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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비급여 '최저가' 비만약의 명과 암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전 세계적으로 품귀 현상이 일어날 정도로 화제를 일으킨 비만 치료제 '위고비'가 조만간 국내에 상륙한다.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지 1년 6개월 만에 국내 출시되는 것. 전 세계적으로는 일본, 중국에 이어 9번째 출시다.이 같은 소식에 대학병원은 물론 일반 의원급 의료기관까지 위고비(세마글암타이드) 효과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2010년대 중반 삭센다(리라글루타이드) 국내 출시 후 벌어졌던 비만 치료제 '신드롬'이 재현될 것으로 본 것이다.여기서 주목할 점은 위고비가 임상현장에 '비급여'로 출시된다는 점이다. 동일 성분 당뇨병 치료제인 '오젬픽'이 국내 허가 후 급여 절차를 밟아나가다 약가 등의 이유로 돌연 계획을 '철회'했던 것을 고려하면 위고비의 비급여 출시는 예고된 수순이다.이 가운데 임상현장에는 벌써 전 세계에서 비급여로는 '최저가'로 위고비가 출시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참고로 미국에서의 위고비 급여 한 달 투약 기준 1350달러(약 180만원) 수준에 판매되고 있다. 이를 1년으로 환산했을 때 가격은 한화로 2160만원 수준이다. 즉 이보다는 저렴한 가격으로 국내 공급될 것이란 뜻이다.이에 따라 비만치료 위주로 하는 임상현장 중심으로는 위고비 출시 전과 후로 의료산업 전반이 달라질 것이란 평가를 내놓고 있다. 드디어 국내 임상현장에서도 활용하게 됐다는 기대감과 우려가 상존하는 것.일단 대사질환 치료 등 의료기관 진료체계 상의 변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부작용 증상 케어를 위한 건강기능식품이 등장할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로 미국 등 위고비 출시 국가 약국 등에는 위고비와 동반해서 함께 먹는 영양제가 진열장 전면에 배치되는 사례를 쉽게 접할 수 있다. 다만, 여기서 간과된 것은 비만을 질환으로 보는 인식이다. 어느 환자가 위고비를 맞아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정의가 명확치 않다.  의학계에서 정한 비만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위고비가 투여 될 수 있을 지에 대한 의문이다.이로 인해 이대로 비급여로 출시된다면 치료를 받아야 하는 비만 환자는 정작 위고비를 접하지 못할 수도 있다. 실제로 국내 비만 통계를 보면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운 국민들의 비만율이 더 높은 것이 사실이다.물량이 한정적으로 공급될 시 치료제를 원하는 환자들 사이에서 이를 구입하기 위한 다양한 불법 거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의견이 적지 않다.아쉽게도 글로벌에 이어 국내에서도 위고비가 매출로 큰 성장을 볼 수 있을지에 대해 더 큰 관심이 있는 듯하다. 위고비의 실제 임상효과와 임상현장에서의 적절한 사용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2024-09-30 05:00:00기자수첩

실손 청구 간소화 예고된 실패

[메디칼타임즈=이인복 기자]정부가 야심차게 도입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서비스가 결국 반쪽짜리 정책으로 흘러갈 위기에 놓였다.10월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시행 대상 의료기관 중 서비스를 준비중인 곳이 절반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실제로 금융당국에 따르면 현재까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서비스 참여 의사를 보인 의료기관은 7725곳 중 3700여개에 불과하다. 아직 50%도 채우지 못했다는 의미가 된다.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이에 대한 배경은 종별 참여율에서 엿볼 수 있다.실제로 대상 병원 중 상급종합병원의 참여율은 이미 100%를 기록했다. 종합병원의 참여율도 이미 50%를 넘어섰다. 하지만 병원급 의료기관의 참여율은 10% 미만이다.이 수치가 의미하는 바는 단순하다. 최소한 자체적으로 전자의무기록(EMR) 등 인프라를 수정할 수 있거나 수정을 요구할 수 있는 곳은 대처가 가능했다는 의미다.사실 이 사태는 이미 오래전부터 예고된 일이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서비스 초안이 나왔을때부터 EMR 기업들은 난색을 표했다.그도 그럴 것이 이들 기업에 할당된 소프트웨어 개발 비용은 불과 1200만원에 불과하다. 개발자 한명의 연봉도 되지 않는 금액이다.병원당 설치비 또한 10만원선에 불과하다. EMR의 경우 설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후 유지, 보수 등에 지속적으로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에서 기업들은 애초부터 이 금액이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해 왔다.고작 1200만원을 받고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의료기관 당 10만원을 받고 설치하고 나면 이후 유지, 보수에 들어가는 돈은 어떻게 감당하느냐는 항변이다.결국 설치하면 할수록, 도입 의료기관이 많아지면 많아질 수록 적자폭을 예상할 수 조차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하란다고 무작정 할 수는 없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하지만 정부는 이러한 항변을 철저히 무시해 왔다. 금액을 정해놓고 전방위로 압박해 굴복시키는, 의료계와 제약계에 자주 쓰던 이른바 '후려치기'를 지속해 왔다.그 결과는 예고된 실패로 나타났다. EMR 기업 중 사업에 참여 의사를 밝힌 곳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특히 가입자 수가 많은 기업들이 여전히 미온적인 상태다. 굳이 적자를 감수하고 뛰어들 이유 자체가 없는 이유다.그 와중에 의료계 조차도 사업에 미온적이다. 행정 부담이 느는데다 환자 민원도 무시할 수 없는 배경이다. 말 그대로 일은 일대로 늘고 환자들이 민감해 하는 보험 업무를 맡았다가 민원이 폭발할 가능성도 높은데 돌아오는 것이 없다는 뜻이다.같은 의미로 EMR기업 입장에서는 의사도 하기 싫어하는 일을 굳이 부담을 가져가며 만들 이유가 없고 의사 입장에서는 굳이 EMR을 바꿔가며 이 일을 진행할 의지가 없다.그렇기에 늦더라도 사업을 진행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이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서로 안돌겠다고 꽉 맞물려 있는 톱니를 말로 돌릴 방법은 없다. 어느 한쪽이라도 기름칠을 해서 돌려놔야 마지못해 다른 한쪽도 돌아간다.
2024-09-23 05:00:00기자수첩

