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위험비(Hazard Ratio) 0.16이라는 수치는 현대 심혈관계 약제에서 보기 힘든, 마치 항생제 없는 시대에 페니실린이 등장한 것과 같은 혁명적인 결과다."
최근 폐동맥고혈압(Pulmonary arterial hypertension, PAH) 치료 현장의 시선은 지난해 7월 국내 허가를 받은 액티빈 신호전달 억제제(ASI) '윈레브에어(소타터셉트, 한국MSD)'에 쏠려 있다.
20년 만에 등장한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가 '허가-평가-협상(허평협)' 병행 시범사업 대상으로 선정되며 급여권 진입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서울아산병원 김대희 심장내과 교수(폐고혈압·정맥혈전센터장, 대한폐고혈압학회 총무이사)를 만나 변화하는 PAH 치료 패러다임과 혁신 신약의 급여 필요성에 대해 들어봤다.
"사망 위험 84% 감소…초기 병용요법 중요"
우선 김대희 교수는 윈레브에어의 등장을 폐동맥고혈압 치료 역사상 가장 획기적인 변화로 규정했다.
기존 ▲엔도텔린 경로 표적치료제(ERA) ▲일산화질소 경로 표적치료제(PDE5i) ▲프로스타사이클린 경로 표적치료제(PCA) 계열 약제들이 주로 혈관 수축을 막거나 이완하는 방식이었다면, 윈레브에어는 혈관 내피세포의 비정상적인 증식을 억제해 두꺼워진 혈관 벽을 정상에 가깝게 회복시키는 '역재형성(Reverse Remodeling)' 기전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김대희 교수는 "윈레브에어의 주요 임상인 STELLAR 연구를 보면, 기존 치료를 받고 있던 환자들에게 이 약을 추가했을 때 임상적 악화나 사망 위험이 무려 84% 감소했다"며 "일반적인 심혈관계 약제의 위험 감소 폭이 10~30%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믿기 힘든 수치"라고 설명했다.
그는 "단순한 증상 완화를 넘어 질병의 경과 자체를 바꾸는 '질병 수정 치료제(Disease Modifying Agent)'로서의 가치를 입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김대희 교수는 '관해(Remission)'라는 개념을 언급하며 환자들의 삶의 질 개선으로 이어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김대희 교수는 "임상 참여자의 약 5%는 폐고혈압 수치가 정상화되는 수준까지 호전됐다"며 "24시간 내내 펌프를 몸에 달고 살아야 했던 레모둘린 주사제를 감량하거나 중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최근 임상현장에서 강조되고 있는 폐동맥고혈압 치료의 핵심은 '초기 집중 치료'다.
김대희 교수도 진단 후 1년 이내에 환자를 저위험군(Low-risk)으로 전환하는 것이 장기 예후를 결정짓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진단 초기 환자를 대상으로 한 HYPERION 연구에서도 윈레브에어는 사망 위험을 76% 줄였다"며 "이미 세계폐고혈압심포지엄(WSHP) 등 글로벌 가이드라인은 초기 2제 병합요법 후 저위험군에 도달하지 못하면 즉각 윈레브에어를 추가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대희 교수가 총무이사로 활동 중인 대한폐고혈압학회에서도 이 같은 글로벌 진료 트렌드를 반영해 진료지침 개정을 준비 중이다.
김대희 교수는 "국내 지침에도 초기 병용요법과 윈레브에어 활용안을 담아 올해 발표할 예정"이라며 "하지만 현행 급여 체계에서는 여전히 순차적 투여를 강요받고 있어, 발견 시기와 중증도에 맞는 강력한 초기 치료를 시작하기 어려운 제도적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사회적 가치 충분, 경제성 평가 문턱 낮춰야"
김대희 교수의 지적처럼 현재 윈레브에어는 정부의 '허평협' 시범사업 대상으로 빠른 급여 등재가 기대됐지만, 약가 협상 과정에서 경제성 평가(ICER)의 벽에 부딪혀 있다.
연간 2억 원에 달하는 미국 약가를 기준으로 할 때, 국내 희귀질환 급여 임계값(약 4500만원)을 훌쩍 넘기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김대희 교수는 "윈레브에어는 폐이식 대기 기간이 250일에 달하는 국내 상황에서 환자를 이식 단계까지 가지 않게 할 수 있는 절실한 약제"라며 "혁신 신약에 대해서는 ICER 임계값을 탄력적으로 적용하거나 가중치를 부여하는 전향적인 정책 결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특히 그는 초기에 집중적으로 치료해 질병의 진행을 막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전체 의료 비용을 더 절약할 수 있는 길이라는 점이 반영되길 기대했다.
김대희 교수는 "초창기에 집중적으로 치료하여 질병의 진행을 막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전체 의료 비용을 더 절약할 수 있는 길이라는 점이 반영되면 좋겠다"며 "HYPERION 연구 결과처럼 진단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더라도 2제 병합요법 중 저위험군에 도달하지 못한 환자까지 급여가 확대되는 것이 현장의 바람"이라고 전했다.
그는 "국내 전례상 초기 환자까지의 전면 확대가 어렵다면, 최소한 2제 병합요법을 사용 중인 '중등도 위험' 환자들에게 3제 요법으로 윈레브에어를 추가할 수 있는 방향까지는 급여가 열려야 한다"며 "이것이 임상 현장에서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보험 기준"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PAH가 한 가정의 중심인 30~50대 여성에게 집중된다는 점(에스트로겐 파라독스)을 상기시켰다.
그는 "환자의 상당수는 한 가정의 중심인 '엄마'들"이라며 "에스트로겐이 발병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에스트로겐 파라독스' 때문인데, 이들이 다시 일상으로 복귀해 가족과 함께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단순히 의료비 절감을 넘어선 사회적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김대희 교수는 이어 "진단 기간이 과거 2.5년에서 단축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미발견 환자가 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전문 센터에서의 조기 진단과 함께, 윈레브에어가 2제 병용 중인 중등도 위험 환자들에게까지 이상적인 급여 기준을 갖춰 도입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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