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를 깎아 신약 개발을 촉진하겠다는 접근은 정책의 출발점부터 어긋나 있다. 재정 절감과 산업 육성은 동일한 수단으로 해결할 수 없다"
목원대 보건의료행정학과 권혜영 교수(약사 출신)는 21일 메디칼타임즈와 인터뷰를 통해 제네릭 약가 정책을 신약 연구개발(R&D) 촉진 수단으로 연결하려는 정부의 계획에 대해 회의적 입장을 밝혔다.

권혜영 교수는 "제네릭 정책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재정 절감"이라며 "약가 인하와 신약 개발을 같은 선상에 놓는 것 자체가 구조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20년 가까이 유사한 정책이 반복돼 왔지만, 제네릭 약가 조정이 신약 개발로 이어졌다는 명확한 근거는 없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특히 혁신형 제약기업 지정 기준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현재 제도는 매출 대비 R&D 비중을 일정 수준 이상 충족하면 혁신형으로 분류하지만, 이는 기업 규모 차이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매출 1조 원 기업의 R&D 5%와 매출 100억 원 기업의 5%는 절대 금액에서 전혀 다른 의미"라며 "신약 개발은 퍼센트가 아니라 실제로 얼마를 투자하느냐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소규모 기업이 일정 비율을 맞췄다고 해서 신약 개발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기준 자체가 신약 개발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약가 우대 정책이 신약 개발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권 교수는 "약가를 보존해주거나 인하 폭을 줄여주는 정책은 신약 개발 역량이 있는 기업보다 오히려 영세 제약사에 더 큰 체감 이익을 준다"며 "그 결과 리베이트에 의존하는 구조가 유지되고, 산업 구조가 정리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약 개발이 가능한 몇몇 기업이 원하는 것은 약가 인하 회피가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가격, 그리고 직접적인 R&D 지원"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원하는 재정 절감 효과를 높이기 위한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단순 약가 인하가 아닌 사용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봤다.
권 교수는 "재정 절감은 가격만 낮춘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며 "가격과 사용량을 함께 봐야 한다. 가격을 낮춘 약이 실제로 더 많이 사용되도록 만드는 구조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현재 제네릭 시장이 가격 경쟁이 아닌 리베이트 경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기업 입장에서는 가격을 낮춰도 사용량이 늘지 않으니 자발적으로 가격을 내릴 이유가 없다"며 "정부가 가격 인하가 시장 점유율로 연결되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신약은 기업이 아닌 생태계 문제…구조적 한계 인정해야"
권 교수는 한국에서 블록버스터 신약이 나오기 어려운 이유를 약가나 제도보다는 산업 생태계 전반에서 찾았다.
그는 "신약 개발은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 되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기초과학, 연구 인력, 벤처, 자본, 대기업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생태계가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교육과 연구 기반의 취약성을 가장 큰 한계로 꼽았다. 권 교수는 "기초과학 연구 인력이 충분히 양성되지 않고, 우수 인재가 연구 현장으로 유입되지 않는 상황에서 신약 개발을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제약산업의 신약 개발 방식과 비교하면 한국의 구조적 한계는 더 분명해진다는 설명이다.
그는 "글로벌 빅파마들은 벤처에서 개발된 기술을 적극적으로 인수·합병(M&A)하며 신약을 만든다"며 "작은 벤처가 아이디어를 만들고, 이를 대형 제약사가 사들이는 순환 구조가 작동한다"고 말했다. 반면 국내에서는 벤처와 대기업 간 연결이 원활하지 않고, 기술 이전이나 전략적 제휴도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이런 점에서 권 교수는 한국 제약산업의 현실적인 방향으로 CDMO(위탁개발생산)와 바이오시밀러를 꼽았다.
그는 "신약 개발은 이미 글로벌 경쟁에서 상당히 늦은 상태"라며 "CDMO는 기술 장벽이 높고, 아무나 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라는 점에서 오히려 전략적으로 타당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CDMO를 통해 기술과 인력을 축적하고, 그 과정에서 일부 기업이 신약 개발 역량을 갖추는 것이 현실적인 경로"라고 전했다.
권 교수는 "신약 개발을 이야기하려면 정책 하나를 고치는 문제가 아니라 산업 생태계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부터 논의해야 한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상징적인 약가 정책이 아니라, 연구와 기술이 실제로 연결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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