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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의료 공백 부추기는 권역 심뇌혈관센터 인력기준

발행날짜: 2022-08-19 05:30:00

뇌수술 전문의 필수인데 신경외과 전문의 정원은 1명
심혈관 부분도 흉부외과 2명 뿐…보조인력은 제로

"명칭은 심뇌혈관센터인데 정작 뇌수술을 해야 하는 신경외과 전문의 인력 기준은 1명이다. 이게 말이 되나?"

상급종합병원 한 신경외과 의사의 말이다.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권역 심뇌혈관센터 신경외과 전문의 인력기준이 문제점으로 급부상했다.

■권역 심뇌혈관센터에 신경외과 의사는 한 명뿐?

서울아산병원 사례에서 확인됐듯 뇌혈관질환에서 뇌 수술이 가능한 전문의 여부는 환자의 생사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요인. 하지만 현재 권역 심뇌혈관센터 인력기준을 보면 신경외과 전문의 1명에 그치는 수준이다.

최근 간호사 사망 사건을 두고 서울아산병원처럼 대형병원에 왜 개두술이 가능한 전문의가 2명밖에 없느냐는 질문이 쇄도했지만 정작 정부가 지정하는 권역심뇌혈관센터의 신경외과 전문의 정원은 1명 뿐이다.

즉, 뇌혈관질환을 전담해서 진료하는 의료기관이지만 정작 신경외과 전문의는 1명이 모두 해결해야하는 셈이다. 이 상태라면 365일 전문의 1명이 주·야간으로 뇌질환 응급환자를 케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권역 심뇌혈관센터 인력 기준에서 신경외과, 흉부외과 등 외과계 인력은 소외됐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지역심뇌혈관센터 지정기준(안) 연구용역에서 변화의 조짐은 있지만 뇌혈관수술 가능한 전문의 2명 이상 수준으로 응급수술 당직 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인력 풀을 갖추기에는 부족하다.

심지어 더 규모가 큰 권역심뇌혈관센터 인력기준은 여전히 신경외과 전문의 1명에 그치고 있다.

의료현장의 신경외과 전문의들은 "수술장에 갇혀 환자를 살리는데 주력하다보니 정작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이나 제도에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며 한탄하는 분위기. 수술장에서 사투를 벌이는 사이 신경외과 의사들이 설 자리를 좁아졌다는 토로가 쏟아지고 있다.

신경외과학회 김우경 이사장(길병원)은 "이는 뇌혈관정책위원회 등 관련 논의에서 신경외과 전문의를 제외한 상태에서 진행한 결과"라며 "복지부 측에 뇌혈관질환 관련 위원회 구성을 점검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를 계기로 뇌혈관 관련 위원회에 신경외과 전문의도 참여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면서 "현재 신경외과는 뇌혈관 관련 어떤 협의체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심혈관 분야에선 흉부외과 전문의 소외

권역 심뇌혈관센터 규정 중 뇌혈관 분야에서 신경외과 전문의들의 목소리가 제외됐다면, 심혈관 분야에선 흉부외과 전문의가 소외됐다.

권역 심뇌혈관센터 필수 지정 기준을 보면 순환기 전담 전문의는 3명 이상이지만 심혈관 분야에 흉부외과 전문의 2명(개흉 및 CABG 가능 전문의)에 그친다.

이와 더불어 순환기내과 전문의를 주축으로 진행하는 심혈관 중재실 전담인력으로 방사선사 및 임상병리사는 2명이상, 중재실 전담 간호사 2명 이상을 명시하고 있는 반면 흉부외과 의사가 주도하는 개흉수술 및 CABG수술 관련 보조인력 규정은 없다. 심혈관 분야에서도 외과계는 철저히 외면 받고 있는 셈이다.

흉부외과학회 정의석 홍보위원장(강북삼성병원)은 "심장수술은 흉부외과 전문의만 있다고 할 수 있는 수술이 아니다"라며 "체외순환사는 기본이고 간호인력 등 보조인력이 필요함에도 권역 센터 인력 기준에 관련 항목을 아예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필수의료를 강조하고 있지만 권역 심뇌혈관센터 인력 기준은 오히려 의료공백을 부추기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인 셈이다.

흉부외과학회 전임 임원은 "과거 권역 심뇌혈관센터 초기 논의 단계에서 흉부외과 전문의는 아예 언급조차 없었다. 당시 학회 차원에서 문제제기를 해서 그나마 정원을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인력·시설 갖춘 전문병원…응급환자 이송체계에선 제외

포항에 위치한 에스포항병원 김문철 병원장은 지역 의료현장의 답답함을 토로했다.

에스포항병원은 경북 지역 유일한 복지부 지정 뇌혈관분야 전문병원. 신경외과 전문의만 12명, 신경과 3명, 중재시술이 가능한 전문의는 7명에 달한다. 전문의 인력 풀이 받쳐주니 일주일에 한번꼴로 당직을 서면 된다. 게다가 25병상 규모에 정규 간호사만 300여명으로 간호 1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뇌혈관 분야만큼은 빅5병원보다 압도적으로 우월하지만 지역내 뇌혈관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때 119이송대원들은 무조건 지역응급의료센터로 환자를 이송한다.

김 병원장은 "지역 내 뇌질환 응급환자를 케어하고자 24시간 전문의까지 당직 중인데 119 이송대원들은 병원의 규모만 보고 의료진조차 없는 병원으로 이송한다"면서 "의료인력, 시설 모두 갖췄음에도 지역응급의료센터가 아니라는 이유로 이송체계에 포함하지 않는 것은 결국 사회적으로 손실"이라고 꼬집었다.

지방에서 어렵게 의료인력을 유지하며 최적의 의료환경을 마련, 전문병원을 운영하고 있지만 정작 응급환자 이송체계에서는 지역응급의료센터가 아니라는 이유로 제외되는 것이다.

그는 "우리 병원은 24시간 전문의가 대기 중으로 환자 이송 즉시 수술, 입원하기 때문에 응급실 규모만 키우는 것은 불필요하다"면서도 "지역센터가 아니라는 이유로 이송에서 누락되니 응급실을 센터급 기준에 맞추는 공사를 진행 중"이라고 한숨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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