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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D 악화 한번만 겪어도 고위험군…중증 치료대안 절실"

발행날짜: 2026-05-14 05:30:00

문지용 건국대병원 교수, 생물학적 제제 급여 필요성 제시
"천식과 달리 비가역적 손상, 고위험군 보호 장치 마련돼야"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은 단순히 숨이 찬 병이 아니다. 기도와 폐포가 비가역적으로 손상되어 생명을 옥죄는 중증질환이다. 특히 일상적인 증상을 넘어 급격히 상태가 나빠지는 '급성 악화'는 환자들에게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다.

이 가운데 지난해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생물학적 제제인 사노피 '듀피젠트(두필루맙)'가 COPD 적응증을 허가받으며 임상현장 치료 패러다임 변화를 가져왔다.

다만, 임상현장의 반응은 즐겁지 만은 않다. 허가 이후에도 건강보험 급여의 문턱을 넘지 못해, 정작 치료가 시급한 중증 환자들은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국대병원 문지용 교수는 중증 COPD 치료 환경 변화와 함께 생물학적 제제 등장에 따른 패러다임 변화를 진단했다.

14일 건국대병원 문지용 교수(호흡기-알레르기내과)를 만나 중증 COPD 치료 환경 변화와 함께 생물학적 제제의 급여 적용 필요성을 들어봤다.

3제 요법의 한계와 새로운 대안의 등장

문지용 교수는 COPD 치료의 최우선 과제로 '급성 악화의 연결고리를 끊는 것'을 지목했다. 급성 악화는 한 번 발생하면 도미노처럼 반복될 확률이 매우 높으며, 이는 곧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GOLD 가이드라인 2026에서는 악화의 빈도와 중증도를 환자 위험도 판단의 핵심 기준으로 삼아 기준을 개정했다"며 "최근 1년 내 중등도 또는 중증 급성 악화를 단 1회라도 경험한 경우를 즉시 고위험군(Group E)으로 분류하도록 했는데, 이는 1회의 악화 경험만으로도 재악화 및 사망 위험이 비경험자보다 급격히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통계에 따르면 입원 환자의 최대 절반은 퇴원 후 3개월 이내에 다시 응급실을 찾는다. 그는 "3회 이상 악화를 경험한 환자의 사망 위험은 일반 환자보다 4.3배나 높다"며 "중증 악화는 폐 기능 저하뿐만 아니라 뇌졸중, 심근경색 등 심혈관 질환 위험을 6배까지 높이는 치명적인 방화쇠"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현재의 표준 치료인 3제 병합요법(ICS(흡입용 코르티코스테로이드)/LABA(장기지속형 베타2 작용제)/LAMA(장기지속형 무스카린 길항제))을 충실히 이행함에도 불구하고, 중증 환자의 약 50%는 여전히 급성 악화의 위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지용 교수는 이들을 위해 '제2형 염증'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COPD 환자의 약 40%에서 나타나는 제2형 염증은 인터루킨-4(IL-4)와 인터루킨-13(IL-13)이 주도하는데, 이는 기존 치료제로 조절되지 않는 고질적인 염증"이라며 "듀피젠트는 이 신호 전달을 선택적으로 차단해 악화 위험을 위약 대비 34%까지 줄여준다. 3제 요법으로도 답을 찾지 못한 환자들에게는 20년 만에 등장한 치료 옵션"이라고 말했다.

실제 임상 데이터에 따르면 폐 기능 개선 효과도 뚜렷했다. 듀피젠트 투여군은 52주 차에 위약군 대비 폐 기능(FEV1)이 최대 83mL 더 개선됐으며, 이러한 효과는 투여 2주 차부터 빠르게 나타났다. 또한, 호흡기 설문(SGRQ) 결과 듀피젠트 투여 환자의 절반 이상(약 51.5%)에서 유의미한 삶의 질 개선이 확인됐다.

글로벌 치료 트렌드는 이미 치료제 발전에 맞게 변화됐다. GOLD(세계만성폐쇄성폐질환기구) 가이드라인 2025 등 글로벌 지침은 이러한 임상적 근거를 바탕으로 듀피젠트 사용을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

문지용 교수는 "국내 가이드라인이 글로벌 지침과 거의 동시에 개정된 것은 그만큼 현장의 치료 니즈가 높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문지용 교수는 폐 기능 검사 국가검진 등 조기 진단 환경 개선과 중증 환자의 치료 접근성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정 효율성과 환자 삶의 질 '두 토끼'

자연스럽게 문지용 교수는 듀피젠트 COPD 적응증 국내 허가에도 불구하고 비급여에 따른 '비용 장벽'이 불러오는 임상현장의 안타까움을 피력했다.

COPD 환자 대다수가 고령층이며 경제활동이 어려운 소득 취약계층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할 때, 비급여 치료는 사실상 '치료 포기'와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그는 최근 기억에 남는 60대 남성 환자의 사례를 전했다.

문지용 교수는 "3제 요법을 쓰면서도 환절기마다 입원을 반복하던 환자였는데, 듀피젠트 소식을 듣고 희망을 가졌다가도 월 수십만 원에 달하는 비용을 듣고는 부담을 느꼈다"며 "해당 환자는 또다시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는 고통스러운 일상으로 돌아갔다"고 전했다.

실제로 반복 입원을 경험한 환자들은 외출이나 가벼운 활동조차 두려워하며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고령의 보호자들 역시 간병을 위해 일상을 포기하는 악순환에 빠진다는 것이 문지용 교수의 설명이다.

여러 적응증을 보유한 듀피젠트이지만, 중증 COPD 환자들에게는 급여 적응증 확대가 생존의 문제로 귀결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문지용 교수는 정부가 급여화를 결정할 때 약가라는 단편적 수치보다 '사회적 비용의 절감'이라는 큰 틀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반복되는 응급실 방문과 입원, 그로 인한 가족들의 간병 부담 및 가계 의료비 누적을 따져본다면, 조기에 급여를 적용해 환자를 일상으로 복귀시키는 것이 오히려 건강보험 재정 측면에서 더 효율적이라는 논리다.

문지용 교수는 "폐 기능 검사의 국가검진 도입 등으로 조기 진단 환경은 개선되고 있지만, 정작 진단된 중증 환자를 살릴 '무기'가 손에 쥐어지지 않는다면 반쪽짜리 정책에 그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지방이나 의료 접근성이 낮은 곳에 계신 환자들은 치료의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투병하다 돌아가시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가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조속한 정책적 결단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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