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대한의학회가 창립 60주년을 맞아 개최하는 학술대회에서 전공의 수련, 의사인력 수급추계, 지역의료 인력 확보 등 최근 의료계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적정 의료인력' 문제를 전면에 내세웠다.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갈등 이후 의사 수 부족 여부를 넘어 어떤 의사를 어디에서 어떻게 양성하고 배치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확산되는 가운데, 대한의학회 역시 학술대회에서 관련 세션을 대거 배치하며 정책적 해법 모색에 나선다.
8일 대한의학회는 도곡 크리스탈제이드에서 간담회를 개최하고 오는 12일 '소통과 공감, 새로운 60년을 열다'를 주제로 개최되는 학술대회 관련 주요 세션에 대해 설명했다.
먼저 학술대회는 '전공의 수련교육이 나아갈 방향' 세션을 통해 수련교육의 질적 전환을 논의한다. 단순히 정해진 수련기간을 채우는 방식에서 벗어나 실제 임상현장에서 필요한 역량을 갖춘 전문의를 양성하는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담겼다.

이진우 대한의학회장(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 교수)은 "올해는 창립 60주년을 맞이하는 역사적인 해로, 지난 성취를 발판 삼아 미래 의학의 방향성을 새롭게 설계하는 뜻깊은 자리가 될 것"이라며 "소통과 공감, 새로운 60년을 열다를 슬로건으로 진행되는 만큼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주요 의료 현안에 대해 관련 단체와 함께 고민해 통일된 의견을 이끌어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의료가 직면한 구조적 전환기를 배경으로, 전공의 수련교육, 의사인력 수급추계, 대한민국 Academic Medicine의 지속 가능성,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와 환자안전 등 의료정책의 핵심 쟁점을 폭넓게 다룬다"며 "기조강연인 '의사소명과 의료정책'은 의료를 단순한 직역 문제나 제도 갈등이 아니라, 사회적 신뢰와 전문직 윤리, 국가 의료체계의 지속 가능성이라는 큰 틀에서 조망한다"고 강조했다.
세션은 전공의 수련교육원 설립 필요성과 함께 역량 기반 수련교육, 수련 중 평가(Work-Based Assessment), 한국형 지도전문의 제도 등이 소개될 예정이다. 전공의를 병원 운영을 위한 인력이 아닌 미래 의료를 책임질 전문직 인력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점이 핵심 메시지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이 주관하는 '바람직한 의사인력 수급추계 방안 모색' 세션도 마련됐다.
해당 세션은 의사 수를 둘러싼 단순한 찬반 논쟁에서 벗어나 데이터와 과학적 추계에 기반한 정책 결정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점에 초점을 맞춘다. 지역·필수의료 공백, 전문과목별 편중, 의료이용량 변화, 인공지능(AI) 도입 등 다양한 변수를 반영한 수급추계 모델과 거버넌스 구축 방안이 논의된다.
특히 네덜란드, 영국, 일본 등 해외 사례를 통해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의사인력 수급추계 체계의 필요성을 살펴보고, 총 의사 수와 지역·진료과 편재 문제를 구분해 접근해야 한다는 점도 다뤄질 예정이다.
지역의료 문제 역시 이번 학술대회의 핵심 의제로 부상했다.
대한의학회 지역의료정책이사인 김유일 이사(전남대병원 호흡기내과)가 좌장을 맡아 진행하는 '지금 바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지역의료 정책은?' 세션은 지역·필수·공공의료 인력난 해소를 위한 현실적인 대안을 집중 논의한다.
지역의사제는 올해부터 시행돼 서울을 제외한 전국 32개 의과대학에서 지역의사전형을 통해 2027학년도 490명, 2028~2031학년도에는 매년 613명의 복무형 지역의사를 선발할 계획이다. 국립의전원 역시 2030년 개교를 목표로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다만 이들 제도를 통해 실제 전문의가 배출돼 지역 의료현장에 투입되기까지는 최소 1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만큼, 당장 활용 가능한 인력 확보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 김 이사의 판단. 이에 대안으로 '계약형 지역의사제' 확대를 제시했다.
김 이사는 "현재 계약형 지역의사제는 일부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시범 운영되고 있지만 참여 의료기관과 채용 규모가 제한적이어서 현장에서 체감하는 효과는 크지 않다"며 "지역별 여건에 맞춰 채용 기준을 보다 유연하게 적용하고 재정 지원과 대상 의료기관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공중보건의사 제도의 재정비 필요성도 강조했다. 일반 군 복무보다 긴 의무복무 기간 등이 지원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의무복무기간 단축을 비롯한 처우 개선을 통해 공중보건의사 지원을 다시 유도할 필요가 있다.
이어 시간제 근무나 순회진료팀, 계약직 등 유연한 근무 형태를 확대하고, 이들 인력을 체계적으로 모집·운영할 수 있는 '의료인력 풀(pool) 센터' 설치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이는 최근 의료정책 논의가 의대 정원 확대 여부에 집중돼 온 것과 달리 지역의료 현장에서 실제 효과를 낼 수 있는 실행 가능한 정책에 초점을 맞춘 접근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진우 대한의학회장은 "이번 학술대회는 의료계 내부 논의를 넘어 정부와 학계, 정책 전문가들이 함께 한국 의료의 지속 가능성을 논의하는 자리"라며 "행사에서 제기된 내용들이 향후 토론회와 공청회, 백서 발간 등을 통해 실제 정책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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