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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암 인식 극적인 변화…그 중심엔 종양내과 자리"

발행날짜: 2025-09-25 05:30:00

[학회라운지] 박준오 대한종양내과학회 이사장(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죽는 질환에서 관리하는 질환으로…치료 기술·학회명칭 등 급변"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은 대한종양내과학회가 발자취를 돌아보고 있다. 2005년 불과 100명 미만의 회원으로 출발했던 작은 학회는 이제 종양내과 전문의만 800명을 넘어서는 국내 대표 암 전문 학회로 성장했다.

지난 20년은 한국 암 치료 패러다임의 격변기였다. 생존이 곧 사망 유예에 불과했던 시절에서, 표적치료제와 면역항암제의 등장으로 암을 '조절 가능한 질환'으로 바라보는 시대로 변화했다.

환자의 예후 및 암을 바라보는 인식이 드라마틱하게 바뀐 것은 긍정적이지만 종양내과 전공의 수가 줄어드는 현상은 암운을 드리운다. 미래 비전 선포식에 나선 종양내과학회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어떻게 판단하고 있을까. 박준오 이사장(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에게 '미래 비전'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20년 간 정체성 찾기 여정…학회 명칭부터 환골탈태

지난 20년 학회는 학회 명칭부터 치료 기술, 환자 인식에 걸쳐 드라마틱한 변화를 경험했다.

박 이사장은 "2005년 처음 학회가 출범했을 때만 해도 회원 수가 100명도 채 되지 않았다"며 "지금은 종양내과 의사만 800명이고 학회 전체 규모는 1500~2000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그는 "암 치료는 다학제적 접근이 중요하기 때문에 방사선종양학과, 종양외과 등 여러 분야가 함께 해야 한다"며 "이런 의미에서 처음은 각 구성원이 중요한 역할을 아우르는 이름으로 한국임상암학회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학회 내부에서 정체성이 불명확하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2017년 대한의학회 정식 회원 선정을 계기로, 다수 회원이 종양내과 의사라는 점, 또 미국처럼 Clinical Oncology(임상종양학)를 Medical Oncology(종양내과)와 동일하게 보는 흐름을 반영해 대한종양내과학회로 이름을 바꾸게 됐다"고 설명했다.

미국 ASCO 역시 American Society of Clinical Oncology라는 이름을 쓰지만 그 중심에는 종양내과 의사가 자리한다. ASCO의 Clinical Oncology라는 이름 속에 여러 진료과가 포함돼 있는 것처럼 종양내과를 전면에 내세워 여러 과를 아우르는 맥락으로 현재 명칭 변경이 이뤄졌다는 것.

대한종양내과학회의 정체성과 목표에 대해서도 박 이사장은 분명한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대한암학회는 우리나라 최초의 암 관련 학회라는 의미가 있고, 기초 연구와 임상 진료를 포괄하는 등 암 관련 학회마다 역할이 조금씩 다르다"며 "종양내과는 단순히 항암제를 투여하는 곳이 아니라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같은 역할을 한다"고 했다.

그는 "암 환자의 진단부터 치료, 그리고 생애 말기까지 환자의 여정을 계획하는 플래너로 환자의 전 생애에 걸친 암 치료 여정을 관리하는 것이 종양내과의 고유한 역할"이라며 "암 치료의 중심에서 다학제 협력을 조율하며, 새로 등장하는 항암 치료의 최전선에 있다는 것이 종양내과학회의 차별화된 정체성이자 앞으로도 지켜나가야 할 목표"라고 설명했다.

종양내과의 비중 변화는 치료 기술의 변혁에서도 확인된다.

박 이사장은 "미국 NCI에서 정리한 Cancer Research and Milestone 자료를 보면, 초창기 암 치료는 수술이나 방사선 같은 외과적 접근이 중심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새로운 항암제, 표적치료제, 면역치료제가 역사를 이끌고 있다"며 "종양내과는 비록 시작이 늦은 분과였지만, 현대 암 치료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외과나 방사선종양학 못지않다"고 강조했다.

■"암 걸리면 죽는다? 항암제의 발전이 인식 개선 견인"

박 이사장이 꼽은 지난 20년간 가장 큰 변화는 '인식 개선'이다.

그는 "2000년대 초반 글리벡, 이레사 같은 표적항암제가 등장하면서 암 치료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달라졌다"며 "2002~2003년에 글리벡을 처방했던 환자가 지금도 살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전 같으면 재발하거나 수술이 불가능하면 단기간 사망을 기정사실로 여겼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암을 당뇨·고혈압처럼 조절 가능한 질환으로 바라보는 시대로 전환됐다"고 회고했다.