입이 하나고 귀가 두 개인 이유는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탈무드의 격언 중 "입이 하나고 귀가 두 개인 이유는 말하기보다 듣기를 두 배 더하라는 뜻"이라는 말이 있다. 어렸을 적 소통의 중요성을 배우며 자주 들었던 말이다.요즘처럼 이 격언이 무겁게 다가오는 시기가 또 있었을까 싶다. 현 의정 갈등을 관통하는 문제는 소통의 부재다. 2025학년도 의과대학 정원 증원을 두고 정부와 의료계가 6개월 넘게 공회전하는 모양새다.정부는 이제 와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을 논의하긴 늦었으니 2026학년도부터 테이블에 올리자는 입장이다. 반면 의료계는 현 사태의 원인이 된 2025학년도부터 원점에서 재논의하자고 맞서고 있다.의료계 반대 이유는 정부가 제시한 2000명이라는 숫자를 납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서울대학교와 그 산학협력단,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등이 낸 3건의 보고서에서, 공통적으로 2035년까지 1만 명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강조한다.하지만 관련 보고서를 들여다보면, 이는 지난 10년간 의사 노동생산성 발전이 없다는 가정하에 도출된 숫자다. 반대로 노동생산성이 10%만 증가했다고 가정하더라도 오히려 의사 인력은 공급과잉으로 추계된다. 보고서 저자들 역시 이 같은 정부 해석이 자의적이라고 지적하는 이유다.그렇게 따지면 우리나라 의대 정원이 부족하지 않다는 의료계 통계 역시 얼마든지 있다. 일례로 바른의료연구소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2020년까지 우리나라 인구가 4.6% 증가할 때 전문의 수는 40.8% 증가했다.특히 인구 10만 명당 전문의 수는 34.6% 증가했는데 이중 필수의료 분야 비중은 ▲내과 46.3% ▲소아청소년과 26.8% ▲외과 13.2% ▲산부인과 8.3% 등이다. 필수의료 문제는 의사 수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늘어난 의사들이 관련 분야에 남아있지 못하게 하는 의료체계 때문이라는 것.정책 결정 과정에서 통계가 필수적인 도구로 사용되는 이유는, 근거로 이 같은 이해관계자와의 입장 차를 좁히기 위함이다. 하지만 통계는 그 수치가 정확하다고 해도 해석하는 방향에 따라 얼마든지 왜곡될 수 있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 소통이 중요한 이유다.지금까지의 의대 증원 추진 과정에서 정부와 의료계 간에 제대로 된 소통이 있었는지 의문이다. 제안이 거절당한다면 먼저 설득에 나서야 하는 것은 이를 제시한 쪽이다. 더욱이 의료 개혁은 의료계 없인 성공할 수 없는 과제다.하지만 응급의료 붕괴가 머지않았다는 현장의 호소는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이들의 주장이며, 현 사태는 전공의 책임이 가장 크다는 정부 발언은 많은 생각이 들게 한다.탈무드의 격언처럼 혹자들은 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게 듣는 자세라고 한다.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을 논의하자는 요구와 그럴 수 없다는 반박 중 어느 쪽이 대화를 거절하는 것일까. 또 입이 틀어막혀야만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입이 하나고 귀가 두 개인 이유를 다시 한번 생각해볼 때다.
2024-09-19 05:30:00기자수첩

의개특위 실행방안, 의료계 설득 가능할까

[메디칼타임즈=임수민 기자]정부가 의대증원 정책과 함께 야심 차게 출범시킨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최근 1차 실행방안을 발표하며 결과물을 내놨다.4개월 논의 끝에 발표한 결과물에는 필수의료 수가 문제부터 전공의 및 의사인력 수급 추계,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및 의료사고 대책 방안 등 의료계에 밀접한 영향을 주는 다양한 내용이 담겼다.'의료개혁'이 단순 의사 숫자 증가를 위한 명분이 아니라, 의료체계 근간을 뜯어고치겠다는 정부 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한 셈이다.정부는 지난 2월 의대증원 정책을 발표하면서 의료계와 큰 갈등을 빚자, 특별위원회 출범을 통해 의료계의 고질적 문제들 역시 함께 개혁하겠다고 설득한 바 있다.당시 발표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는 수가 정상화 및 전공의 수련 국가책임제, 의료사고면책범위 확대 등 의료계가 바라던 많은 내용들이 포함됐다.하지만 의료계는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지적하며 외면했다.의료계 설득에 실패해 전공의들이 떠나며 국내 의료체계는 6개월 이상 마비 상태를 맞았다. 그로 인해 '세계 최고' 위상을 자랑하던 K의료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전공의가 떠난 대학병원들은 외래와 수술을 축소하며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으며, 최근에는 응급실 축소 운영에 나서는 의료기관도 하나둘 늘어나는 추세다.정부는 응급실 회송료와 진료 수가 등을 인상하고 건보 선지급에 나서는 등 서둘러 지원책을 마련했지만, 현 사태가 장기화되면 폐업을 선언하는 대학병원이 나오는 것은 시간문제인 상황.전공의를 설득할 묘수가 없는 현시점에 의개특위가 내놓은 결과물은 더욱이 의미가 크다.의정갈등 장기화로 이미 곳곳에서 부작용이 나타나는 가운데, 의개특위의 실행방안 발표가 단순한 '청사진'에 그치지 않고 실현으로 이어져 의료계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길 기대해 본다.
2024-09-09 05:00:00기자수첩

