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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 청구 주체 논란...의료계·핀테크 기업들 사업권 침해

발행날짜: 2023-11-18 00:08:06

의·약 4단체 산업계와 간담회 보험업법개정안 문제점 지적
개원가 핀테크 서비스 안착했는데 공공에 송두리째 빼앗길판

민간 핀테크업체를 통해 이미 1000만 건이 넘는 실손보험 간편 청구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강제하는 보험업법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의료IT산업계가 관련 사업을 송두리째 뺏기게 될 위기에 놓였다.

17일 대한의사협회는 대한병원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대한약사회 등과 함께 '실손보험업법 관련 의·약 4단체 입장 및 의료IT산업계의 전송 시스템 구축현황과 효율적 대안' 간담회를 개최했다.

대한의사협회는 대한병원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대한약사회 등과 함께 '실손보험업법 관련 의·약 4단체 입장 및 의료IT산업계의 전송 시스템 구축현황과 효율적 대안' 간담회를 개최했다.

■자리 잡은 민간 실손보험 청구…2025년 90% 감당 가능

이날 간담회엔 비트컴퓨터·유비케어·지앤넷·하이웹넷·레몬헬스케어·메디블록 등 핀테크 업체 대표자들도 대거 참석했다.

이들 업체는 현재 자사 실손보험 간편 청구 서비스를 통해 최근 2~3년 만에 누적 1000만 건이 넘는 청구 대행이 이뤄진 상황을 조명했다. 이 속도대로라면 오는 2025년까지 실손보험 청구 건의 90% 이상을 감당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20여 개 업체와 연계해 실손보험 빠른 청구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앤넷은 2022년부터 올해 3분기까지 460만 건의 누적 청구 건을 대행했다. 특히 이 같은 청구 건은 올해 2분기부터 100만 건을 넘어섰는데 이번 4분기엔 137만 건의 청구 대행이 예상돼 600만 건이 넘는 이용량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레몬헬스케어의 경우 지난 2020년 실손보험 청구 서비스 '청구의 신'을 출시한 이후, 올해 말까지 300만 건의 누적 청구가 예상된다. 이들 2개 업체만 합쳐도 지금까지 1000만 건에 가까운 실손보험 간편 청구가 이뤄졌다는 뜻이다. 연계된 손해보험사 역시 30~40곳에 이른다.

특히 이들 업체는 서류 발급 없이도 실손보험을 바로 청구할 수 있는 자동 청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지앤넷의 경우 전자의무기록(EMR) 업체 유비케어와 함께 이르면 올해 안에 관련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유비케어가 1만8000여 곳의 동네 병·의원과 8000여 곳의 약국을 지원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향후 전국 95% 이상의 의료기관·약국에 '실손보험 빠른 청구'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업체 간 협력도 본격화…서류 발급 없는 자동 청구 가시권

레몬헬스케어 역시 관련 서비스 출시가 가시권에 들어왔는데, 환자가 알림톡을 통해 자동청구 서비스에 가입하면, 진료 후 곧바로 청구되거나 매달 지정일에 자동 청구되는 식이다.

하지만 보험업법개정안이 청구 방식을 중개기관이나 의료기관으로 강제하는 방향으로 시행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들 업체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안정권에 들어간 사업을 공공에 통째로 뺏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업체는 민간보험인 실손보험에 공공이 나서는 것 역시 부적절하다고 입을 모았다.

의료IT산업협의회 회장인 비트컴퓨터 전진옥 대표

의료IT산업협의회 회장인 비트컴퓨터 전진옥 대표는 현 상황에서 보험업법개정안을 시행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다고 지적했다.

보험사별로 다른 실손보험 청구 방식을 표준화하고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추가적인 시간과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또 유지보수에 막대한 비용 부담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미 민간을 통해 간편 청구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별도로 법안을 개정하는 조치는 불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이미 핀테크 업체를 중심으로 새로운 디지털 생태계가 구축돼 청구간소화가 시행 중이다. 실손보험 청구가 많은 의료기관은 이미 자율적으로 참여 중이며 시스템 구축 비용에 대한 실비 보상으로 시장이 형성됐다"라며 "앱으로 간편 청구가 가능하고 논스톱 전송 절차로 서류가 보험사에 직접 전달돼 민감한 의료정보 유출 문제도 해결된다"고 말했다.

