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입가경이다. 잊을만 하면 반복된다. '막장 드라마'의 뻔한 갈등 구조처럼 이번 사태가 마무리된다 해도 설정만 바뀐 같은 장면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의협과 비대위가 또 다시 전쟁에 돌입했다. 서로의 눈치싸움과 권한에 대한 쟁탈전만 지루하게 반복된다. 왜일까?
사건의 발단은 조인성 비대위 공동위원장의 발언이다. 조 위원장이 복지부 국정감사장 앞에서 "의협 집행부와 복지부가 진행한 의정합의 이행추진단 협의 내용과 지난 5월 원격의료 시범사업과 관련한 내용은 모두 원천무효"라고 선언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공정위 과징금 사태로 비대위와 불편한 동거 중이던 의협은 즉각 반발했다.
추무진 회장은 "조 위원장의 발언은 협회의 정통성을 부정할 뿐 아니라 정부와의 협상에서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를 하고 있다"며 특단의 조치를 시행할 수 있다는 '경고' 메세지를 전했다.
막장 드라마의 법칙처럼 매 씬마다 판은 점점 커졌다. 참고 참았다는 의협은 이번엔 아예 비대위의 예산안 동결이나 의협 파견 위원의 철회 카드를 만지고 있다.
비대위 역시 반발하기는 마찬가지. 조인성 위원장은 "의협이 시범사업 반대를 외치면서 아젠다 협의는 하겠다는 발상은 모순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이 없으면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의료계 일각에선 조 위원장이 내년 의협 선거를 의식해 비대위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물론 의협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들린다. 선거를 앞두고 성과를 내야 하는 추 회장의 입장에서 36개 아젠다 협상만큼 '성과'가 보장된 선물 꾸러미도 없다는 것이다.
어느 한 쪽에 대해 정치적인 이해 관계에 매몰됐다며 비판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두 쪽의 진정성이야 본인들만 알 수 있는 문제이지 심증과 의혹을 가지고 왈가왈부해봤자 진실은 결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적어도 집행부와 비대위 모두 회원을 위한다는 명제에서 벗어난 적은 없으므로.
오히려 매번 반복되는 싸움이 결코 정치적이 아니기 때문에 빚어지는 필연적인 결과라는 생각이 든다.
의협 추무진 회장의 공약은 시범사업의 저지와 의정협상안의 조속한 이행이었다. 반면 비대위의 설립 근거는 '대정부 협상과 투쟁의 전권을 대의원총회에서 부여받았다'는 것이었다.
비대위의 대정부 협상 권한은 집행부의 의정합의 이행 공약과 상반된다. 게다가 비대위는 시범사업과 의정협상은 서로 결부된 것이기 때문에 서로 나눠서 생각할 수 없다는 게 기본 입장이다.
반면 집행부는 "전쟁터에서도 적국과 협상을 하는 게 기본인데 회원의 이익을 위해 협상을 해서 얻어낼 건 얻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또한 회원들이 공약 이행을 위해 표를 던져줬기 때문에 이를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펼치고 있다.
서로의 갈등은 사실상 태생적 한계가 빚어낸 셈이다. 비대위는 나름의 설립 근거에 충실할 의무가 있고 집행부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집행부-비대위간의 갈등은 '회원들을 위한다'는 명제 하에 펼쳐지는 생존을 위한 필사의 전쟁이다.
회원들을 위한다는 명분에서 시작되는 이 싸움에 정작 회원들은 만족하고 있을까. 회원들 사이에서 집행부-비대위 모두 '선거용 정치'를 하고 있다는 비판과 피로감에 시달린다는 불만이 나오는 마당에 긴 말은 하지 않겠다.
존재의 이유가 아무리 절박하더도 어차피 올해 12월, 내년 4월까지 못박힌 시한부의 삶이 아니던가. 서로 힘을 합치기에도 모자란 시간이다. 3류 드라마의 뻔한 결말 보다 말그대로 드라마틱한 극적 반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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