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미국하면 바로 떠오르는 도시가 어디인가라고 물어보면 다양한 답변이 나오겠지만 아마 필자가 교환학생으로 갔던 플로리다의 탬파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플로리다하면 흔히 CSI에서 나오던 마이애미밖에 몰랐던 필자도 교환학생 지원시기가 되고나서야 탬파라는 도시가 있다는 걸 알았으니 말이다.
필자가 재학 중인 한림대학교 의과대학은 예과 학생들에게 교환학생의 기회를 주고자 예과과정 2학년 1학기에는 필수전공 교과목을 편성하지 않고 있다.
때문에 적지 않은 학생들이 이 기회를 통하여 교환학생을 나갔다 오는 경우가 많다. 필자 또한 이 기간에 교환학생 나가기를 희망했고 특히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여러 명문 대학이 위치한 미국을 가기를 열망했다.
그러나 미국 쪽으로 보통 3개 대학에 교환학생을 보냈던 예전과 달리 필자가 지원하던 해에는 단 1곳, 그러니까 필자가 갔다 온 대학만이 미국 쪽에서 공고가 난 유일한 대학이었다.
게다가 당시 출국 보름도 안 남은 상태에서 갑작스레 미국 대학교 측에서 기숙사에 떨어졌으니 다른 숙소를 알아보라는 연락이 와 학교 인근 지역 숙소를 물색하느라 자연스레 출발 전부터 탬파라는 지역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다.
하지만 정보가 친숙함이랑 비례 관계는 아닌가 보다. 나름 사전조사를 많이 했지만, 역시 생소한 지역에 간다는 생각이 여전히 탬파와의 마음 속 거리감을 좁히지 못했다.
특히나 필자가 구한 숙소는 출국 며칠 전에 인터넷으로 검색하던 중 정말 우연치 않게 학교 근처에서 학생들에게 방을 내 주시는 한인 분과 연락이 닿아서 구한 곳인데, 부랴부랴 이메일 몇 통을 주고받으며 공항에 픽업을 나와 주신다는 연락을 마지막으로 하고 탬파로 출발하게 되었다.
정식으로 계약서를 쓰지도 않았고 안면도 없이 단지 메일 몇 통으로 픽업 나오신다는 차량의 번호와 연락처만 들고 출발한 터라 개인적으로 불안함이 많이 컸던 건 사실이다.
안 그래도 총기 소유가 합법인 미국에서, 자칫하면 무슨 봉변을 당할 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가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탬파에 도착한 시각은 저녁 10:45분 경, 새해가 목전에 있는 시각이었다. 짐을 찾고 밖으로 나가려던 순간 처음으로 메일로 연락드렸던 한인 아주머니와 만나게 되었다.
혹시 짐이 무거울까봐 가방을 들어주려고 짐이 나오는 곳까지 마중을 나와 주셨던 것이다. 감사함을 안고 껌껌한 차를 탄 순간 앞자리 운전석에서 건장한 백인 아저씨 한 분이 서투른 말로 ‘아니영하세이요우~’를 큰 소리로 외쳐 깜짝 놀랐다.
숙소에 도착해서 이 분은 한인 아주머니의 남편으로 미국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중에 이 분과는 정말 좋은 추억들을 많이 쌓았다.
새해가 코앞에 닥쳐 있는 만큼 시내가 활기차고 소란스러울 것이라 예상했던 필자의 추측은 완전히 빗나가고 말았다.
오히려 시내 한복판은 거의 유령 도시 수준으로 사람들이 거의 없었고 대부분의 건물들은 불이 꺼져있었다.
뉴욕에서 보던 그 분위기와는 매우 대조적으로, 너무나도 차분하고 조금은 스산한 분위기를 지닌, 필자에게 있어서 탬파의 첫 인상은 그렇게 다가왔다. (물론, 그것이 오해였다는 걸 깨닫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보통 명절이나 기념일에는 탬파 지역 사람들의 경우 가족과 함께 지내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대부분 가정집에서 그 시간을 보내고 일반적인 경우엔 탬파 지역 또한 푸른 멕시코만을 낀 해변의 도시답게 생동감 넘치는 도시라는 점을 말이다.).
필자가 한 학기 동안 보내게 될 숙소는 미국이라면 흔히 볼 수 있는 주택이었다. 그 중 강이 보이는 방 하나를 월세로 하는 계약서 작성을 끝내자마자 밖에서 Happy New Year를 외치면서 폭죽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23년 인생에 있어서 홀로 해외에서 첫 새해를 맞는다는 기분이 참으로 묘했다. 그것도 계약서가 딱 완료된 그 순간에 말이다.
물론 방에 대한 계약서였지만, 그 안에는 필자의 진짜 탬파 생활 시작이라는 의미도 내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날 아침 캠퍼스 구경을 차로 시켜주신다는 주인 아주머니의 말과 함께 이제는 새해와 더불어 진정한 교환학생 생활의 막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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