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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혁신, 원인 분석 없는 처방은 사상누각

경남의사회 마상혁 공공의료위원장
발행날짜: 2026-05-18 05:00:00

경남의사회 마상혁 공공의료위원장

[메디칼타임즈=경남의사회 마상혁 공공의료위원장] 정부가 의료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현장의 문제를 짚고 개선 방향을 찾겠다는 취지다.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반영하겠다는 다짐도 덧붙였다. 듣기에 그럴듯하다. 그러나 한 가지 근본적인 물음이 먼저 제기돼야 한다. 지금의 의료 현장은 왜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

진단 없는 처방은 없다. 의료 현장에서 가장 기초적인 원칙이다. 그런데 정작 의료정책을 논하는 자리에서 이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혁신위는 현재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점을 찾겠다고 한다. 그러나 어떤 정책적 실패가 지금의 현실을 만들었는지, 누가 그 결정을 내렸고 어떤 과정이 왜곡되었는지에 대한 분석은 보이지 않는다.

현재 의료 현장의 위기는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진 재앙이 아니다. 수십 년간 누적된 정책 실패의 산물이다. 저수가 구조, 필수의료 붕괴, 지역 의료 공백, 전공의 기피 현상 — 이 모든 것은 보건복지부가 입안하고 집행한 정책의 결과물이다.

그리고 국회는 이를 제대로 감시하지 못했다. 책임의 소재가 분명함에도 혁신위 어디에도 이 구조적 책임을 묻는 의제는 없다. 원인 제공자가 반성 없이 해법을 설계하는 구도, 이것이 지금 의료혁신위원회의 민낯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전문성의 희석이다. 의료정책은 고도로 전문화된 영역이다. 수가 체계, 의료 인력 수급, 지역 배치, 필수의료 구조 — 이 문제들은 수십 년의 임상 경험과 정책 연구가 결합되어야 비로소 실효성 있는 답이 나온다. 시민사회의 목소리는 중요하다. 의료 수요자의 경험과 요구는 반드시 정책에 반영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전문가의 설계 안에서 수렴되어야 할 입력값이지, 전문가의 판단과 동등한 결정 권한을 가져서는 안 된다. 의학에 비유하자면 이렇다. 환자의 증상 호소는 진단에 필수적이다. 그러나 치료 방침은 의사가 결정한다.

시민이 아무리 많은 수로 '수술 말고 약으로 낫게 해달라'고 요구해도, 전문가가 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 그 판단이 앞서야 한다. 여론과 전문성을 동등하게 놓는 순간, 정책은 올바른 방향보다 인기 있는 방향으로 흐르게 된다.

이미 우리는 이 실패를 경험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서부경남 공공의료원 설립을 둘러싸고 공론화 위원회가 꾸려졌다. 숙의 민주주의의 외양을 갖췄다. 그러나 과정을 지켜본 이들은 안다. 논의는 처음부터 결론이 정해진 채 진행되었다. 반대 의견은 형식적으로 수렴되었을 뿐, 정책의 방향은 흔들리지 않았다. 공론화는 정당성을 포장하는 도구였고, 위원회는 들러리였다.

지금의 의료혁신위원회가 그 전철을 밟지 않는다는 보장이 어디 있는가. 구성 방식, 의제 설정권, 결론 수렴 구조 — 어느 것 하나 투명하게 공개된 것이 없다. 과거와 다른 점이 무엇인지 정부는 답해야 한다.

진정한 의료혁신은 불편한 진실에서 출발해야 한다. 누가 이 위기를 만들었는가. 어떤 결정이 잘못되었는가. 그 책임은 어디에 있는가. 이 물음에 정직하게 답하지 않는 혁신은 혁신이 아니다. 현재의 고통 위에 새로운 실패를 쌓아 올리는 일이다.

사상누각은 모래 위에 세운 누각을 말한다. 원인 분석 없는 의료혁신, 책임 소재를 외면한 정책 설계, 전문성을 희석시키는 공론화 — 이 세 가지가 동시에 작동하는 한, 의료혁신위원회가 내놓을 결론은 처음부터 흔들리는 기초 위에 올라선 구조물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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