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국내 담도암 치료 환경이 1차 면역항암제 조합에 이어 2차 표적 치료 시대라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HER2 양성 환자를 타깃으로 한 이중특이항체 '지헤라(자니다타맙)'가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획득하면서, 그간 선택지가 극히 제한적이었던 담도암 2차 치료에 '정밀의료'의 길이 열렸다는 평가다.

2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담도암 치료의 표준(Standard of Care, SoC)은 크게 변화했다.
젬시타빈-시스플라틴(젬시스) 조합에 면역항암제 '임핀지(더발루맙, 아스트라제네카)'를 더한 요법이 1차 치료로 안착하며 생존율 개선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3월 임핀지 병용요법이 1차 치료 급여권에 진입하며 표준 옵션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
문제는 그 이후다.
1차 치료 중 질병이 진행된 환자들에게는 남은 카드가 마땅치 않다. 기존 'FOLFOX' 요법 등은 치료 반응률이 높지 않아,
의료 현장에서는 바이오마커에 기반한 효과적인 2차 옵션에 대한 갈증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런 상황에서 비원메디슨코리아의 '지헤라' 허가는 HER2라는 명확한 타깃을 공략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지헤라는 기존 표적치료제와 달리 HER2 수용체의 두 부위(ECD2, ECD4)에 동시에 결합해 신호를 차단하고 면역 기전을 활성화하는 차별화된 기전을 가졌다.
허가의 근거가 된 'HERIZON-BTC01' 연구에 따르면, 1회 이상 전신요법을 받은 HER2 양성(IHC 3+) 환자군에서 독립적 중앙 심사(BICR) 기준 객관적 반응률(ORR)은 52%로 나타났으며, 반응 지속기간 중앙값(mDOR)은 14.9개월을 확인했다.
또한 해당 군의 전체생존기간 중앙값(mOS)은 18.1개월로 보고됐다. 이는 예후가 극히 불량한 담도암 2차 치료 환경에서 정밀의료의 가능성을 숫자로 증명한 결과다.
서울대병원 오도연 교수(종양내과)는 "기존 치료 이후 선택지가 제한적이었던 담도암 환자에서 바이오마커에 기반한 정밀 표적치료제 옵션이 추가된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며 "한국 환자들이 초기 임상 단계부터 참여해 축적된 근거가 바탕이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국내 환자 15%가 HER2…지헤라 범용성 주목
의료 현장에서는 지헤라의 '범용성'에 주목하고 있다.
분당차병원 전홍재 교수(혈액종양내과)는 "국내 담도암 환자의 약 10~15%에서 HER2 바이오마커가 발견된다"며 "연간 담도암 환자가 1만 명에 달하는 국내 상황을 고려할 때 결코 적지 않은 숫자"라고 강조했다.
이는 기존 임상 현장에 등장한 표적치료제들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지점이다.
IDH1 및 FGFR2 변이 표적치료제의 경우, 대상 환자가 간내 담도암 환자의 각각 5%와 2% 내외에 불과할 정도로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서양과 달리 우리나라는 간외 담도암 및 담낭암 환자가 많은데, HER2는 이 부위에서 특히 많이 발현된다는 점도 국내 환자들에게 지헤라의 활용도가 매우 높을 것으로 기대받는 이유다.
문제는 역시 '급여'다.
현재 IDH1 표적치료제인 '팁소보(이보시데닙, 한국세르비에)'는 3상 임상(ClarIDHy)이라는 확증적 데이터를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이 데이터가 경제성 평가의 엄격한 잣대가 돼 급여 속도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반면, 한독이 공급하는 '페마자이레(페미가티닙)'는 2상 임상 결과만으로 조건부 허가를 받은 뒤 최근 급여권 진입에 성공했다.
3상 근거를 가진 약제가 지체되는 상황에서 2상 기반 약제는 급여가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전홍재 교수는 "지헤라의 급여 논의가 시작된다면 기존과는 다른 협상이 진행될 수 있다는 기대를 걸 수 있다"며 "표적 시장이 훨씬 넓고 임상적 효과가 확실한 만큼,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지헤라의 등장은 담도암 진단 체계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지헤라 처방을 위해서는 HER2 IHC 3+ 확인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끝으로 전홍재 교수는 "최근 KCSG(대한항암요법연구회) 차원에서 30개 이상의 기관이 참여해 담도암 환자 300명을 대상으로 액체생검(ctDNA) 임상 연구를 진행 중인데, IDH1이나 FGFR2는 한 자릿수 비율에 그치는 반면 HER2는 유의미하게 높게 나온다"며 "NGS(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를 통하지 않더라도 IHC 염색만으로 쉽게 스크리닝할 수 있다는 점도 지헤라의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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