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정부가 환자 접근성 강화를 위해 희귀질환 치료제의 건강보험 등재 기간을 단축하겠다는 전향적인 대책을 내놓았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최근 공청회를 통해 공개한 신속 등재 방안은 그간 초고가 약제 도입을 애타게 기다려온 환자들에게 분명 반가운 소식이다.
핵심은 '빠른 등재'와 '철저한 사후관리'의 트레이드오프(Trade-off)다. 약제의 급여 적정성 평가는 속도전으로 치르되, 등재 후 4년 차까지 실제 임상 성과(RWE·실제임상근거)를 꼼꼼히 따져 효과가 없으면 제약사가 비용을 분담하거나 약가를 깎겠다는 성과관리 강화 방안이 골자다.
취지는 좋다. 억 소리 나는 초고가 희귀질환 신약의 재정 지속성을 확보하려면 모니터링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화려한 청사진 뒤에 숨은 '디테일'을 들여다보면, 정작 이 제도를 지탱해야 할 임상현장의 고충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성과관리의 성패는 결국 임상현장의 적극적인 뒷받침에 달려 있다. 환자에게 약을 투여하고, 예후를 관찰하며, 그 데이터를 축적해 성과를 증명하는 주체는 제약사도, 정부 기관도 아닌 결국 현장의 의사들이다.
문제는 향후 '성과 미흡'으로 판정될 경우 발생할 책임 소재와 의료기관이 떠안을 삭감 공포다.
다국적 제약사들이 공급하는 희귀질환 신약은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을 호가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만약 4년 차 평가에서 정부가 요구한 성과 지표에 도달하지 못했을 때, 그동안 투여된 약제비의 환수나 삭감을 둘러싼 혼란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정부와 제약사 간의 계약에 따라 제약사가 일정 부분 재정을 분담한다 하더라도, 기준의 모호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삭감의 칼날이 고스란히 의료기관으로 향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벌써부터 대형병원 임상 교수들 사이에서는 "희귀 환자를 살리려고 소신껏 약을 썼다가, 향후 성과 평가 기준에 못 미친다는 이유로 병원이 수억 원의 삭감 폭탄을 맞으면 누가 책임지느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가뜩이나 진료 수익 악화와 인력 부족으로 한계 상황에 직면한 대학병원들이 이러한 위험 부담을 안고 초고가 신약 처방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자칫 제도는 열렸는데 현장에서는 삭감이 무서워 약을 쓰지 못하는 '규제의 역설'이 발생할 수도 있다.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신약의 빠른 도입은 백번 옳다. 그러나 현장의 수용성이 담보되지 않은 정책은 모래 위에 지은 성과와 같다. 복지부와 심평원은 등재 속도전 못지않게, 의사들이 삭감 공포 없이 환자 치료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책임 분담 가이드라인과 행정적 지원 방안을 함께 제시할 수 없을까. 현장의 희생만을 담보로 한 성과관리는 결코 지속 가능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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