국산약 해외 진출 더 많은 협력과 성공 필요

[메디칼타임즈=허성규 기자]지난 20일 국내 제약업계가 모두 환영하는 소식이 전해졌다.이는 FDA는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 엑손19 결손 또는 엑손21 L858R 치환 변이가 있는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성인 환자 1차 치료에 J&J '리브리반트'와 '렉라자(미국 상품명 라즈클루즈)' 병용요법을 승인한 것.이번 승인에 따라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항암신약이 처음으로 FDA 승인을 얻으며, 미국 시장 진출에 성공하게 됐다.이 소식이 알려짐에 따라 유한양행은 물론 국내 제약업계 모두 축하와 환영의 뜻을 밝히며 함께 기쁨을 나눴다.이는 국산 항암신약이 FDA 관문을 통과한 첫 사례인 동시에 국내 오픈 이노베이션의 대표적인 성공사례이기 때문이다.유한양행의 렉라자는 지난 2015년 7월 제노스코사로부터 기술도입 계약을 체결하고, 전임상 직전 단계였던 '렉라자'의 개발 권리를 넘겨받았다.이후 비임상 및 임상연구를 통해 렉라자의 가치를 높인 유한양행은 2018년 얀센에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즉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국내 기업들과 다국적사의 힘이 합쳐져 국산 항암신약의 미국 진출에 성공한 것.이미 국내 기업들이 다양한 방안을 통해 미국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례는 업계의 기대감을 높이는 상황이다.물론 이번 성공에도 이어질 국산 신약의 FDA 진출을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실제로 이번 렉라자의 경우에도 병용요법으로 승인을 받았다는 점과 함께, FDA 승인에서 파트너사인 존슨앤드존슨의 역할이 컸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고 있다.다만 이를 통한 경험은 사라지지 않는다.현 시점에서는 공유되는 정보지만, 이후에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제2, 제3의 렉라자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특히 이미 다양한 국내 기업들이 이미 기술수출 등을 통해 미국 진출을 시도하면서 많은 경험을 얻고 있다 점도 고무적이다.그런만큼 성공 사례를 쓴 유한양행은 물론, 국내 제약사들이 더 많은 협력과 노력을 통해 성공사례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그리고 이를 통해 이후에는 국내기업들만의 협력을 통한 성공 사례 등도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2024-09-02 05:00:00기자수첩

실손보험의 나비효과

[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의대증원 사태는 결국 실손보험 때문이다. 정부가 대책을 쏟아내지만 실손보험을 둔 상태에선 결국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얼마 전 만난 빅5병원 보직자가 한 말이다. 그는 왜 의대증원 사태와 실손보험이 연관이 있다고 했을까.그의 말인 즉, 이랬다.개원시장에 실손보험이 등장하면서 '돈'이 되기 시작했고, 의사들의 수입 격차를 벌려놓으면서 계산에 밝은 일부 의사들이 개원시장에 뛰어들었다. 또 일부 병원장들은 실손보험을 적극 활용했다.이처럼 실손보험이 '돈이 되는 의료'를 추구하는 환경을 구축하는데 역할을 하면서 결국 실손보험에 혜택과 거리가 먼 내·외·산·소 흔히 필수의료 영역의 의사들은 소외되기 시작했고 결국 극심한 의사 부족으로 이어졌다.과거라면 그 자리를 지켰을 의사들이 실손보험 그늘 아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하면서 정작 필수의료에는 의사가 부족해지기 시작한 것이다.실제로 10여년 전, 빅5병원에서 소위 잘나가는(?) 교수들의 사직이 있었다. 환자도 많고 인기도 좋았던 그 교수는 개원을 위해 어렵게 유지해왔던 의대교수직을 내려놨다. 당시만 해도 병원계가 신선한 충격이었다.의대교수는 명예와 부를 함께 거머쥘 수 있기 때문에 그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경우가 흔치 않았다. 게다가 빅5병원 교수라는 점에서 의아해했다.하지만 그 당시 이미 대학과 개원 및 봉직의 시장에서는 임금 격차가 벌어지고 있었고, 시장 흐름을 재빠르게 읽어낸 교수들은 그 시장에 몸을 던졌다.실손보험의 나비효과는 현재도 진행형이다. 최근 몇년 새 수술장에서 마취를 하던 교수들은 개원시장으로 빠르게 흡수됐다. 대학병원에서 중증·난치성 환자를 진료하던 정형외과, 안과 등 인기과 교수들도 이동을 시작한 지 오래다.그 시장에 돈이 돌면서 의사를 유치하려는 병원들 사이에서 경쟁적으로 급여 인상이 나타났다. 반대로 필수의료를 지키려는 의사는 줄면서 울며겨자먹기로 필수의료 분야 의사들의 급여도 높아졌다.앞서 빅5병원 보직 교수가 실손보험을 손질하지 않고서는 현재의 문제를 풀 수 없다고 얘기한 것도 이 같은 이유다. 필수의료 분야 의사가 부족해진 것도, 의사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인상된 것도 그 배경에는 '실손'이 있었다.이 같은 의료환경에서 무작정 의사를 늘리는 게 해답일까. 정작 물은 다른 곳에서 줄줄 새고 있는데 막힌 하수구만 계속 틀어 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정부는 고령화 시대 의사부족을 이유로 의대증원을 강행하면서 최근 6~7개월 사이 의료는 빠르게 붕괴 중이다. 일부는 의대 증원이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가 입 모아 말하는 필수의료 분야 의사 부족의 '진짜' 원인부터 들춰봐야하지 않을까.
2024-08-26 05:00:00기자수첩

