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 이지현 기자] 2026년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마무리되면서 국내 주요 제약사들의 세대교체 지형도가 완성됐다. 제약 2세, 3세들이 직접 설계한 '미래 먹거리' 파이프라인의 실체를 주주들에게 검증받는 분기점이 됐다는 평가다.
2, 3세 후계자들은 이번 주총에서 과거 전통적인 복제약(제네릭) 중심의 영업에서 탈피해 비만, MASH(대사기능장애 관련 지방간염), 심지어 우주 헬스케어까지 후속 파이프라인을 다각화했다.
■ 제약업계, R&D 파이프라인 구축 본격화
일동제약그룹 윤웅섭 회장은 올해 초 2014년 대표 취임 후 약 12년 만에 그룹 회장으로 승진하며 3세 경영 시대를 본격화했다.
일동제약 주주총회 이슈는 다른 제약사와 마찬가지로 R&D 기반으로 한 미래먹거리. 윤 회장은 경구용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 'ID110521156'을 핵심 파이프라인으로 내세웠다.
해당 후보물질은 최근 진행한 임상 1상에서 체중 감량 효과는 물론 내약성이 뛰어난 것을 확인, 임상 2상을 준비 중으로 이후 글로벌화까지 넘보고 있다.

이외에도 대원제약과 공동으로 칼륨경쟁적 위산분비억제제(P-CAB) 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ID120040002'를 개발 중으로 신약 R&D중심의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보령 또한 주총에 참석한 주주들의 질문은 R&D 성과에 초점이 맞춰졌다. 김정균 대표는 이번 주주총회에서 우주 공간의 미세중력을 활용한 신약 후보물질 탐색 및 의약품 제조 인프라 구축 계획을 직접 설명했다.
김 대표는 국내 만성질환·항암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와 더불어 필수의약품 공급자로서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에 집중할 예정이다.
김정균 대표는 오는 2030년까지 국내에서 특허 만료가 예정된 주요 바이오의약품 시장이 약 2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면역항암제 등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을 적극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지난 2025년 사노피로부터 탁소텔(Taxotere) 사업을 1억 6100만 유로에 인수, 필수의약품 공급자로서의 역할을 강화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보령 측은 이를 통해 페니실린 등 기초 필수의약품의 안정 공급 체계 강화도 병행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몇년 전부터 내세우고 있는 '우주 생명과학 연구 인프라' 사업도 지속한다. 이미 저궤도 우주 환경에서 생명과학 실험 기반을 준비 중이다.
동화약품은 지난해 윤인호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R&D연구와 더불어 해외 진출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과거 OTC중심에서 ETC 비중을 점차 늘려가면서 개량신약 개발도 병행 중이다.
실제로 지난해 제2형 당뇨병 치료제 '엠플디엠메트서방 10/1000㎎(DW6014)'과 '엠플디엠메트서방 25/1000㎎(DW6015)' 등 개량신약 2종의 품목허가를 획득했으며 연내 출시 예정이다.
지난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DW6017' 임상 허가를 신청하는 등 R&D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더이상 OTC에 머물지 않고 ETC로 제품군을 지속 확대하면서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추진하겠다는 전략이다. 여기에 베트남 진출을 통한 또 다른 파이프라인 구축도 한창이다.

전통적인 내수 강자들의 후계자들은 '디지털'과 '건기식'에서 해법을 찾고 있다.
삼진제약 조규석·최지현 대표는 이번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재선임되며 공동 경영 체제를 공고히 했다. 이들은 '게보린'으로 대변되는 노후화된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건기식 브랜드 '위시헬씨'를 강화하고, 웨어러블 심전도 기기 등 디지털 진단 영역을 차세대 수익원으로 육성 중이다.
광동제약 최성원 회장 역시 음료 사업에 편중된 매출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비만 치료제 등 신규 파이프라인 도입과 더불어 AI 기반의 헬스케어 플랫폼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후계 경영인들이 제시한 청사진에 일단 긍정적인 점수를 주면서도, '실질적 성과'에 대한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2·3세 경영인들이 과거와 달리 R&D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글로벌 트렌드 변화에 민감한 것은 고무적"이라면서도 "약가인하 등 악조건 속에서 R&D 비용을 감당하며 가시적인 임상 결과나 매출을 언제쯤 보여줄 수 있느냐가 경영권 안착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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