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한의사의 피부미용 의료기기 사용을 둘러싼 법적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의료기기 제조사들이 잇따라 유통 제한 방침을 공식화하며 논란 차단에 나섰다.
한의계와 의료계 양측의 대립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한의원에 제품과 소모품을 공급하지 않고 사후관리도 제공하지 않겠다는 공지문을 게시하며 분쟁의 불씨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31일 의료산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피부 미용 기업들이 공지문을 통해 한의원 및 치과에 제품과 소모품 공급 불가 방침을 알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먼저 솔타메디칼코리아는 써마지 FLX 시스템과 관련 소모품을 "의사의 시술 목적에 한해 공급한다"며 의료기관의 형태와 관계없이 치과 및 한방 진료·시술용으로는 공급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클래시스 역시 한의원과 치과를 대상으로 자사 의료기기(중고·리퍼비시 제품 포함) 및 소모품을 유통하거나 판매하지 않으며, 해당 의료기관에서 사용되는 장비에 대해서는 A/S도 제공하지 않는다고 공지했다.
원텍도 환자 안전과 품질 관리를 이유로 한의원과 치과에는 제품 및 소모품을 공급하지 않고, 해당 기관에서 사용되는 장비에 대해서는 기술 지원이나 사후관리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공지가 단순한 유통 정책을 넘어 최근 불거진 의료기기 사용 논란에 휘말리지 않기 위한 선제적 대응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의사의 피부미용 의료기기 사용을 둘러싸고 의료계와 한의계의 법적 공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제조사들이 특정 직역에 장비를 공급할 경우 논란의 중심에 설 수 있다는 부담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특히 피부미용 의료기기 시장의 주요 고객이 피부과와 성형외과, 일반의원인 만큼 의료계와의 갈등을 최소화하려는 사업적 판단도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A 업체 관계자는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은 법률, 면허 범위, 의료기기 자체의 성격이 서로 얽혀 있고 논란도 지속되고 있다"며 "피부미용 장비 구매의 큰손은 의료계라는 점 등을 고려해서 제품 공급 불가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B 업체 관계자는 "게시한 안내문은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적법성에 대한 법률적 판단을 밝힌 것이 아니라, 공식적인 제품 및 소모품 유통 방침을 안내한 것"이라며 "의료기기 제조사로서 제품 판매뿐 아니라 설치, 사용자 교육, 소모품 공급, 유지보수 및 안전관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유통 대상을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러한 공지가 곧 한의원의 의료기기 확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제조사는 신품 판매와 소모품 공급, A/S 여부는 통제할 수 있지만 시장에 유통된 장비의 중고 거래까지 직접 제한할 법적 장치는 없다. 의료기기법에는 일반적인 중고 의료기기 거래에서 판매자가 구매 의료기관의 면허 범위를 확인하지는 않기 때문. 실제로 폐업 의료기관의 자산 처분이나 의료기관 간 양도 등을 통해 중고 장비가 다양한 의료기관에 판매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B 업체 관계자는 "한의사에 대한 중고 제품의 거래 자체는 당사가 직접 제한하기 어렵다"며 "비공식 경로를 통해 취득한 제품에 대해서는 소모품 공급, 사용자 교육 및 공식적인 유지보수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고 시장을 통한 장비 유입 가능성은 완전히 차단하기 어렵지만 제조사가 소모품 공급과 유지보수, 소프트웨어 지원 등을 중단할 경우 장비 운용이 어려워질 수 있어, 업계는 이러한 공급망 통제가 사실상 가장 현실적인 관리 수단으로 본다.
의사협회 이재만 정책이사(한방대책특별위원회 부위원장)는 "한의사들이 레이저 관련 학회를 창립해 피부미용부터 모발이식, 탈모 치료까지 술기를 공유하고 있다"며 "줌 등의 웨비나 방식, 오프라인 강연 등을 통해 술기 전수가 광범위하게 퍼진 것은 그 만큼 한의사들의 관련 기기 사용이 많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한의사협회는 최근 입장문을 통해 행정기관과 사법부의 판단은 의료기기 자체의 사용을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면허 범위 내 사용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해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의료계는 일부 피부미용 의료기기의 사용은 여전히 의사 면허 범위를 전제로 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관련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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