적절한 항암제가 부족하던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수술이 어렵거나 수술 실패 시 암 환자는 죽음을 수용해야 하는 분위기였다. 반면 지금은 항암제와 면역치료를 통해 암을 일종의 만성질환처럼 관리할 수 있게 됐다. 그 가운데 환자들의 생존뿐 아니라 삶의 질 역시 극적으로 향상됐다는 것.

박 이사장은 "수술로 완치가 안 되면 치료의 기회가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최적의 항암제와 다학제 진료로 환자의 생존 기간과 삶의 질을 최대화할 수 있게 됐다"며 "조기에 수술로 절제가 가능하면 보조항암치료로 재발을 방지하고, 재발하거나 전이가 있으면 환자 상태에 맞춰 항암제, 표적치료, 면역치료 등을 조합해 최대한 삶의 질을 유지하게 한다"고 했다.

단순히 생존율만 보는 게 아니라, 환자의 삶 전체를 고려하는 접근이 필요하고 그 중심에 종양내과의사가 있다는 설명이다.

■갈 길 먼 종양내과학회, 향후 20년 미래는?

새로운 약제가 늘어날수록 사회적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고가 신약이 급속히 도입되면서 환자 접근성은 개선됐지만, 건강보험 재정과 사회적 지속가능성은 큰 도전 과제로 남았다.

박 이사장은 "연금제도처럼 사회가 얼마나 부담할 수 있을지 합의해야 한다"며 "지속 가능한 시스템 안에서 환자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허가와 급여는 예전보다 많이 개선됐지만 사회 전체가 감당해야 하는 비용 문제가 남아 있다"며 "치료 성과가 아무리 좋아도 지속가능하지 않다면 결국 환자에게 돌아가지 못한다"며 제도적 뒷받침을 촉구했다.

임상시험과 연구 기반 강화의 중요성도 거론됐다. 그는 "우리나라 환자들이 더 빨리 신약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학회 차원에서 글로벌 임상에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며 "국내 연구 인프라 확충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연구 인력은 부족하지만 내과 지원자 수 자체가 줄고 있다는 점은 종양내과의 또 다른 고민거리. 종양내과는 특성상 정신적 부담이 커 기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박 이사장은 "매년 20~30명 정도 배출되지만 점차 줄어드는 추세로 특히 종양내과는 환자에게 나쁜 소식을 전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정서적 소진이 심하다"며 "환자와 가족에게 생존 가능성, 치료 한계, 삶의 마지막 단계를 설명하는 과정은 의사에게도 큰 심리적 압박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멘탈적으로 강한 사람만이 버틸 수 있다는 그의 표현은 종양내과 의사의 심리적 압박감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대목. 다만 의학이 개인 맞춤형 치료, 정밀의학, 다학제 협업으로 재편되는 만큼 종양내과의 비전은 여전히 밝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그가 본 미래는 어떤 방향일까.

박 이사장은 "단순히 생존율만을 쫓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삶의 질과 사회 복귀까지 고려하는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환자가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을 넘어, 일상으로 돌아가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종양내과의 미래"라고 했다.

그는 "환자뿐 아니라 가족과 사회 전체를 포괄하는 통합적 암 관리가 필요하고 그 역할을 종양내과 의사가 할 수 있다"며 "학회도 연구 지원, 국제 협력, 후배 양성에 집중해 회원들이 더 나은 미래를 마주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박 이사장은 국내의 임상에 유리한 환경과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종양내과의 성장이 보다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종양내과를 선택한 이유는 연구가 곧 진료이고 진료가 곧 연구가 되는 과이기 때문이었다"며 "환자를 통해서 연구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이를 기반으로 기초연구든, 중계연구든 바로 적용해 볼 수 있는 건 종양내과의 매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이 임상의 메카로 불릴 정도로 거대하고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다"며 "이런 환경에서 남의, 다른 나라의 연구를 추종하는 게 아니라 본인 연구를 세계에 발표하고, 이를 통해 환자 예후 개선에 기여하는 보람은 모든 고됨을 상쇄하고도 남는다"고 했다.

그는 "종양내과 만큼 본인의 역량을 100%, 200% 발휘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며 "환자의 생명을 지키고 삶을 바꾸는 현장에 있다는 것은 큰 특권으로 종양내과를 선택한다는 건 환자의 삶을 바꾸는 여정에 동참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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