MZ세대 전공의를 위한 변명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가 좀처럼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사실 이렇게 장기화될 것이란 예상을 누구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전공의들마저도.훌훌 떠났다. 미련이 없다는 것처럼. 오히려 사표를 블러핑 카드로 봤던 정부가 적잖이 당황했다. 화물연대 파업에서 유효했던 업무개시명령이 그들에겐 먹히지 않았다. 진료유지명령, 사직서수리금지명령, 계약포기금지명령과 같은 각종 '명령'이 유독 그들에게선 작동하지 않았다.그런 까닭에 이번 사태만큼은 '세대론'이 유효한 관점으로 종종 거론된다. 그들의 반항적인 행태를 MZ라는 키워드로 읽지 않으면 도저히 해석할 수 없다는 것. MZ세대는 명분보다 실리를 따진다느니 하는 그런 해석들 말이다.비슷한 현상을 저출산 문제에서도 봤다. 저출산 현상을 MZ세대의 개인주의적 성향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이러한 MZ세대론의 문법으로 사안을 읽으려는 시도가 본질을 놓치는 오독일 수 있다는 것.저출산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경제적 불안정, 육아 및 교육비 부담, 주거 문제 등 구조적인 요소에서 기인한다. 즉 살아야 한다는 생존 본능이 재생산 본능을 앞선 결과다. 이를 MZ세대의 개인주의나 자아실현 욕구로 단순화하는 것은 정확한 진단을 방해한다.마찬가지다. 의-정 갈등에서 나타난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은 MZ세대의 특징이라기보다는, 의료계의 구조적 문제와 불합리한 제도에 대한 정당한 반발로 보는 시각이 더 합리적이다.건강보험제도가 그간 원가의 70%만 지급하고도 지금껏 작동했던 기본 원리는 의사들의 희생에 기반했다. 그런 까닭에 전공의를 값싼 인력으로 전락시킨 과도한 업무와 열악한 근무 환경도 세계적인 제도라며 생색내기 바빴던 정부는 애써 모른척 해왔다.밑지는 장사가 영속할 순 없다. 저수가에 허덕이고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에서도 패가망신하는 구조적인 문제가 현재의 필수의료 기피/포기 현상을 낳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집단 사직은 단순한 반항이 아니라, 생존과 직결된 문제에 대한 절박한 대응이라고 봐야 한다.의대 교육에 대한 국가 보조, 전폭적인 장학금 지급, 전공의들에 대한 지원 등 국가가 의사를 키워내는 시스템에서야 '명령빨'도 먹힌다. 해결되지 않는 구조적인 문제들은 외면한채 "돈 벌려고 의사했냐"는 쌍팔년도식 담론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선배들의 삶을 지켜봤던 전공의들의 생존 본능이 그런 가스라이팅으로는 억누를 수 없을만큼 커졌기 때문이다.부도 수표를 남발하듯 밑지는 장사를 강요하면 시스템은 언젠가 붕괴된다. 전공의들에겐 부채의식이 없다. 필수의료 붕괴와 전공의들의 사직 사태는 언젠간 터질 일이었다. 전공의들이 떠나는 건 특정 세대의 특성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이자 의료계 전체가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한 반응이다. 의대 증원이라는 기폭제가 우연히 MZ세대에서 터졌을 뿐.정확한 진단이 있어야 적절한 처방이 나온다. 전공의들이 기존 세대와 다르게 행동했다고 해서 이를 MZ세대의 특성으로 치부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오도하는 꼰대식 사고다. 우는 이유를 모르는데 우는 아이에게 사탕 하나 주면 모든 게 해결된다는 세계관으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사실은 "내 탓"이라는 걸 인정하기 두려워 애써 외면하려는.
2024-08-19 05:00:00기자수첩

임상현장 기대‧과제 공존 '방사성 의약품'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미사일처럼 암세포를 찾아가 사멸시키는 '방사성 의약품'방사성 의약품은 방사성동위원소를 포함한 화합물을 인체에 투여해 질병의 치료는 물론, 진단도 수행하는 분야다. 방사성동위원소는 종류에 따라 진단용과 치료용으로 분류되며, 방사성 동위원소와 결합한 의약품은 방사성동위원소를 질병의 부위까지 안내하는 가이드 역할을 하게 된다. 차세대 항암제로 부상 중인 항체-약물접합체(ADC)와 구조적 유사성을 지녔다. 이 가운데 국내 임상현장에서의 방사성 의약품 활용도가 최근 커지고 있다. 노바티스가 각각 2018년, 2022년 허가받은 '루타테라'(SSRT 양성 신경내분비종양)와 '플루빅토'(전이성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의 활용도가 주목받고 있는 것.전자인 루타테라의 경우 2022년 3월 급여 적용된 가운데 최근까지 급여기준 상 설정됐던 치료 횟수 제한 규정이 문제가 되면서 급여확대 필요성이 제기된 치료제다. 이에 따라 심평원은 암질환심의위원회 논의를 거쳐 허가범위 초고 추가 투여가 가능하도록 규정을 손보기로 했다.후자인 전립선암 치료제 플루빅토는 지난 5월 국내 허가되면서 국내 임상현장에서 '신약'으로 평가받는 치료제다.서울아산병원에서 오는 8월 말 비급여로 첫 환자가 투여될 예정인 가운데 벌써부터 임상현장에서는 플루빅토 치료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적지 않다.  문제는 치료제 활용을 위한 제한점도 분명하다는 것이다. 일단 플루빅토를 의료기관이 도입하기 위해서는 전립선암 전용 PSMA PET-CT를 보유하고, 조제 및 품질 관리, 환자 투여 별도 공간 마련이 필수적이다. 참고로 현재 PSMA PET-CT를 도입해 검사가 가능한 곳은 국내 초대형병원을 포함해 전국 15개 의료기관이다. 동시에 치료제의 가격이다. 플루빅토는 6주 간격으로 총 6회까지 정맥 투여하는데, 임상현장에서는 회당 투여하는 데에만 비급여로 3천만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고가 치료제 허가 시 환자 진입장벽 완화를 위해 할 수 있는 환자프로그램 운영도 쉽지 않다. 환자 치료 시 이태리 등에서 생산, 운송해서 환자에게 투여되는 터라 제약사가 부담해야 할 금액이 적지 않은 것이 주된 이유다. 당연히 환자 입장에서는 고가 치료제인 플루빅토가 하루 빨리 급여로 적용되기 만을 바랄 수밖에 없을 터.하지만 현재 급여제도 체계 상 플루빅토가 빠르게 급여코스를 타기는 어렵다는 것이 제약업계의 중론이다. 상대적으로 대체약제가 존재한다는 점이 급여 적용상에서 더 어렵게 흘러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마련한 혁신신약 가치 보상방안 적용 대상이 될 수 있을지도 두고 봐야 할 일이다.  결국 글로벌 시장에서 블록버스터 치료제로 국내에도 허가됐지만 환자는 오롯이 실손 의료보험에만 기대하며 치료제 투여를 기대해야 하는 상황이 되풀이될 조짐이다.
2024-08-12 05:00:00기자수첩

