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비밀번호 변경안내 주기적인 비밀번호 변경으로 개인정보를 지켜주세요.
안전한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3개월마다 비밀번호를 변경해주세요.
※ 비밀번호는 마이페이지에서도 변경 가능합니다.
30일간 보이지 않기
  • 병·의원
  • 중소병원

'집으로, 집처럼' 철학으로 50년 역사 써온 정신병원

발행날짜: 2025-10-21 05:33:00

[기획]지역의 숨은 공공의료 파수꾼, 의료법인 병원을 찾아서
⑪ 계요의료재단 국내 최대 규모 정신병원 계요병원
환자가 직원 된 기적, 정신질환 단계별 맞춤 치료의 힘

경기도 의왕시에 위치한 계요병원에 들어서는 순간, 쾌적하고 아늑한 분위기에 정신병원에 대한 선입견은 한순간 사라진다. 천장이 높고 자연광이 충분히 들어오는 공간에는 편안한 소파와 아름다운 조경이 어우러져 있다. 건물간 이동하는 복도 벽면에는 환자들이 그린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어 따뜻함을 더한다. 무엇보다 이곳을 오가는 직원들의 표정이 밝고 자연스럽다.

이런 환경은 우연이 아니다. 계요병원 이경은 이사장은 공간이 주는 치유의 힘을 강조했다. "과거에는 정신병원에 대한 선입견이 매우 컸습니다. 정신병원에 온다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었죠. 그래서 환경부터 바꿔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들어오는 순간부터 힐링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로비 리모델링을 가장 먼저 시작했습니다."

이런 세심한 배려는 계요병원의 규모를 알고 나면 더욱 놀랍다. 현재 국내 운영 중인 정신병원 중 가장 큰 규모이기 때문이다. 정신과 800병상과 노인병원 170병상을 합쳐 총 970병상을 운영한다. 상당수 대형 정신병원들이 병상을 축소하고 잇따라 문을 닫으면서 계요병원이 사실상 전국 최대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계요병원 전경

"예전에는 큰 정신병원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정책적인 영향으로 대부분 문을 닫거나 규모를 대폭 줄였습니다."

대형 정신병원이 문을 닫는 상황에서 계요병원은 어떻게 50년 역사를 유지하고 있을까. 이경은 이사장은 '본질'에 충실한 치료를 이유로 꼽았다.

계요병원은 총 8층 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1층은 로비와 영상촬영실, 2층은 병동과 진료실, 주사실, 임상병리실, 뉴로모듈레이션센터, 3~7층은 각각 특성화된 병동으로 구성돼 있다. 8층은 행정부서와 대회의실이 위치해 있다. 각 층마다 넓은 복도와 충분한 휴게공간을 마련해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단계별 맞춤 치료 제공…차별화된 정신병원 운영 시스템

계요병원의 가장 큰 특징은 정신과 병동별로 각각 다른 역할을 하는 체계적 치료 시스템이다. 단순히 환자를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치료 단계와 중증도에 따라 세분화된 맞춤형 치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먼저 응급병동은 이상행동이 많고 자타해 위험이 있는 환자들도 있어 반드시 별도로 운영해야 한다고 판단, 별도로 운영 중이다. 응급병동 입원하는 환자들은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이 없기 때문에 치료 난이도가 높은 편. 상당수 정신병원들이 운영을 꺼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복도에는 환자들이 직접 그린 그림이 전시돼있다.

최근 정부에서 관심을 갖고 수가 신설을 검토 중인 급성기 병동도 운영 중이다. 급성기 환자들에 대한 조기 개입과 집중 치료를 통해 만성화를 방지하는 것을 목표로 운영하며 현재 남녀 각각 1개 병동을 운영 중이다.

응급-급성기를 지나 증상이 안정화 되면 프로그램 병동으로 이동해서 치료 과정을 거친다. 이곳에서는 사이코드라마부터 인지행동치료, 사회기능훈련, 오락치료까지 사회복귀를 위한 종합적인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마지막으로 재활병동에서는 재할치료과정을 거친 환자들이 퇴원을 하거나 개방병동으로 옮겨 사회복귀를 준비하게 된다.

"치료 과정이 처음 응급으로 들어왔을 때와 퇴원할 때가 완전히 달라요. 단계별로 적절한 치료와 프로그램을 받으면서 점진적으로 회복되는 거죠."

계요병원에서 퇴원은 치료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LTC(Life Training Center)라 불리는 낮병원에서는 퇴원한 환자들이 지역사회에 적응하면서도 병원과의 연결고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특히 낮병원에 들어서면 커뮤니티센터 같은 밝은 분위기가 반긴다. 넓은 로비에는 회원들(환자들을 회원이라고 부른다)이 편안하게 담소를 나누고 있다.

