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좀 오래 지난 일이지만 올해 8월26일, 한미정상회담이 있었다.
회담 말미에 "트럼프 대통령은 피스 메이커(Peace Maker), 나는 페이스 메이커(Pace Maker)"란 이대통령 말이 회자되었다.
'페이스메이커'란 단어가 자주 등장하는 곳은 마라톤 경기다.
42.195km를 뛰는 데 만약 자기속도(pace)를 조금이라도 잃으면 평소기록 조차도 달성할 수 없다.
자기속도를 약간 웃도는 속도를 지속해야만 기록을 갱신할 수 있다.
페이스메이커는 주인공이 자기속도를 유지하되 개인역량을 최대한 발휘하게 '바로 옆에서 같이 뛰는' 조연이다.
심지어는 기록갱신을 위해 페이스메이커 실험도 있었다.
비공식적 기록이지만 마라톤 기록 2시간 벽을 깨기 위해 이벤트였다.
2019년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당시 최고 기록보유자인 케냐의 엘리우드 킵초게(Eliud Kipchoge)가 뛰고 총 41명의 세계 최정상급 페이스메이커들이 팀을 이뤄 교대로 뛰며 킵초게의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해 결국 1시간 59분 40초 기록을 달성했다고 한다.
우리는 페이스메이커들이 누구인지 모른다.
어쩌면 그들의 이름은 알고 싶지도 않고 밝혀지지도 않는다.
영화에서 조연과 달리 페이스메이커는 엔딩자막에도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우승자와 기록갱신자들에게는 너무 나도 고마운 분들이다.
2년전 여름, 후배들과 같이 바로셀로나 몬주익 언덕Parc de Montjuic에 올랐다.
황영조선수가 1992년 8월 9일 바로셀로나 올림픽 마라톤 우승한 그 언덕에서 인증샷을 찍는 것이 목표였다.
언덕을 오르기에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갈까? 잠시 고민도 했다.
유대인들이 모여살던 언덕(Mont+juic) 황영조선수는 그렇게 시종일관 이를 악물고 뛰었다
가끔 뒤를 돌아보며 뛰고 또 뛰었다.
마지막 4km가 다 언덕길이다.
당시 황영조선수는 페이스메이커가 있었을까?
그 어디에도 황선수에게 페이스메이커가 있었다는 흔적이 없다.
그럼 어떻게 그 지옥의 언덕을 1등으로 달렸을까?
황영조선수는 자신이 페이스메이커를 스스로 지정하여 수시로 그를 보며 뛰었다.
끝까지 같이 뛰어준 2위 선수, 일본의 모리시다다.
마라톤선수가 페이스메이커를 감독이 지정해주거나 아니면 같이 뛰는 선수들 중 하나를 선정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기록갱신에는 거리가 멀어진다.
감독과 국민의 기대에도 멀어진다.
자기 분수를 오버하게 되어 지치고 결국 포기하게 된다.
복잡하고 어려운 일을 하는데 있어서 페이스메이커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단독으로 마라톤을 뛰는 것과 같다.
팀장이 같이 논의할 만한 페이스메이커를 지정해 주는 것은 생큐이다.
지정을 안해주면 황영조선수처럼 스스로 지정하여 내 속도(pace)를 조절한다.
같이 뛰어주는 사람이 있다.
동조하는 사람이 있다.
같은 방향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있다면 경쟁자도 좋고 우리팀원이라도 좋다.
그가 나의 페이스메이커다.
나는 지금 복잡하고 어려운 업무를 논의할 [페이스메이커]를 가지고 있는가?
나는 지금 다른 직원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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