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 위탁 기관이 올해 또 10% 가량 늘면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효율적인 접종을 위해 추가적으로 접종 기관을 받는 한편 되풀이되던 백신 대란을 막기 위해 초기 물량을 대폭 상향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의료계는 지난해 접종 첫날 접종자가 몰리면서 예방접종통합관리시스템 사이트가 먹통이 됐던 악몽을 떠올리며 올해도 같은 상황이 반복될까 우려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4일 "오늘 1차로 위탁계약기관 접수를 끝낸 결과 총 1만 8298개소가 최종적으로 신청을 마쳤다"며 "이들을 대상으로 1차 배정량을 조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질본에 따르면 지난해 위탁 업무를 맡아 접종에 참여한 기관 1만 6629곳. 올해는 1669곳이 늘면서 10% 가량 접종 기관이 늘어난 셈이다.
실제로 NIP 위탁 기관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지난 2016년에는 1만 4732곳이 참여했지만 지난해에는 1만 6629곳, 올해는 1만 8293곳으로 10% 이상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
질본 관계자는 "접종 초기에 대상자들이 몰리는 현상이 있다는 점에서 위탁기관이 느는 것은 긍정적인 상황"이라며 "더욱 많은 기관이 접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과연 1차로 백신이 얼마나 배분될지가 최대 관심사다. 연이은 백신 배분 실패로 매년 백신 대란이 일어난 만큼 과연 이번에는 수요와 공급을 맞출 수 있을지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질본 관계자는 "우선 계약된 의료기관을 상대로 수요량 조사를 진행한 뒤 이르면 다음주 1차 배정량을 확정할 계획"이라며 "매년 대란이 되풀이된 만큼 올해는 철저한 수요량 예측을 통해 공급에 무리가 없도록 조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지난해에는 기초 수요의 80~90% 선에서 물량을 풀었지만 올해는 90~95%까지 공급량을 늘릴 계획인 만큼 대란은 없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가급적 물량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최대한 백신을 푼다는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질본은 물량 공급과 함께 접종 대상자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계약 의료기관을 지속적으로 늘려가며 수요에 대비하겠다는 계획도 세워놓은 상태다.
각 지자체와 보건소를 통해 접종 참여를 유도하고 물량을 배정해 접근성과 효율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질본 관계자는 "우선 1차 물량을 푼 뒤 지속적으로 위탁계약기관을 모집할 계획"이라며 "지자체와 보건소를 통해 가능한 많은 기관을 모집하고 백신을 공급해야 불편함이 없다"고 밝혔다.
의료계 "지난해 접종 첫날 전산 마비 악몽 끔찍, 올해도 무섭다"
지난해 예방접종통합관리시스템 마비에 따른 질병관리본부의 안내 문자.
한편, 의료계는 물량보다 안정적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의 A내과의원 원장은 "지난해 10월 노인독감 NIP 첫날 예방접종통합관리시스템 사이트에 접속이 안 돼 애를 먹었던 것을 떠올리면 아직도 아찔하다"며 "접종자들에게 시스템의 문제라고 설명해도 결국 병원이 욕을 먹어야 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접종물량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원활한 전산시스템"이라며 "물량을 늘리는 만큼 전산 폭주에 대한 대비도 철저히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B의원 원장은 "독감 NIP 첫날 접종자가 몰리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지난해에도 접종 전 의료계가 많은 우려를 제기했지만 보건당국은 이를 무시했고 그 결과가 접종 첫날 아수라장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예방접종통합관리시스템을 어떻게 안정화하겠다는 약속은 없다"며 "이에 대한 대비가 없다면 올해 노인독감 접종 첫날도 지난해와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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