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시지바이오를 둘러싼 인수합병(M&A) 논의가 한창이다. 당초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IMM프라이빗에쿼티(PE)와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직전 단계까지 갔으나 세부 조건에 대한 이견으로 협상이 최종 결렬된 이후, 현재는 미국계 PEF인 TA어소시에이츠가 새로운 우선협상대상자로 낙점돼 물밑에서 재협상이 진행 중이다.
이달 말 매각의 최종 향방을 가를 만료시한이 다가오는 가운데, 이번 거래는 단순히 개별 기업의 주인이 바뀌는 차원을 넘어 한국 의료산업의 체질 개선을 판가름할 시험대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인수전을 바라보는 안팎의 시선은 확연히 갈린다. 국내 자본 시장과 일부 투자업계는 시지바이오가 지닌 안정적인 에스테틱(뷰티) 포트폴리오와 탄탄한 현금 창출력(캐시카우)에 여전히 높은 점수를 준다. 뷰티 사업 부문은 상대적으로 빠른 시일에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글로벌 빅파마나 대형 헬스케어 펀드가 주목하는 '블록버스터 혁신'의 잣대와는 거리가 있다.
반면, 글로벌 무대와 해외 투자자들의 시선은 골 대체제 '노보시스(Novosis)'를 비롯한 정형외과 및 첨단 재생의료 파이프라인의 차별성과 글로벌 확장성에 전적으로 쏠려 있다.
실제로 노보시스는 이미 세계 무대에서 확실한 방점을 찍어왔다. 글로벌 리더인 존슨앤드존슨(J&J) 메드테크 등과 손잡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주요국은 물론, 최근 북미 및 호주 시장까지 독점 유통 및 사업화 계약을 확장하며 글로벌 영토를 넓혀가고 있다. 세계 두 번째이자 국내 최초로 개발된 골형성 단백질(rhBMP-2) 탑재 골대체제인 노보시스는, 전 세계에서 수십만 건 이상의 수술에 쓰이며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해왔다.
단순한 미용 목적의 제품군과는 차원이 다른, 글로벌 빅파마가 먼저 알아보는 파이프라인의 저력을 증명해낸 셈이다.
그럼에도 국내 자본과 글로벌 자본이 산업을 바라보는 시각과 호흡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한국 의료기기 및 바이오 산업은 상대적으로 내수 중심의 단기 성과에 치중하는 경향이 짙은 반면, 글로벌 무대에서는 차별화된 원천 기술을 바탕으로 한 중장기적 연구개발(R&D)과 전 세계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긴 호흡이 필수적이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요구하는 높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뷰티 사업의 수익성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J&J와의 협력으로 입증된 노보시스처럼 명확한 차별성을 지닌 혁신 파이프라인을 세계적 스탠더드로 키워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결국 국내 PE와의 협상 결렬을 딛고 물밑에서 이어지는 이번 글로벌 PEF와의 재협상 과정에서 도출될 최종 결과물은 시지바이오를 넘어 국내 의료기기 및 바이오 산업 전체의 미래를 가르는 변수다. 자칫 단기적인 자금 회수나 실적 압박만을 좇는 방향으로 딜이 매듭지어질 경우, 기업의 장기 성장 잠재력과 기술 개발 동력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
반면, 기술의 본질적 가치를 인정하고 글로벌 네트워크와 장기 투자를 담보하는 결과물로 이어진다면, 이번 M&A는 K-메디컬이 아시아의 틈새 시장을 넘어 세계 시장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8월 말경 판가름 날 이번 매각 재협상은 단기적인 거래 성과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혁신 신약과 첨단 의료기기를 외치면서도 정작 자본의 논리 앞에서는 쏠쏠한 뷰티 사업의 캐시카우에만 눈이 멀어 있는 것이 우리 제약 및 의료산업, 자본시장의 자화상이자 현주소다. 우수한 원천 기술을 품은 국내 바이오 기업이 자금력의 한계와 단기 압박을 극복하고 진정한 글로벌 리더로 거듭날지, 아니면 기존의 틀에 머물지 판가름할 중요한 분기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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