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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바이오 살 길은 스피드" 수요자 중심 패러다임 전환 시급

발행날짜: 2026-05-27 19:26:46

김영옥 원장 "부처 칸막이에 R&D 중복…단기 과제 전락" 비판
"30여 개 난립 바이오 클러스터 내실화…기업 맞춤형 지원해야"

[메디칼타임즈=임수민 기자] K바이오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생색내기식 규제 완화를 넘어, 초기 R&D 단계부터 기업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하는 '수요자 중심'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책을 기획하고 예산을 편성하는 '공급자' 중심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현장 기업의 피부에 와닿는 정책을 펼쳐야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취지다.

김영옥 K바이오전략연구원장이 문정바이오CEO포럼에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차장 출신의 김영옥 K바이오전략연구원장은 27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등이 주최한 '제7회 문정바이오CEO포럼'에서 'K바이오의 글로벌 경쟁력, 무엇이 가로막고 있는가'를 주제로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김 원장은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위기를 극복하는 가장 핵심적인 무기로 '속도'를 꼽았다. 하루라도 빨리 시장에 진입하는 자가 이득을 독식하는 산업 구조상, 정부의 정책 시스템 역시 기업의 속도에 맞춰 기민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글로벌 코로나19 백신 개발 과정을 예로 들며 "화이자 등에서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백신을 개발하고, 이를 신속하게 허가해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 정부 시스템은 미국이니까 가능했던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과연 우리나라가 그런 상황에 놓여 있었다면, 인프라 문제를 떠나 제도와 정책 측면에서 지원이 가능했을까 생각해보면 어려웠을 것"이라며 현 규제 시스템의 한계를 짚었다.

김 원장은 "모든 기업이 빨리 가고 싶어 하지만 중간중간 지켜야 할 규정과 제도에 따르다 보면 속도가 늦어지는 게 현실"이라며 "정부 정책이나 제도가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지는 않은지 냉정히 바라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 부처 간 칸막이 행정에 R&D 낭비… '30여 개' 난립하는 클러스터

정부 R&D 예산 조율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효율과 지자체 선거철마다 남발되는 바이오 클러스터 정책에 대해서도 강한 우려를 표했다.

김 원장은 부처 간 조율과 예산 심의 과정이 전체 정책 수립의 75%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비대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비롯한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중소벤처기업부, 식약처 등 수많은 부처가 바이오 R&D에 관여하고 있다.

김 원장은 "바이오 R&D 주도권을 어느 부처가 가질 것인가 하는 주도권 싸움은 수요자인 기업 입장에서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이라며 "부처 간 칸막이로 인해 장기적인 안목 대신 평가하기 좋은 단기 과제 위주로 흘러가거나, 나중에 보면 상당히 유사한 과제들이 동시에 중복 수행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꼬집었다.

선거철마다 지자체장들이 공약으로 내거는 클러스터 정책 역시 내실이 없다고 쓴소리를 던졌다.

그는 "현직에 있을 때 국내 바이오 클러스터가 27군데였는데 지금은 30여 개 정도에 달할 것"이라며 "성공한 보스턴 클러스터처럼 병원, 연구기관, 기업, 지자체가 유기적으로 결합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과연 지금의 클러스터들이 정부나 지자체의 성과를 내기 위해 기업들을 활용하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기업 성장을 돕기 위한 것인지 본질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결국 K바이오가 글로벌 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정책의 패러다임이 '공급자(정부)의 행정 편의'에서 '수요자(기업)의 현장 맞춤형 지원'으로 완전히 일치돼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그는 "식약처 등 정부가 규제를 완화한다고 발표하는 내용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공급자 입장에서 제공하는 개선안인 경우가 많다"며 "수요자 입장에서 바라볼 때 정말로 피부에 와닿는 임상 승인이나 허가 진행 등의 정책 개선은 상대적으로 적은 것이 현실"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정치권이나 지자체에서 다양한 고시와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기업 입장을 충분히 고려한 정책인지 돌아봐야 한다"며 "수요자 입장의 정책과 공급자 입장의 정책이 일치될 때, 비로소 성공한 정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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