이곳에서는 환자 특성에 맞는 체력 관리, 인지 재활, 사회 기능 훈련 등 세 방향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학교로 치면 담임선생님 같은 개념으로 각 회원마다 담당자가 있어서 개별 계획을 세우고 관리하는 식이다.

여기서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직업재활 프로그램. 현재 편의점 개설을 준비 중으로 회원들이 직접 운영하면서 사회복귀를 위한 기본기를 익히는 것을 돕는 프로그램이다.

이런 노력의 결실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환자에서 직원이 된 사례다. 환자로 입원했다가 직업재활 프로그램을 거쳐 주방에서 (파트타임이지만)직원으로 채용돼 근무하는 것 자체가 어떤 것보다 자존감을 올려주는 일이다.

낮병원에서 자원봉사자가 환자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사회복귀 연습을 하는 모습
낮병원에서 자원봉사자가 환자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사회복귀 연습을 하는 모습

가족치료·알코올치료·치매센터 등 특화된 진료 '전문성' 유지

이런 체계적인 치료 과정에서 계요병원이 특히 중시하는 것은 가족의 역할이다. 병원은 가족을 단순한 보호자가 아닌 치료의 동반자로 여긴다.

이 같은 이유로 가족교육센터에서는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가족교육을 실시한다. 정신질환에 대한 이해는 물론, 이상행동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어떻게 도와줘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시간을 갖는다.

이런 접근법의 바탕에는 이경은 이사장의 확고한 치료 철학이 있다. "가족지지 프로그램도 있어요. 환자가 입원해 있는 병동 간호사들과 가족이 함께 소모임을 갖는 거죠. 좀 더 개인화된 정보를 공유하면서 가족들이 치료자로 함께 설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 이사장은 정신질환을 고혈압이나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우울증은 감기에 비유하기도 하지만, 조현병이나 조울병 같은 중증질환은 평생 관리가 필요해요. 약을 끊고 완전히 나았다고 생각하면 안 되고, 지역사회에서 지속적으로 관리받으면서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이런 체계적인 치료 시스템에 첨단 기술까지 더해지면서 계요병원의 치료 효과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2층 뉴로모듈레이션센터에는 최첨단 장비들이 자리하고 있다. DTMS(Deep Transcranial Magnetic Stimulation) 장비는 뇌를 자극해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치료하는 비약물적 치료기기다.

해당 치료를 맡고 있는 의료진은 "약물 부작용이 있거나 약물 복용을 거부하는 환자분들에게 매우 유용해요. 약물과 동등한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집중력이 향상되고 활동도 많아지며 안색도 맑아지는 효과를 보고 있다.

계요병원에서 활동치료 중인 모습

계요병원의 전문성은 일반 정신질환 치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30년 전부터 시작된 알코올중독 전문 치료는 이 병원의 또 다른 자랑거리다.

"알코올 환자분들은 다른 정신과 환자들보다 몇 배 더 힘들어요. 하지만 그만큼 보람도 있죠." 알코올중독 환자들을 위한 별도 병동 운영은 물론, 송년회, 야유회 등 다양한 모임 활동도 지원하고 있다.

이런 전문적 치료는 퇴원 후에도 계속된다. 지역사회 AA(알코올중독자 자조모임)를 위해 병원 강당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다. "일주일에 한 번씩 저녁에 지역 알코올중독자들이 와서 자조모임을 가져요. 혼자서는 절대 버틸 수 없거든요. 이것도 지역사회 정신건강을 위한 일이니까 당연히 도와야죠."

계요병원의 사회적 책임은 치매센터로도 이어진다. 2002년 개원한 노인병원은 170병상 중 70병상을 치매센터로 운영 중이다. 치매센터는 수가가 낮아 경영이 어려워 대부분의 병원이 기피하는 영역이지만, 계요병원은 지역사회의 필요에 응답하고 있다.

"치매 환자 수가는 다른 정신과 환자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낮아요. 그렇지만 저희가 정신병원과 노인병원을 운영하는 이상, 함께 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치매센터는 환자의 특성을 고려해 특별히 설계됐다. 복도가 일반 병동보다 훨씬 넓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치매 어르신들은 계속 돌아다녀야 해요. 트랙처럼 빙빙 돌 수 있게 만들고 싶었는데 구조상 어려워서 복도를 최대한 넓혀서 활동하는데 문제가 없도록 했어요."

계요병원은 응급입원과 지역사회기여 차원에서 국가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실제로 경기도, 경찰청과 협력해 정신응급환자 공공병상을 운영 중으로 자타해 위험이 높은 정신응급환자의 입원을 해결함으로서 사회안전망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다. 또 의왕시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위탁운영 중이다.

