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유지의료법에 대한 의료계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이 법안은 국가의 의무를 민간에 부당하게 전가하며 헌법상 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비판이다.
13일 미래의료포럼은 입장문을 내고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이 발의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응급실·중환자실 등 국민 생명·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필수적인 의료 행위 유지는 국가의 의무임에도, 개정안은 이를 민간 의료 기관에 강제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포럼은 법안에 포함된 '누구든지 정당한 사유 없이 필수유지 의료 행위의 유지, 운영을 정지, 폐지 또는 방해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조항을 '반헌법적 선언'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한 사유'의 모호성으로 인해 의료진의 휴직, 사직, 이직의 자유와 의료 기관의 재산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강력한 처벌 조항이 직업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또 포럼은 의료인과 의료 기관이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고용된 관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집단 행동 시 복지부 장관에게 통보해야 한다는 조항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근로자와 사업주의 관계가 아닌 의료인에게 불필요한 의무를 부과하는 행위라는 것.
필수유지 의료 행위 운영 협의회 구성에 대해서도 비판 목소리를 냈다. 협의회가 유지 기준을 정하게 되지만, 20명 이내의 위원 중 실제 실무 경험이 있는 의료인 단체 소속은 4명뿐이라 실효적인 기준 결정이 어려울 것이라는 진단이다.
이에 따라 포럼은 이 법안이 발효될 경우, 현재도 기피되는 필수 의료 분야에서 의료 인력의 이탈을 더욱 가속화하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포럼은 "앞서 지적한 직업의 자유 침해나 의료 기관의 재산권 침해 문제 등으로 민간 의사의 자유가 박탈된다는 것이 예상된다. 실제 발효되기 전 해당 영역의 의료진들은 이탈할 것"이라며 "앞으로 배출될 의료진들 역시 더더욱 필수유지 의료에 종사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가뜩이나 기피하고 있는 필수 의료 분야를 해선 안 될 또 다른 이유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제로 명령하는 법을 만들 수는 있지만, 의료진이 없는 환자는 살 수 없다. 이 법안은 국민의 질병과 건강을 지킬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국민들로부터 응급, 중증 의료를 박탈 시키는 법안이다. 조속히 이 법안을 철회하기 바란다. 피해는 환자들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 역시 이날 보고서를 내고 이 법안은 입법 취지와 달리 헌법적 기본권 침해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의료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만큼, 법안을 폐기해야 한다는 요구다.
병의협은 해당 법안이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법적·제도적 문제를 안고 있다고 밝혔다. 환자 생명권 보호라는 목적은 인정되나, 형사 처벌까지 부과하는 것은 의료인의 직업 수행의 자유와 단체 행동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과잉 금지 원칙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진단이다.
특히 필수유지 의료의 범위를 대통령령에 위임한 것은 국민의 기본권 제한 사항을 법률로 명확히 정해야 하는 법률 유보 원칙에도 위배될 수 있다고 봤다.
노동조합법과의 형평성 상실도 문제로 꼽았다. 일반 노동 분야의 노동조합법상 필수 유지 업무 제도는 노사 자율 협의를 통해 최소한의 서비스 수준을 정한다. 하지만 이 법안은 의료인 단체에 대해 정부가 일방적으로 유지 기준을 정하도록 강제하며, 이는 다른 보건 의료 직역과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
기존 법령과의 중복도 있다. 현행 의료법 제59조(업무 개시 명령)가 이미 정부에 의료인 파업 강제 중단권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별도의 처벌 규정을 신설하는 것은 이중 규제의 소지가 있으며, 기존 의료법 59조 자체의 위헌 논란을 심화시킨다는 분석이다.
협의회는 이 법안이 지방 의료 인력난 등 필수 의료 공백의 구조적 원인을 외면한 채 규제와 처벌만 앞세워 오히려 해당 분야의 기피 현상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해외 주요국 사례를 볼 때도 대부분 의사의 단체 행동권을 인정하되, 정부와 의료인 간의 신뢰와 대등한 협상을 통해 필수 서비스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협의회는 필수 의료 확보를 위해 처벌 위주의 법안을 폐기하고 다음과 같은 근본적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를 위해 적정 수가 인상, 위험 보상제 도입, 의료 과오에 대한 형사 처벌 부담 완화 등 필수 의료 인력 확충을 위한 실질적 대책을 우선해야 한다는 요구다.
또 정부와 대한의사협회가 참여하는 사회적 협의 기구를 설치해 주요 정책을 합하고 결정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일정 규모 이상 의료 기관 의사들의 노조 결성을 인정하고, 노조·병원 간 필수유지 의료 협정을 체결하도록 해 권리와 책임을 균형 있게 부여해야 한다고 봤다.
병의협은 "이 법의 입법 취지에서 주장하는 필수 의료 공백 방지라는 목표가 중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이견이 없다"며 "다만 그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에 있어서 권위주의적 통제 방식은 한계가 분명하다. 의료인들의 자발적 협조와 사명감 고취를 이끌어내는 방식이어야만 실효성을 거둘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입법자는 국민의 생명권과 의료인의 기본권을 조화시키겠다는 초심으로 돌아가, 무엇이 근본적인 해결책인지 성찰해야 한다. 의료계도 환자 안전을 최우선에 두면서 합리적 대안 제시와 자기 쇄신 노력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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