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국내 중등증-중증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시장에 '교체투여 급여화'가 시행된 지 1년이 지나면서 주도권 경쟁에 다시금 불이 붙고 있다.
투여 간격을 획기적으로 늘린 신약들이 '편의성'을 무기로 활발한 스위칭(약제 전환)을 유도하는 가운데, 기존 시장을 선점한 기업들은 '재전환 급여'라는 현실적 장벽과 '장기 안전성' 데이터를 앞세워 수성에 나서는 모습이다.

편의성과 장기 데이터로 맞불
2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최근 아토피 치료제 시장은 2주 1회 투여라는 기존 생물학적 제제의 표준을 깨는 '4주 제형' 신약들의 등장으로 경쟁이 재점화되고 있다.
가장 공격적인 주자는 한국릴리의 '엡글리스(레브리키주맙)'다. 엡글리스는 IL-13 사이토카인을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기전을 바탕으로, 지난해 5월 급여권에 진입하며 시장 안착에 성공했다. 유지 요법에서 4주 1회 투여가 가능하다는 강력한 편의성을 급여 혜택과 함께 제공하며 주목받고 있다.
특히 릴리는 후발 주자의 약점으로 지적됐던 '장기 데이터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엡글리스의 최대 4년 추적 연구(ADlong)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엡글리스로 4년간 치료받은 환자의 94%가 유의미한 피부 개선(EASI-75)을 유지했으며 , 환자의 75%는 거의 완전한 피부 개선(EASI-90)에 도달했다.
또한 환자의 80%가 국소 코르티코스테로이드 병용 없이 효과를 유지했으며 , 월 1회 유지요법만으로도 연간 질환 악화(flare) 발생 횟수가 1회 미만에 그쳤다. 이는 신약이 단순히 편의성만 높은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질환 조절 능력에서도 검증됐음을 시사한다.
여기에 갈더마코리아가 올해 하반기 '넴루비오(네몰리주맙)' 출시를 예고하며 판을 키우고 있다. 올해 1월 식약처 허가를 받은 넴루비오는 가려움증 전달의 핵심 경로인 IL-31 수용체를 직접 차단하는 차별화된 기전을 가진다. 임상 연구를 통해 투여 1주일 만에 빠른 가려움 개선 효과를 입증했으며, 역시 4주 1회 투여가 가능하다.
갈더마코리아 이재혁 대표이사는 "넴루비오는 기존 치료에 한계가 있었던 환자들에게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이라며 "현재 보험급여 등재 신청을 완료했으며, 2026년 하반기 국내 출시를 목표로 후속 절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전환 불확실성이 키운 '안정성' 가치
이 같은 신약들의 파상공세에도 불구하고, 기존 시장을 수성 중인 듀피젠트(두필루맙, 사노피)는 국내외 현장에서 축적된 리얼월드 데이터(RWE)를 통해 방어선을 공고히 하고 있다.
최근 사노피는 미디어 세션을 통해 듀피젠트가 한국 환자를 포함한 실제 처방 현장에서 4년 이상 치료를 지속하는 비율이 약 80% 내외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효과를 넘어 장기간 투여 시에도 이상 반응으로 인한 중단이 적다는 '치료 지속성(Drug Survival)'을 입증한 결과다.
특히 듀피젠트는 소아 환아의 정상적인 성장 궤적(Growth Trajectory) 회복 데이터를 강조하고 있다. 중등증-중증 아토피 소아 환자를 대상으로 한 52주 추적 관찰 결과, 신장 백분위수가 낮았던 환아의 약 절반이 의미 있는 성장을 달성하며 전신 염증 조절을 통한 치료 효과를 수치로 증명했다.
임상 현장에서는 이러한 듀피젠트의 검증된 데이터가 '재전환 급여 불확실성'이라는 제도적 한계와 맞물려 더욱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행 급여 체계상 약제를 변경했다가 효과 부족이나 부작용으로 기존 약제로 돌아가려 할 경우, 급여 재인정 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경북대병원 장용현 교수(피부과)는 "2025년 3월 교체투여 허용 이후 실제 임상 현장에서 교체가 크게 증가하지는 않은 것으로 추측된다"며 "기존 치료를 유지하려는 선호가 여전히 크고, 약제 변경 시 재전환이 급여 측면에서 쉽지 않다는 인식이 있어 보다 신중한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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