특히 서울구치소, 수원구치소, 안양교도소의 수용자들의 정신질환자 진료를 통해 출소 후 사회복귀를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23년 보건의 날 대통령표창을 비롯해 보건복지부, 경찰청 등으로부터 표창을 받았으며 오는 10월 15일 정신건강의 날을 맞이해 진료원장이 보건복지부장관상을 수상할 예정이다.

계요병원 노인병원에서는 재활치료도 함께 하고 있다.

설립자 이규항 박사가 꿈꾸던 정신병원 현실로

이런 다양한 치료 서비스가 가능했던 것은 5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축적된 경험과 지역사회와의 신뢰 때문이다. 1974년 40병상의 안양신경정신병원으로 시작된 계요병원은 의왕시와 함께 성장했다. 설립자인 이규항 박사는 군 복무 중 미국에서 본 선진적인 정신병원에 감명받아 "우리나라에도 그런 병원을 만들어보자"는 꿈을 키웠다.

이규항 박사 눈에 비친 미국의 정신병원은 푸른 초원 위에 세워진 아름다운 정신병원이었다. 환자들이 자유롭게 치료받는 모습을 보고 우리나라에도 그런 병원을 만들고 싶었던 것.

그가 계요병원 터를 잡았을 당시 의왕은 완전한 산골로 그가 꿈꿨던 정신병원의 모습이 가능했다. 하지만 의왕시 도시개발이 진행되면서 현재에 이르렀다. 병원 뒤편에 펼쳐진 넓은 정원은 자연스럽게 지역사회와 어우러지고 있다.

계요병원의 사회적 기여는 환자 치료와 정보 제공에만 그치지 않는다. 정신과 전문의 수련병원일 뿐만 아니라 정신보건 전문요원(임상심리사, 정신건강간호사, 정신보건사회복지사) 수련기관이기도 하다. "진짜 종합적인 정신건강 전문인력 수련기관이에요."

R&D센터를 운영하며 지속적인 연구 활동도 펼친다. "수련을 하려면 공부를 해야 해요. 전문의 선생님들도 전공의들을 가르치기 위해 계속 연구하고 논문을 써야 하죠. 학회 참석도 병원에서 적극 지원합니다."

현재 정신과 전문의 13명, 노인병원 전문의 5명, 전공의 3명(의정갈등으로 1명 부족) 등 총 21명의 의사가 근무하고 있다. 이들이 축적하는 지식과 경험은 다음 세대 의료진에게 고스란히 전수하는 수련병원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경은 이사장

설립자의 치료 철학…변함없이 유지

이 모든 변화와 도전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본립이도생(本立而道生) - 근본이 바로 서야 길이 생긴다"는 이경은 이사장의 경영 철학이다. "정신과 치료의 본질은 환자를 낫게 하는 것이에요. 그 본질을 잃지 않으려고 합니다."

이런 철학은 병원 곳곳에서 구체적으로 실현되고 있다. "저희 목표는 '집으로, 집처럼'이에요. 치료해서 집으로 보내는 것이 1차 목표고, 그게 어려운 분들은 여기를 집처럼 편안하게 느끼실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이경은 이사장은 직원들과의 대화에서 나온 재미있는 일화도 소개했다. "직원들이 '환자가 다 나으면 우리는 어떡해요?'라고 농담으로 묻기도 해요. 그럼 '그때는 다른 일을 하면 되지, 얼마나 좋은 일이냐'고 대답해요."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우리는 환자들이 지역사회에서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입니다. 50년 동안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로 그 목표를 달성해나가겠습니다."

이경은 이사장의 말에서 50년 역사의 무게와 함께 미래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느껴졌다. 계요병원은 단순한 치료기관을 넘어 지역사회 정신건강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댓글
새로고침
  • 최신순
  • 추천순
댓글운영규칙
댓글운영규칙
댓글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으며 전체 아이디가 노출되지 않습니다.
ex) medi****** 아이디 앞 네자리 표기 이외 * 처리
댓글 삭제기준 다음의 경우 사전 통보없이 삭제하고 아이디 이용정지 또는 영구 가입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1. 저작권・인격권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2. 상용프로그램의 등록과 게재, 배포를 안내하는 게시물
3. 타인 또는 제3자의 저작권 및 기타 권리를 침해한 내용을 담은 게시물
4. 욕설 및 비방, 음란성 댓글
더보기
이메일 무단수집 거부
메디칼타임즈 홈페이지에 게시된 이메일 주소가 전자우편 수집 프로그램이나
그 밖의 기술적 방법을 이용하여 무단으로 수집되는 것을 거부하며,
이를 위반할 시에는 정보통신망법에 의해 형사 처벌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