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키보드 대신 목소리로 기록하는 시대가 의료 현장에도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인공지능(AI) 음성 인식 기술이 임상 수준의 정확도에 도달하면서, 병동에서 차트와 펜을 들고 있던 간호사의 모습은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
이제 기록은 '작성하는 일'이 아니라 '말하는 순간 완성되는 과정'으로 바뀌고 있으며, 현장에서는 업무 효율과 환자 집중도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변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8일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은 2026년을 'AI가 이끄는 간호 혁신의 원년'으로 선언하고, 다양한 방식을 통해 스마트 간호 서비스를 현장에 적용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핵심은 음성으로 전자간호기록을 작성하는 'Voice ENR(Voice Electronic Nursing Record)' 시스템의 도입. 간호사는 병상 현장에서 환자를 돌보는 동시에 음성으로 기록을 남길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기존 타이핑 중심 업무에서 발생하던 동선 낭비와 시간 지연을 최소화했다.
이 시스템은 단순한 소프트웨어 도입을 넘어 전용 단말기와 노이즈 캔슬링 핀마이크를 포함한 통합 패키지 형태로 구축됐다.
간호사 1인당 1대씩 지급된 단말기를 기반으로 즉각적인 기록과 확인이 가능해졌으며, 투약·수혈 등 이동이 많은 업무에는 휴대형 단말기를, 상담이나 라운딩에는 태블릿을 활용하는 등 상황별 운영 체계도 병행된다.
약 11개월간의 인프라 구축과 테스트를 거쳐 현장 적용에 들어간 만큼, 완성도 측면에서도 안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환자 안전 영역이다. 기존 PDA 기반 투약 기록 시스템을 Voice ENR 플랫폼으로 통합하면서, 음성 인식과 바코드 확인을 결합한 '3중 검증 체계'를 구현했다.
투약 준비부터 시행, 기록까지 전 과정이 실시간으로 교차 검증되면서 오류 가능성을 구조적으로 낮췄다는 설명이다.
디지털 기반 확인 절차가 투약 오류 감소에 효과적이라는 기존 연구 결과를 감안하면, 이러한 변화는 곧 환자 안전 수준 향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환자 경험 측면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병원은 입원 전 환자가 모바일로 건강 정보를 입력하는 '모바일 간호 정보 조사지'를 도입해 문진 과정의 효율성을 끌어올렸다.
자택에서 충분한 시간을 두고 입력하는 방식은 정보의 정확도를 높이고, 민감 정보 응답률 개선에도 기여하고 있다. 실제 도입 초기 참여율이 70%를 상회하며, 대기시간 단축과 만족도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병원 측 설명이다.
이러한 흐름은 가톨릭대학교 부천성모병원 등 다른 산하 병원으로도 확산된 바 있다.
부천성모병원 역시 AI 음성인식 기반 Voice ENR 시스템을 도입해 운영 중이며, 약 98% 수준의 음성 인식 정확도를 바탕으로 병동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기록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기존 저사양 PDA를 대체하는 모바일 단말기 도입과 통합의료정보시스템 연동을 통해 중복 입력을 줄이고 업무 효율을 높인 점도 특징이다.
더 나아가 해당 시스템은 기록 기능을 넘어 환자 확인, 투약, 검사 과정까지 확장 적용되며 임상 전반의 안전 관리 도구로 진화하고 있다. 바코드 스캔과 실시간 처방 대조를 통해 근접오류를 줄이고, 기록은 자동으로 전자의무기록에 반영된다. 이는 의료진 간 정보 공유의 정확성과 속도를 동시에 개선하는 효과로 이어진다.
이번 사업을 주도한 서울성모병원 김혜경 간호부원장은 "AI·모바일 기술의 융합은 단순한 최신 기술의 도입을 넘어 소모적인 행정 업무를 최소화하고 돌봄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업무 효율을 극대화하고, 환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미래형 스마트 간호 모델을 지속적으로 선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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