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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 설명의무…신뢰 디딤돌 되려면

서울시의사회 노복균 이사
발행날짜: 2026-08-03 05:30:00

서울특별시의사회 노복균 법제이사

서울특별시의사회 노복균 법제이사

최근 의료계를 뜨겁게 달군 '의료사고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의료분쟁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이 2027년 5월 27일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있다.

고위험 필수의료 분야의 형사책임 완화와 책임보험 가입 의무화 등 진료환경 안정화를 위한 여러 장치가 마련되었지만, 일선 개원가에서 가장 피부로 느끼는 변화 중 하나는 단연 '중대 의료사고 발생 시 7일 이내 설명의무 법제화'일 것이다.

사망, 의식불명, 중증 장애 등 예상치 못한 악결과가 발생했을 때, 의료기관 개설자와 보건의료인은 사고를 인지한 지 7일 이내에 경위를 의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진료실에서 환자를 마주하는 임상의로서 솔직한 첫 심정은 우려와 부담이다. 예기치 못한 결과로 경황이 없는 상태에서, 법적 기한에 쫓겨 설명을 강제당하는 것이 자칫 또 다른 분쟁의 불씨가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이 법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를 완전히 전환해야 한다. 이를 의료인에 대한 또 하나의 '법적 규제나 강제 처벌'로만 받아들이고 수동적으로 방어하는 데 급급해서는 안 된다.

의료사고 발생 시 경위를 명확히 듣는 것은 환자의 당연한 '기본권'이자 알 권리다. 환자가 겪는 가장 큰 고통 중 하나는 악결과 그 자체만큼이나,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는 데서 오는 답답함과 소외감이다. 따라서 이번 법제화는 의사에게 규제의 족쇄를 채운 것이 아니라, 환자의 정당한 기본권을 보장함으로써 불필요한 오해와 불신을 예방하는 소통의 채널이 열린 것으로 해석해야 마땅하다.

오히려 의료계가 이를 능동적이고 주도적으로 이끌고 가야 한다. 마침 이번 개정법에는 의료계가 오랜 기간 요구해 온 중요한 방어장치인 이른바 '사과법(Apology Law)'이 명문화되었다. 설명 과정에서 의료진이 표명한 위로, 공감, 유감의 표현은 향후 민·형사 재판에서 책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도록 법적으로 보호해 준다.

그동안 많은 의사들이 환자에게 도의적인 미안함이나 공감을 전하고 싶어도 법정에서 과실 자백으로 악용될까 봐 입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는 환자 측에게 "잘못을 감추려 한다"는 오해를 사 소송을 부추기는 원인이 되었다.

2027년 5월 이후부터는 법적 족쇄에 대한 두려움 없이, 환자의 아픔에 공감하고 의학적 사실을 당당하고 능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미국의 여러 주와 캐나다 등지에서 사과법 도입 이후 의료 소송률이 눈에 띄게 감소한 원동력도 바로 이러한 '능동적 소통'에 있었다.

법이 시행되기까지 남은 기간 동안, 우리 집행부는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하위법령을 정교하게 다듬는 데 총력을 다할 것이다. 원인 불명의 악결과를 무조건 7일 이내에 밝혀내라는 식의 경직된 운영이 되지 않도록 '인지한 날'의 기준을 합리화하고, 유감 표현의 증거능력 배제 범위를 시행령 단계에서 더욱 명확히 확립해야 한다.

의료는 본질적으로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최선을 다하더라도 원치 않는 결과는 발생할 수 있다. 분쟁의 갈림길에서 갈등을 완화하는 것은 결국 법적 강제력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소통과 이를 통한 라포(신뢰 관계)의 회복이다.

새로운 제도를 환자의 기본권을 존중하는 품격 있는 의료계로 거듭나는 기회로 삼자. 규제에 끌려가는 것이 아닌, 전문가 집단으로서 능동적으로 환자의 손을 먼저 잡는 '진료실 신뢰의 선순환'을 우리가 직접 만들어 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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