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한국노바티스가 차세대 항암 기전으로 주목받는 방사성 리간드 치료제(Radioligand Therapy, RLT) 분야의 국내 생태계 조성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추진한다.
이번 투자는 대표 RLT 치료제인 '플루빅토(루테튬(177Lu) 비피보타이드테트라세탄)'의 국내 건강보험 급여 논의 향방과 무관하게, 한국 의료 인프라 및 생태계 발전 가능성에 주목한 본사 차원의 장기 투자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성숙 단계 의약품의 외주화 및 인력 구조 효율화를 통해 확보된 자원을 최첨단 RLT 기술 인프라로 재배치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플루빅토 급여·구조조정과 별개… "RLT 생태계 조성"
2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국노바티스는 최근 글로벌 운영 모델에 맞춰 내부 조직 개편과 희망퇴직 프로그램(ERP) 등 인력 구조 효율화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대표 고혈압 치료제인 '디오반', '엑스포지' 등 성숙 품목의 국내 영업·마케팅 및 공급권을 외부 파트너사로 이관하는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여기에 심부전 치료제 '엔트레스토(사쿠비트릴·발사르탄)'의 제네릭 진입 등 시장 환경 변화가 맞물리면서, 노바티스는 기존 품목 중심의 조직을 다듬는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비오뷰(브롤루시주맙)와 루센티스(라니비주맙) 등 판권을 한국산텐제약에 넘긴 뒤 안과사업부를 정리한 데 이어 올해 추가로 조직 정비를 진행하는 양상이다.
그러나 이 같은 내부 사업 재편 기조 속에서도 RLT 분야에 대한 글로벌 본사의 투자 의지는 흔들림이 없는 분위기다. 노바티스는 차세대 신약 중심의 포트폴리오 재편 과정에서 RLT를 핵심 축으로 설정하고, 국내 인프라 구축을 위해 약 1400억 원 규모의 대대적인 투자를 집행하기로 결정했다.
업계에서는 당초 이번 투자가 플루빅토의 국내 급여 수순과 연계된 상업적 행보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으나, 노바티스 측은 특정 제품의 급여 여부와 독립적으로 추진되는 '한국 생태계 투자'라는 점을 명확히 선을 그었다.
참고로 노바티스는 심평원에 플루빅토의 급여를 신청, 연내 암질환심의위원회 상정을 목표로 등재 작업을 추진 중이다.
노바티스 관계자는 "이번 RLT 생태계 투자 건은 플루빅토의 급여 등재 여부와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사안"이라며 "단기적인 상업적 성과나 급여 조건에 얽매이기보다 국내 RLT 치료 환경과 인프라 생태계를 선제적으로 조성하기 위한 본사 차원의 결단"이라고 강조했다.
3% 시장 한계 넘은 인프라… 고형암 확장 대비
글로벌 시장 관점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의약품 시장 점유율은 약 3% 안팎에 불과하다. 현재 노바티스의 주요 RLT 생산 기지가 미국, 스페인, 이탈리아 등에 집중되어 있는 점을 감안하면, 아시아 지역에서 한국을 RLT 생태계의 핵심 거점으로 낙점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파격 투자로 평가받는다.
아시아에서는 한국을 포함해 일본, 중국 등이 관련 인프라 준비 단계에 진입한 상황이다. 노바티스는 이번 복지부와의 협약을 바탕으로 ▲국내 RLT 제조시설 건립 및 첨단 콜드체인 물류망 구축, ▲RLT 국내 투여 가능 병원 확대(현재 10개소 → 30개소 목표), ▲글로벌 수준의 국내 전문 연구 인력 육성 등 RLT 생태계 기반 조성에 자금을 집중 투입할 계획이다.
제약업계에서는 이번 투자가 단순한 국내 매출 확대를 넘어, 향후 아시아·태평양 지역 RLT 임상 및 공급망을 잇는 핵심 요충지로서 한국의 가치를 재평가한 결과로 보고 있다.
이를 두고 노바티스는 본사 차원에서 한국 시장에 공을 들이는 핵심 배경으로 최고 수준의 의료 인프라와 핵의학 분야의 연구 역량을 꼽았다.
특히 방사성 동위원소 특성상 엄격한 반감기 관리가 필수적인 RLT 기전의 특성상, 한국의 접근성 높은 상급종합병원 네트워크와 핵의학 투여 인프라가 글로벌 본사의 결심을 이끌어낸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노바티스 관계자는 "한국은 세계적 수준의 의료 인프라와 바이오 제조 역량을 갖추고 있으며, 특히 핵의학 분야의 우수한 연구 인재와 전문성이 두드러진 국가"라며 "이러한 강점을 바탕으로 국내 RLT 생태계 발전에 기여하고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하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노바티스가 RLT 생태계 조성에 공을 들이는 또 다른 이유는 파이프라인의 확장 가능성 때문이다. 현재 RLT 치료제는 전립선암과 신경내분비종양(NET)을 중심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향후 다양한 고형암으로 적응증이 확대될 전망이다.
회사 관계자는 "향후 다양한 암종으로 RLT 적용 범위가 넓어질 것에 대비해 생태계가 선제적으로 잘 구성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환자 접근성 개선과 치료 인프라가 함께 구축돼야 선순환 가동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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