반년만에 사라지는 신약들 소비자는 왜 침묵하나

[메디칼타임즈=이인복 기자]"불과 몇 달전만 해도 괜찮냐고 물어보더니 이제는 아예 물어보지도 않아요. 한국 자체를 손절한거에요. 당분간 신약, 신기술 이런건 우리나라에서 구경 못한다고 봐아죠."서울의 한 대형병원 교수가 조심스럽게 털어놓은 말이다.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 임상 연구로 손꼽히는 그이지만 그의 연구 다이어리에는 공란이 늘어가고 있다.이른바 의료 대란이 시작된지 반년. 임상 인프라 붕괴에 대한 목소리는 이미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일단 환자가 없어졌다. 흔히 말하는 빅5병원을 필두로 수술 건수가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은 이제 비밀스러운 일이 아니다. 외래 환자도 마찬가지다.하지만 교수들은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 국내 의학계를 이끌고 있는 석학 교수들도 예외는 없다. 외래부터 입원환자까지 관리는 다 교수의 몫이다. 당직은 이제 생활이 됐다.이러한 변화는 기업들이 먼저 눈치를 챘다. 연구를 진행해야 할 교수는 당직을 서고 있고 신규로 모집할 환자는 사라졌다. 말 그대로 인프라의 붕괴다.이미 진행하고 있는 임상시험도 줄줄이 연기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속이 탈 수 밖에 없는 일이다.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는 다국적 임상이 한국때문에 늦어지는 것을 언제까지 두고 볼 수는 없다.더 큰 문제는 연속성이다. 교수들이 가슴속에 사직서를 품고 다닌다는 것을 기업이 모를리가 없다.일부 대학병원들은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이미 공식화하고 있다. 임상을 맡겼다가 교수도, 병원도 없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은 과한 것이 아니다.그렇기에 이들은 탈 한국을 공식화하고 있다. 이른바 패싱이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한국 시장의 위상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리스크 관리가 안되는 시장에 돈을 부을 수는 없다.이는 비단 신약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실제로 한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은 아태 지역 최초 런칭 국가로 우리나라를 정하고 1년 넘게 이를 준비했지만 과감히 이를 포기했다. 런칭해봐야 살 수 있는 대학병원이 없다는 판단에서다.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이른바 프리미엄 의료기기 출시를 줄줄이 미루거나 없던 일로 하고 있다. 대신에 중저가 의료기기를 줄줄이 들여오고 있다. 명품을 철수하고 중저가 브랜드를 밀어넣고 있는 셈이다.그러나 이를 지적하거나 우려하는 목소리는 없다. 당장 말 그대로 신상을 구할 길이 없어지고 있는데 그 어떤 시민단체도, 환자단체도 이 문제를 지적하지 않는다.이제 우리나라 환자들은 다시 그 명품을 사러 해외로 나가야 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불과 20여년전만 해도 그랬다. 미국으로 일본으로 새로 나온 약을 찾아, 신기술을 찾아 떠났었다.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데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침묵은 동조다. 적극적으로 권리를 지키지 않는 사람에게 그 권리는 사치다.
2024-08-05 05:30:00기자수첩

