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정부가 희귀질환 치료제의 급여 진입 기간을 100일 이내로 단축하기 위해 꺼내 든 '신속등재 시범사업'이 본격적인 참여 신청 접수에 돌입했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고를 내고 본격적인 참여 기업 모집에 나섰지만, 제약업계의 시선은 복잡하기만 하다. 개발 및 공급 주체가 대부분 다국적 제약사일 수밖에 없는 희귀질환 치료제의 특성을 고려할 때, 과연 얼마나 많은 기업이 선뜻 신청서를 제출할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6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이번 시범사업에 참여하려는 제약사는 등재 후 1~3년 차에 심평원이 구축하는 국내 전수 실사용 데이터(RWE) 레지스트리 산출 과정에 협조해야 한다.
이후 4년 차에 이 RWE를 중심으로 임상적 유용성을 재평가받게 되는데, 다국적 제약사 입장에서는 이 사후평가 기전 자체가 엄청난 리스크로 다가온다.
글로벌 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신약의 가치가 한국이라는 단일 국가의 실사용 데이터 패턴과 통계적 한계에 따라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기관별 임상 자료의 편차나 국내 환자군만의 특수성에 따라 글로벌 임상시험(RCT) 데이터와 상이한 결과가 도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RWE 평가 결과에 따라 약가가 최대 20% 인하되거나 기존 대체약제의 가중평균가 수준으로 삭감될 수 있는 재정적 불확실성을 안고 선뜻 신청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진단이다.
여기에 등재 후 3년이 경과한 시점에 심평원의 판단에 따라 언제든 경제성평가 대상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단서 조항 역시 다국적 제약사의 셈법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이행약정서' 독소 조항? 본사 설득이 신청 관건
가장 큰 관건은 심평원이 필수 제출 사항으로 명시한 '희귀질환 치료제 신속등재 시범사업 이행약정서'와 '환자 치료지속성 보장 계획서'다.
공개된 정부 지침에 따르면, 사후평가 결과 약효가 최하 등급인 '열등'으로 판정돼 '전액본인부담'으로 급여가 축소·조정되더라도 제약사는 기투여 환자의 치료 연속성을 위해 공급 및 비용 지원을 책임져야 한다.
아울러 고의로 평가를 지연할 경우, 조건부 급여 기간(등재 후 5년) 이후 발생한 추가 재정분을 공단에 전액 환급하겠다는 조항도 담겼다.
다국적 제약사 한국지사 입장에서는 이처럼 법적 강제성과 재정적 페널티가 복합적으로 얽힌 이행약정서를 두고 글로벌 본사(HQ)를 설득하는 것이 시범사업 참여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약효 미흡 판정 시 시장 철수나 비급여 전환이라는 카드를 쓰지 못하도록 묶어둔 데다, 본사의 통제를 벗어난 공적 사후평가 결과를 무조건 수용하겠다는 약정을 맺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사실 글로벌 임상을 통과해 허가된 신약이 사후평가에서 '열등'으로 분류될 가능성 자체가 낮다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혹여나 치료 효과가 열등하다고 판정된 약제를 환자에게 전액본인부담으로 계속 쓰라고 유도하면서 제약사에 환자 치료지속성 보장 계획서까지 요구하는 조항을 글로벌 본사가 선뜻 수용할지는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동시에 RWE 평가 결과에 따라 약가가 최대 20% 인하되거나 기존 대체약제의 가중평균가 수준으로 삭감될 수 있는 재정적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만큼, 제약사 입장에서는 참여 신청을 선뜻 결정하기가 매우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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