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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교에서 '기본의학' 교육의 필요성

정현수 학생(순천향의대)
발행날짜: 2022-09-13 05:00:00

정현수 학생(순천향의대 본과 2학년)

공교육의 목적은 단순히 학문적 지식을 가르치는 것에 제한되지 않고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최소한의 능력과 소양을 갖춰주는 것에 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학생 때 처음 접했던 사소한 것들이 상당히 깊이 기억에 새겨져 있음을 알게 된다.

중학교 가정 시간에 바느질을 배웠기에 단추가 떨어진 셔츠를 입고 출근할 걱정이 없고, 초등학교 국어 시간에 미래를 보는 소년이 마요네즈로 불을 끄는 것을 보며 요리 중에 불이 나면 대처하는 법을 알게 되었다. 학교에서 실생활에 밀접한 교육이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특정 분야를 전공하지 않는 이상 중•고등학생 때 배운 지식이 거의 평생 그 분야에 대해 아는 전부가 될 수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관심 외의 분야를 접할 가능성이 희박하고, 설령 뒤늦게 관심을 두게 되더라도 아무런 기초 지식조차 없는 상태에서는 접근하는 방법도 알 수 없게 된다.

어쩌면 학창 시절이 다양한 분야의 지식이 존재함을 느끼고, 객관적인 사실에 다가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마지막 결정적 시기(critical period)가 아닐까 싶다. 그렇기에 모든 사람의 생활에 필수적인 의학 상식도 학생 때부터 배워갈 수 있도록 기초적인 의학교육이 교육과정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프면 어떤 병원에 가야 할지, 어떤 조처를 할지 판단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을 목표로 하는 교육 말이다.

중학생 때 어느 날 배가 아프다고 오전 수업 시간 내내 창백하게 앉아 있던 친구가 생각난다. 수업에 들어오시는 선생님들마다 걱정은 해주셨지만 무슨 문제인지 알 길이 없었다. 그저 체한 걸로 생각해서 보건실에서 진통제만 받아온 이 친구는 점심시간까지 어찌어찌 버티다가 결국 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가게 되었고 급성충수돌기염으로 수술받았다. 참 흔한 질환임에도 처음부터 아무도 의심하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조금의 가능성이라도 의심해봤더라면 이 친구가 오전 내내 아파하다 쓰러지기 직전까지 갈 일은 없었을테다.

본과생들이 임상수행능력평가(CPX)에서 배우는 주제의 제목들은 '배가 아파요', '목이 아파요', '잠을 못 자요' 등 대체로 단순하다. 호소하는 증상의 특성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그에 따라 필요한 검사나 치료, 환자교육을 하는 것이 학생 의사의 역할이다. 그러나 의학을 배우는 학생들마저 어떤 조치를 해야 할지, 어떻게 환자에게 설명해야 할지 갈피 잡지 못하는 것을 수두룩하게 봤다. 그러니 의학과 거리가 먼 사람들 자신 또는 주변 가족이나 친구가 갑자기 아프다면 그들은 CPX에서 길을 잃은 의대생들보다도 더 막막함을 느낄 것이 당연하다. 증상을 검색하면 정보의 홍수가 쏟아지는데, 자칫하면 단순한 증상도 복잡하고 무서운 병으로 둔갑하기 십상이다. 이 홍수에 휩쓸리지 않고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기 위해선 의학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배울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청소년기 학생들도 충분히 겪을 수 있는 또는 접할 수 있는 역류성 식도염, 편두통, 수면위상지연증후군, 주요우울장애 등 질환들이 무엇인지 간략히 아는 것만으로도 큰 성과가 될 것이다. CPX 주체처럼 일상생활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임상 표현에 따라 흔히 발생하는 질환을 선별하고, 각 질환에 대한 눈높이 설명과 필요한 조치에 대해 교육하는 것이 좋겠다. 특징적인 증상들을 알게 된다면 본인이 경험하고 있는 증상의 원인에 대한 최소한의 실마리를 찾게 되고, 필요한 조치가 신속하게 이뤄질 것이다. 본인 주변 사람들의 증상들을 보고 조언해줄 수도 있겠고, 특정 질환 가진 사람들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질 수도 있겠다. 그렇게 된다면 더욱 다양성을 수용하고 존중하는 사회가 되는 데에도 훌륭한 밑바탕이 될 것이란 기대를 해본다.

환자에 대한 올바른 처치와 관련해 이따금 사회가 시끄러워질 때가 있다. 기사들에는 날 선 댓글들이 빼곡히 채워진다. 많은 경우가 질환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갖고 상황을 왜곡되게 바라보며 분노하는 댓글들이다. 처음에는 이런 댓글들을 읽으면 답답함만 느꼈지만, 이제는 그보다도 '더 많은 사람이 기본적인 의학상식을 배웠다면 여론의 시선이 다르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앞선다. 바르고 적절한 의학교육이 이뤄진다면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이바지할 뿐 아니라 질환들을, 더 나아가서 의료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더 객관적으로 변할 것이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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