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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돌아온 보건의료 골든타임

김지홍 교수
발행날짜: 2022-11-21 05:00:00

김지홍 진료교수(세브란스병원 외과 입원전담의)

김지홍 교수.

임인년을 맞이 한지도 엊그제 같은데 금년도 벌써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대선과 함께 정권이 바뀌는 등 사회 전반적으로 굵직한 사건들이 많았지만 의료계 또한 마찬가지로 많은 움직임이 있었다.

물론 코로나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것이 가장 큰 뉴스일 수 있겠으나, 상반기에는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 기준이, 하반기에는 필수의료가 뜨거운 주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필수의료에 대한 논의는 진전이 없으며, 필수의료의 정의의 단계에서 정체되어 있다. 다수의 논쟁이 그렇듯이, 시간이 흘렀음에도 중요한 논점까지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어쩌면 모두가 예상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와 같은 소모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의료계 내부에서의 갈등이 심화될 수 있고 정책적으로는 특별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을 것이며 결국에는 이와 같은 상황의 중요도가 잊혀질 것이라는 예상은 보지 않아도 자명하다.

필수의료 정의와는 별개로, 소위 말하는 메이저 과목들의 전공의 지원 하락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최근 전공의 부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소아청소년과 뿐만 아니라 수술과인 외과와 산부인과 등의 약세는 이 시기에 항상 겪는 하나의 연례행사와도 같다.

더 큰 문제는 지원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수련중간에 중도 포기하는 경우 역시 일상다반사라는 점이다.

매년 이에 대한 해결책을 각 과에서 강구하지만 그럴 듯해 보이는 임시방편일 뿐 메이저 과목이라는 이름의 큰 배가 계속 가라앉고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도 당연한 것이 사회적인 뉴스만 보더라도 분만 후 의료사고, 수술실 CCTV 법안 등 긍정적인 요소보다는 부정적인 요소들만 늘어나는 상황에서 지원율의 증가를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자 욕심일지 모른다.

물론 의사라는 직종 자체가 일생을 인류 봉사에 바치는 히포크라테스의 선서에서부터 시작하지만, 현실에서 그 선서만을 강요하기에는 이제는 무리가 있다. 과거와는 다르게 하루아침에 많은 변화가 생기는 요즘, 의사라는 직종은 오히려 공공재로 퇴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숭고함 만으로는 의사의 인생을 정의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직까지도 의사 수를 두고 정치적인 논쟁은 지속되고 있고, 증원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필수의료를 증원을 향한 하나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단순하게 의사의 증원으로 해결될 만큼 필수의료가 간단한 문제일지, 더 나아가서는 증원 자체만으로 필수의료 역시 쉬이 해결될 것이라는 사고는 다소 위험성이 있지 않나 싶다.

의사의 증원, 공공대학, 공공병원 이제는 필수의료의 논점에서 잠시 벗어난다면 대한민국의 의료는 가히 전 세계에서 최고라고 할 수 있다는 점에 있어서는 모두 동의할 것이다.

각 세부 분과에서의 진단율과 치료 성공률, 그리고 생존율까지 한국의 의료가 많은 국가들보다 우수하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으며, 사용하는 환자의 입장에서도 다른 국가에 비해서 저렴한 가격으로 훌륭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의료의 질적인 측면에 있어서도 항상 변화를 꾀하고 있으며 병동에 상주하는 입원전담전문의 도입의 효과에서 확인 할 수 있듯이 입원환자가 체감하는 의료의 질과 만족도 또한 나날이 상승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계의 현실은 아직까지도 제자리걸음이다.

비인기 진료과 혹은 요즘 세대들의 표현에 의하면, 노력에 비해 삶의 질이 현저히 낮은 과들의 경우는 몇 년 후에는 아플 때 과연 누구를 찾아가야 하는 지의 고민을 하고 있는 현실이다.

중증 입원환자들의 진료가 중심인 대학병원에서 멀어져 있는 기존의사들을 다시 끌어들이게 된다면, 오히려 장기적으로 하나의 대책이 되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항상 하지만 현실과 이상의 괴리 앞에서 아직까지도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다.

과거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입원전담전문의라는 직종이 자리 잡았으며, 디지털 헬스 등의 새로운 개념들이 대세가 되는 현 의료계에서 앞으로는 더욱 많은 변화가 다가올 것이다.

그렇기에 의료계의 기반이 되는 의료체계는 더욱 중심을 잡아야만 할 것이다.

전담전문의라는 직종에서 바라보았을 때, 입원환자의 질 향상 뿐 만이 아니라 전공의 교육, 수술하는 과의 경우는 수술 전후 관리 등 기존 의료진에게 과부하로 다가갈 수 있는 부분에 있어서 입원전담전문의가 전문적으로 담당할 수 있는 역할은 너무나도 많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점은 언제나 숫자와 비율로 시작과 끝을 맺게 되고, 그 사이에서 중요한 논의 사항들은 다시 또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항상 좋지 않은 사건이나, 위기상황이 생기면 여지없이 클리셰처럼 언급되는 단어인 골든타임이 최근 들어 다시 자주 등장하고 있다.

숫자의 함정 속에서 그리고 정의의 함정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게 된다면 필수의료 역시 골든타임을 놓치게 되어 버리는 날이 올지도 모름을 우려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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