불안감 조성인가 안전불감증인가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의과대학의 발전을 위해 교육부 청문회 요청에 관한 청원'이 성립 요건인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서 국회 교육위원회로 회부될 예정이다.지난 24일 열린 교육위 전체회의에서 야당 의원들 역시 그 필요성을 제기한 만큼, 실제 교육부 청문회가 열릴 가능성이 커졌다.이 청원은 대입정책 시행계획 사전 예고제 원칙을 지키지 않은 대학별 의대 정원 배정 결과와 이를 결정한 의대 증원 배정심사위원회 회의록의 부재를 비판하고 있다.또 의대생 휴학금지 명령 근거와 의대 증원 예산 계획을 요구하는 한편,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이사회 구성 변경 및 평가 기준 심의 등 압박을 지적했다.이 같은 청원이 등장하게 된 배경 중 "의평원이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는 교육부 발언이 주목할 만하다. 의대 증원이 의학 교육의 질을 저하한다는 의평원 주장을 겨냥한 언급이다.교육부는 이 같은 의평원 주장이 근거 없다는 입장인데, 의대 증원에도 의학 교육의 질이 유지될 것이라는 근거 역시 부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흔히 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으로 기초 설계 및 공사를 꼽고는 한다. 구조물이 아무리 튼튼하다고 해도, 지반이 그 하중을 이를 버틸 수 없다면 대참사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는 건물의 규모가 커질수록 더욱 중요해진다.이를 의료에 비교해보자면 의학 교육은 건물의 지반을 다지는 과정일 것이다. 우리나라가 의료 사용량이 가장 많은 국가 중 하나인 것을 고려하면 그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이런 상황을 보면 의평원의 우려가 괜한 불안감 조성일지 물음표가 찍힌다. 현 상태에서 의대 증원 정책이 추진되면 기존 의대 정원 3000명, 늘어난 정원 1500명, 유급된 의대생 3000명 등 7000~8000명의 의대생이 한 번에 교육받아야 할 수 있다.의대 교육 과정을 평가·인증하는 의평원의 역할을 고려하면 의학 교육의 질 저하를 우려하고 상응하는 대책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설계 변경으로 건물의 하중이 2배 이상 늘어난다면 그만큼 지반을 다져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의대 정원을 늘린 대학들이 인증에서 탈락할 것을 우려해 의평원 이사진을 교체하고 평가 기준을 완화하겠다는 것은, 허가 절차를 무시하고 건물을 짓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이렇게 지어진 건물이 과연 안전할까?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적받아야 할 것은 의평원이 불안감 조성일지, 교육부의 안전불감증일지 국회 판단이 이뤄지길 희망한다.
2024-07-29 05:00:00기자수첩

의료개혁, 정부는 무엇을 얻었습니까?

[메디칼타임즈=임수민 기자]정부는 19일 수련병원에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 7648명의 사직처리를 완료했다. 이로써 전공의들은 더 이상 근로자 신분이 아니게 돼 단체행동이 마무리됐다.지난 5개월 동안 지지부진하게 이어지던 정부와 전공의의 갈등이 일차적으로 막을 내린 셈.정부는 의대증원 발표 초기 전공의들이 정책에 반대하며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하자, 즉시 수련병원에 사직서수리금지명령을 내리며 복귀를 종용했다.단체행동 일환으로 제출한 사직서는 '진의'가 아니기 때문에 수리할 수 없다는 것이 정부 주장이었다.하지만 전공의 90% 이상은 이러한 정부 입장에도 사직서를 제출하고 하나둘 병원을 떠났다. 이후 이들은 전공의 복귀를 위한 온갖 회유책에도 돌아오지 않았다.결국 복지부는 전공의 복지를 위한 마지막 출구전략으로 기존 입장을 포기하고 각 수련병원에 전공의 사직서 수리를 허용했다.그 과정 중 전공의에게 내렸던 진료유지명령과 업무개시명령 등 온갖 행정명령 또한 철회해 전공의 책임을 지워줬다.전공의 복귀를 명목으로 정부가 반드시 지켜야 하는 '형평성'의 원칙까지 포기한 것이다.일각에서는 정부가 원칙을 지키지 못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복지부는 '의료계 비상경영 안정화'를 최우선으로 삼고 정책을 추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한 마디로 입장을 정리했다.하지만 정부의 번복이 이어질수록 의료계의 시선은 한 층 더 싸늘해지는 모습이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교수는 "정부가 의대증원 초기에 했던 발언 중 지금까지 이어지는 것이 몇 가지나 있느냐"며 "계속해서 입장을 180도 변경하는데 누가 정부의 말을 믿고 복귀하겠느냐"고 지적했다.현재 정부의 가장 큰 시련 중 하나는 의료계뿐 아니라 국민들에게까지 정책에 대한 신뢰도를 잃은 것이다.이러한 회유책에도 전공의들은 여전히 복귀를 거부하며 의료계 비상경영을 안정화하지도 못했다.결국, 전공의 집단행동이 일차적으로 막을 내린 시점에 정부는 신뢰도를 잃고 의료계를 정상화하지도 못한 것이다.정부는 오는 9월 시작되는 하반기 전공의 수련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다. 하지만 지금 이상태로 보아선 하반기 수련에도 돌아올 가능성은 높지 않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보면서 전공의들이 생각보다 깊은 마음의 상처를 받았음을 알았을 것이다.  또 설익은 제도나 사탕발림같은 제도로도 더이상 통하지 않는 다는 것도 확인했다. 그렇다면 남은 전략에는 대한민국 의료에 전공의가 필요하다는 절실한 마음과 그들을 달래줄 수 있는 정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수년간 수련의료 시스템은 가동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2024-07-22 05:00:00기자수첩