이어 "청구책임을 요양기관에 이전할 경우 많은 문제점이 예상돼 청구 주체인 환자가 선택하고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법안 개정보단 보험사의 청구 프로세스 표준화 등 효율적인 운영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유비케어 노주현 전략기획실장 역시 그동안 핀테크 업체와 실손보험 간편 청구 서비스를 연계하며 이들의 서비스 역량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그는 "서비스 개발을 준비하며 기존 업체들과 일을 해봤는데 노하우가 많고 시스템도 표준화돼 있다. 이를 새로 구축한다면 오히려 서비스 품질이 저하되고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청구 방식을 획일화 하는 것보단 병·의원과 환자들이 직접 전송 방식을 선택할 수 있고, 민간 경쟁으로 서비스 발전을 고취하는 것이 긍정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실손보험 민간 보험인데…왜 공공이 나서 독점 권한주나

지앤넷 김동헌 부회장은 이미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자리 잡은 상황에서 공공이 나서 청구 방식을 강제하려는 이유에 의구심을 표했다. 무엇보다 민간 보험인 실손보험을, 공공이 나서 관리하려는 것은 국민이 아닌 보험사를 위한 조치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

그는 "실손보험에 공공성을 가진 중개기관이 있어야 한다고 하는데 민간 보험인 실손보험이 왜 공공이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보안상의 이유나 핀테크 업체 규모가 작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하는데 청구는 단순히 접수하는 것일 뿐 심사 후 지급하는 것은 보험사다. 전송의 위험은 크다고 볼 수 없고 그렇다고 해도 IT적으로 보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업체 규모가 적다는 것 역시 데이터 저장하거나 열람하는 게 아니어서 규모가 클 필요가 없다. 오히려 그동안 서비스를 제공해온 우리나 레몬헬스케어 등의 업체가 역량이 더 뛰어날 것"이라며 "누가 더 잘할 수 있는지 비교하며 정해야지 이미 중개기관 선정이라는 답을 정해 놓은 것은 국민을 위한 게 아닌 보험회사를 위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레몬헬스케어 김준현 부사장

■정보 유출 우려 정면 반박…"금융보안원 지침 무시하나"

레몬헬스케어 김준현 부사장 역시 실손보험 청구와 관련해 6개 국내 특허, 3개 국제 특허를 등록했으며 12개 특허를 출원한 상황을 강조했다. 이미 간편 청구 서비스가 위험하다는 우려와 달리 이 같은 기술들로 정부 유출 등의 문제를 원천 차단하고 있다는 것. 실제 그동안의 서비스 과정에서도 관련 문제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또 김 부사장은 실손보험 청구의 주체가 소비자임을 강조하며, 관련 서비스를 운영하는 비용은 가입자가 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법적으로 특정 기관에 독점적으로 권한을 주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그동안 상급종합병원 위주로 서비스를 제공해 의료정보에 대한 품질이나 이해도가 높다. 특히 행정데이터는 취급하기 어려운데 이를 금융에서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무엇보다 자사 보안시스템은 금융보안원 지침에 따라 설계한 것이다. 이를 위험하다는 것은 금융보안원 지침이 위험하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미 상급종합병원 대부분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회원 수도 100만 명에 이른다. 타사의 앱들도 우리 중개플랫폼에 붙어서 함께 전송해주고 있다"며 "이렇게 시스템을 갖추고 운영하기까지 4년이 걸렸는데 당장 내년에 시행하겠다는 계획이 과연 지켜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대한병원협회 서인석 보험이사

대한병원협회 서인석 보험이사는 주제발표를 통해 실손청구 관련 보험업법 개정 경과와 향후 과제를 전했다.

그는 현재도 1만여 개 이상 요양기관이 자율적으로 실손보험 청구간소화에 참여하는 상황을 조명했다. 이는 환자 편의 제공이 목적으로 의료법·건강보험법·개인정보보호법 등에 의거해 법으로 허용하는 범위의 서류만 전송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보험업법개정안이 시행되면 모든 요양기관이 강제로 참여해야 하고, 보험업법에 따라 금융위원회가 고시하는 서류를 모두 보내야 해 정보 유출 시 위험이 커진다는 우려다.

그는 현재도 요양기관들이 EMR 업체와 자율적으로 협조해 알아서 서류를 전송하는 상황을 조명했다. 하지만 보험업법개정안 시행 시 금융위가 정하는 방식으로 강제돼 기존 산업이 무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보험사에 암호화된 서류를 직접 전송하던 기존 방식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전송대행기관을 경유하게 돼 환자의 의료정보다 집적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

현재는 청구 시 영수증·지급금액·진단금액·진단명 등만 보험신용정보통합조회시스템(ICIS)에 저장된다. 하지만 향후 건강보험 세부내역이 전자적으로 모두 ICIS에 전송되는 경우, 보험사들이 이를 이용해 보험 가입이나 갱신, 보험금 지급 거절 등에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와 관련 서인석 보험이사는 "보험업법은 강제로 모든 요양기관에 전송의무를 부과하는 불합리한 개정이다. 실손 청구를 거의 하지 않는 요양기관도 시스템 구축이 의무화된다"며 "이미 현행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EMR 기술지원으로 원하는 환자에게 편의를 제공할 수 있고 이는 법 개정 없이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시행령 마련 시 다수의 요양기관이 구축한 방식을 존중해 반영해야 한다"며 "전송 방식을 환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고 요양기관의 행정비용에도 적절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의·약 4단체는 공동 기자회견문을 통해 보험업법개정안에 대한 위헌소송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를 통해 보험사가 환자의 의료정보를 집적하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보험금 청구 시 환자가 원하는 정보만 전송하도록 하고, 전송 대행 기관을 요양기관이 직접 지정할 수 있도록 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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