방접종을 하고 간다. 그러다보니 예방접종의 지침 준수는 뒷전이다.

의료계는 접종비 덤핑으로 의료시장이 혼탁해진다는 비난도 제기하지만 무엇보다 '안전'과 '효과'가 심각한 문제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저가 접종 의료기관을 찾아보면 1000명에 이르는 독감 예방접종 과정에서 예진과 관찰은 필수 코스임에도 허례허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의사국시 실기시험에서 예방접종 예진 시간으로 10분을 주고 있지만 현실은 10~15초면 끝난다. 예방접종 후에도 부작용 관찰을 위해 예방접종자는 의료기관에서 20~30분 대기해야 하지만 바로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아니, 대기할 곳도 마땅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독감 백신 부작용이 아무리 가볍다고 해도 혹시나 하는 상황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무시할 수도 없다. 집으로 갔다가 근육통 등을 호소하며 다시 병원을 찾는 경우는 비교적 흔하기 때문에 관찰은 필수"라고 지적했다.

또 차가운 냉장고에 백신을 보관해야 하지만 1000명이 넘는 환자를 감당하려면 냉장고에서 꺼내 쌓아놓고 빨리빨리 주사해야 한다.

온도에 민감한 독감백신이 상온에서 오랫동안 보관되고 있다. 정상보관만큼의 효과를 장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예방접종 가격 할인 경쟁으로 발생하는 모든 상황이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고 있음에도 정부는 매년 반복되는 전쟁터를 방관만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비급여를 할인하는 행위는 의료시장 질서를 파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능하다며 손 놓고 있고, 질병관리본부도 정부가 의료기관의 예방접종 가격을 통제할 수는 없다며 손 놓고 있다.

한 내과 개원의는 "매년 한철만 반복되고 굳이 정부가 나서지 않아도 잘 돌아가니 그냥 넘어가자는 심보"라고 비판했다.

10월이면 나타나는 독감백신 접종 전쟁에서 국가가 안내하는 가이드라인 자체가 무시되고 있는 현실이다. 가이드라인이 아무리 강제성이 없는 권고일 뿐이라도 피해가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점을 생각하면 마냥 방관할 수만은 없다. 정부가 10월의 독감예방접종 전쟁에 적극 개입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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