장기화 되는 의-정 갈등, 산업계 우려만 커져가

[메디칼타임즈=허성규 기자]의대 정원 증원으로 시작된 의-정 갈등이 봉합되지 못하면서 의료계 파업 등도 장기화 되고 있다.전공의 사직으로 영향을 받은 주요 병원의 수술 및 입원 환자의 축소에 따라 이와 관련한 환자의 피해는 물론 관련 산업계에도 그 여파가 미치고 있다.수술과 입원 환자의 영향을 크게 받는 의료기기 등에서의 어려움은 점차 심화 되고 있으며, 제약산업계 역시 우려가 커지고 있다.특히 이런 상황은 임상 등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정부가 이야기 했던 제약바이오 강국, 제약산업 육성에서 점차 멀어지고 있다.의료기기업체는 물론 제약사들 역시 2분기부터 떨어지는 실적에 대한 우려와 걱정은 점차 커지고 있다.매출 외에도 산업계는 임상 진행에도 점차 어려움을 느끼며 한숨이 늘어나는 상황이다.실제로 최근 수술 환자 축소로 임상 재평가 대상자 모집이 어려워지면서 기간이 1년간 연장된 사례도 나왔다.현재는 아직 사례가 확대되지 않았지만, 임상 재평가 등에도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 파악되며 제약업계의 부담감이 가중되는 것.문제는 국내 상황 뿐만이 아니라는 점이다.의료계 파업 등이 장기화 되면서 신약 임상을 꾸준히 진행해왔던 상급종합병원 등의 임상 3상 등 신약 개발을 위한 시험 역시 축소되고 있다.지난해까지만 해도 국내 임상시험은 점차 확대되면서 아시아 내 주요 임상시험의 메카로 여겨졌었다.하지만 의-정 갈등이 장기화 되면서 신약 임상시험에서 국내가 점차 배제되는 것.이처럼 글로벌 임상시험에서 후순위로 밀리면서, 임상시험의 축소는 물론, 이후 이어질 신약 허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생기고 있다.특히 한번 잃어버린 신뢰는 다시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의료대란 장기화에 임상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결국 의-정 갈등이 빠르게 봉합되지 않는다면, 제약업계의 어려움은 물론, 그동안 쌓아올린 신뢰까지 잃을 수 있는 상황이다.이같은 의-정 갈등이 언제쯤 봉합될지는 알 수 없지만, 빠른 해결이 필요하다는 점은 분명하다.이는 그 시간이 길어질수록 의료계는 물론 관련 산업계의 피해는 커지고, 이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2024-07-15 05:00:00기자수첩

정부는 어쩌다 '양아치'가 됐나

[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전공의들이랑 한마디 상의도 없이 자기들끼리 쉬쉬하면서 밀어 부치면 되겠어? 그게 양아치가 아니고 뭐야! 그러니까 전공의들이 안 돌아가는 게 아니겠어?"최근 탄 택시에서 기사가 한 말이다. 그는 '양아치'라는 표현까지 써가면서 정부의 의대증원 행보에 대한 비난을 이어갔다.  택시기사는 여론의 바로미터라는 말이 있다. 택시기사의 말에 따르면 이번 의대증원은 정부의 막무가내식 정책 추진으로 말미암은 사태로 귀결됐다.처음부터 여론이 의료계 편은 아니었다. 전공의 집단 사직 이후인 지난 4월, 택시를 탔을 당시 만난 택시기사는 "전공의들 필요 없다. 외국의사 수입하면 된다. 의사들 기득권 내려놓을 때 됐다"면서 전공의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당시만해도 비난의 화살은 의사를 향했다. 좀처럼 달라질 것 같지 않았던 여론이 청문회 이후 180도 달라졌다.복지부 장, 차관은 얼마전 청문회에서 2000명 의대증원에 앞서 의료계와 협의 없이 추진했다는 국회의원들의 추궁에 답변하지 못했다. 의대증원을 과학적 근거 없이 무리하게 밀어 부쳤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됐다.이를 지켜본 국민들은 정부의 행보에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바라보기 시작했다.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교육부도 마찬가지다. 지난 4일 교육부 오석환 차관은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 안덕선 원장이 우려를 제기한 의대증원시 교육의 질 저하에 대해 반박하며 사실상 경고의 메시지를 남겼다.의평원장의 우려는 단순히 한국 의대 교수의 사견이 아니라 국제인증평가기구로부터 인증받은 기관장의 전문가적 견해다. 정부는 이 같은 사실을 전혀 인정하지 않으려는 듯하다.사실 의과대학 정원을 무리하게 늘리면 의학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점에 대해서는 각 의과대학 교수 협의회는 물론 의료계가 수차례 문제를 제기했던 부분이다.그럼에도 교육부는 협의 시간을 갖기는 커녕 '백년지대계'가 무색하게도 2025학년도 의과대학 정원을 무리하게 추진했다. 심지어 의료계 내부에서도 "무조건 증원을 반대하는 게 아니다. 과학적 근거를 갖고 정원을 협의하자"는 메시지를 던졌음에도 눈 감고, 귀 닫고 정책을 추진했다.지금 교육부의 행보는 의평원이 의과대학 평가에서 의학교육 질이 떨어진 대학에 낙제점을 줄 수 없도록 압박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정부의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정책을 추진하기에 앞서 이해관계자인 의료단체 등과 수시로 협의하고 소통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정책은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심지어 협의를 위한 자리에서조차 상명하달식 정책을 던지기 일쑤다.과거 정부 측과 긴밀하게 소통하던 의료계 인사들은 "정부가 달라졌다"고 입을 모은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의료도 교육도 백년지대계다. 지금 '키'를 잘못 잡으면 100년이 흔들린다. 지금 바로 잡지 않으면 국민적 비난의 화살이 어디를 향할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2024-07-08 05:30:00기자수첩

의-정 갈등과 상명하복의 낡은 전통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의사들이 의대 정원 확대를 비롯한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발하며 집단 휴진에 나섰습니다. 대형병원이나 응급실 등 필수 의료인력은 파업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파업 장기화도 우려되고 있습니다." -2020년 8월최근 대한의학회 학술대회를 취재하면서 흥미로운 관점을 봤다. 아젠다만 변할뿐 의-정 갈등이 주기적으로 반복된다는 점에서 이는 결코 '아젠다'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한창 시끄러웠던 2020년 당시에도 현재에 벌어지고 있는 의사총궐기대회, 집단휴진, 파업과 같은 갈등 구조가 반복됐다. 심지어 의대 증원을 둘러싼 마찰이라는 시나리오까지 판박이다.모두 '국민을 위해서'라는 그럴싸한 명분을 내걸었지만, 시계를 돌려봐도 언제나 시작과 끝이 비슷했다.2000년 의약분업 사태를 둘러싼 의사들의 대규모 파업과 2014년 원격의료·의료민영화에 대한 의료계의 집단 파업뿐이 아니다. 2010년도 쌍벌제 도입에서도 의료계는 파업 카드를 선언하며 배수진을 친 바 있다.정부가 안을 제시하면 의료계는 의료 질 저하, 환자 피해 우려, 협의 부족을 이유로 반대하고 나섰다. 논의의 주제만 바뀌었을 뿐 '정부의 정책 결정→강행 예고→의사들의 반발→파업'이라는 프로세스는 언제나 견고하게 작동했다.이와 관련 의학회 학술대회 강연자로 나선 서경화 보건학 박사는 의-정 갈등의 문제를 거버넌스의 관점으로 접근했다.문제의 핵심은 정책 결정 과정과 적용 방식에 있고, 근거자료에 대한 합의에 있는 만큼 '문제 인식→방법 모색→방법 비교 검토→방법 선택과 실행→사후 평가'로 이뤄지는 합리적인 의사결정 도구, 즉 거버넌스가 필요하다는 것.세상이 0과 1의 이분법적으로 나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서로 자신만의 근거가 정설이라고 주장하는 대신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방법론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협력과 양보의 미덕을 보이자는 설명이다.지속 가능한 의료정책은 그 정책의 수행 주체인 의사들의 협력과 공감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런 까닭에 답을 정해놓고 요식행위로 공청회나 협의체를 구성하는 대신 정책 결정 과정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협의하는 구조 확립이 시급하다는 판단이 든다.미래 정책의 필요성과 목적을 명확히 설명하고, 의료계의 의견을 반영하는 공식협의체를 만들거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포럼과 워크숍을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것은 정책의 투명성을 높이고 공감을 이끌어내는 '착한 구조'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구조는 단순한 정책의 성공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신뢰와 협력의 강화로 이어진다.사회가 고도화될 수록 구성원들간 이해관계는 다원화되고 복잡하게 얽힌다. 갈등의 반복과 재현이라는 고리를 끊기 위해선 "까라면 까"와 같은 상명하복 강요 대신 저마다의 의견을 수렴, 합의해 나가는 상향식 협의의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상대방 찍어내리기 = 승리'라는 공식은 낡았다. 상명하복의 전통도 낡긴 마찬가지. 이제는 바꿀 때가 됐다. 아니 좀 늦었다. 각자 '국민을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그 조바심의 근원을. 그 맹목적인 반대의 목적을. 치적을 위한 졸속 행정이라거나 밥그릇 지키기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를.  이제는 바꿀 때다.
2024-07-01 05:00:00기자수첩

로비큐아와 브루킨사에 쏠린 눈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최근 주요 항암제들의 급여 확대가 다시금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급여확대와 함께 주요 신약에 적용됐던 '위험분담제' 해지에 따른 '일반등재' 전환 여부가 관심사가 된 것이다.   주요 대상이 된 약물을 꼽는다면 화이자제약의 ALK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로비큐아(롤라티닙)와 베이진 혈액암 치료제 '브루킨사'(자누브루티닙)다.두 치료제의 공통점은 보험당국 측에 위험분담제 해지에 따른 일반등재 전환 신청을 했다는 것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브루킨사가 1차 치료 급여확대 성공한 후 위험분담제 해지 신청을, 로비큐아는 1차 치료 급여확대와 함께 동시에 이를 추진하고 있다. 참고로 브루킨사는 올해 6월부터 외투세포림프종(MCL, mantle cell lymphoma)과 만성림프구성백혈병(CLL, chronic lymphocytic leukemia) 또는 소림프구성림프종 (SLL, small lymphocytic lymphoma) 치료에 건강 보험 급여가 확대됐다.이 과정에서 브루킨사는 경제성 평가를 받아 실제 청구액이 사전 설정한 연간 예상 청구액 총액을 초과하는 경우 청구액 초과분의 일정비율을 분담하는 '총액제한형' 위험분담제 계약을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맺었다. 급여확대 후 건보공단에 해지 신청을 했다는 뜻이다.반면, 로비큐아는 최근 급여확대를 추진했지만 건보공단과의 최종 약가협상에서 결렬, 다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급여확대를 재신청한 상태다. 최종 약가협상 단계에서 급여확대가 물거품 됐지만 심평원서부터의 전체 계약 과정이 '소멸'됐다고 판단, 다시 약재급여평가위원회 논의부터 시작하는 셈이다.화이자는 급여 확대 절차가 진행 중이었던 지난 1월 로비큐아의 일반등재 전환 신청을 제출한 상태다. 현재 로비큐아는 환급형, 총액제한형 위험분담제 계약을 맺은 상태다.특히 경제성평가 면제 약제로 급여로 적용됐던 만큼 설정된 총액을 초과한다면 100%를 환급해야 한다.즉 브루킨사와 로비큐아 모두 급여확대 성공 혹은 추진에 따라 활용량 증가를 고려 일반등재를 추진하고 있다는 공통분모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이 같은 급여확대 성공 혹은 추진 속 일반등재 전환 추진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5년짜리 위험분담제 계약이라는 점에서 이를 중도에 해지해 주기에는 정부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다른 위험분담제 약제를 보유한 제약사들도 덩달아 일반등재 신청을 건보공단에 줄지어 신청할 수 있다는 점이 주된 이유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일부 제약사는 약가협상 과정에서 로펌에 해당사안을 문의하며 주판알을 튕기며 손익계산을 하지 않았을까.어찌됐든 브루킨사와 로비큐아의 일반등재 전환 여부가 정부의 위험분담제 운영의 있어 제약사 간의 줄다리기 과정에서 전환점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2024-06-24 05:00:00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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