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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 ‘입원 인정’이 왜 이렇게 까다로워졌나?

오승준 변호사(BHSN 대표)
발행날짜: 2026-02-09 05:00:00 업데이트: 2026-02-09 08:48:01

오승준 변호사(BHSN 대표)

실손보험 ‘입원 인정’이 왜 이렇게 까다로워졌나: 판례 기준 변화

실손보험 입원 분쟁, 왜 같은 수술인데 누구는 받고 누구는 못 받을까

왜 입원 치료가 계속 문제되는가

[메디칼타임즈=오승준 변호사]민간 실손의료보험에서 ‘입원치료’로 인정되느냐, 아니면 ‘통원치료’로 보느냐는 보험금 액수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다. 입원치료로 인정되면 수술비와 치료비의 상당 부분이 보상되지만, 입원으로 인정되지 않으면 통원 한도(통상 1일 약 20~30만 원) 내에서만 지급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수술비가 1,000만 원이라면, 입원치료로 인정될 경우 보험사가 약 800만~900만 원을 지급할 수 있다. 반대로 입원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통원의료비 한도 내에서 20~30만 원 정도만 받게 된다. 이처럼 보상 격차가 크다 보니, 어떤 치료가 ‘실질적인 입원치료’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보험사와 가입자 사이의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

법원이 말하는 입원

의료인들은 의학적 관점에서, 교과서적 기준과 평균적인 임상의의 판단에 비추어 입원 요건을 충족한다면 ‘입원 치료’로 인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입원이 ‘요양급여’나 ‘보험금’과 결부되는 순간, ‘입원’은 더 이상 순수한 의학적 개념에 머물지 않는다. 그때부터는 법률적 관점에서 다시 정의되고, 사후적으로 재평가된다.

대법원은 “환자의 상태가 통원을 감당할 수 없는 경우나 감염의 위험이 있는 경우 등에 환자가 병원 내에 체류하면서 치료를 받는 것으로서, 6시간 이상 입원실에 체류하면서 의료진의 관찰 및 관리 아래 치료를 받는 것을 의미하나, 입원실 체류시간만을 기준으로 입원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고, 환자의 증상, 진단 및 치료 내용과 경위, 환자들의 행동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8도4665 판결).”라고 판시한다.

즉 의사가 입원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해서 곧바로 인정되는 것이 아니다. 법원은 환자의 증상, 진단 및 치료의 내용과 경위, 치료 과정에서의 환자 행동 등 여러 사정을 묶어, ‘실질적으로 입원 치료였는지’를 사후적으로 다시 따져 본다.

보험 약관이 말하는 입원

심지어 실손보험 약관에서 말하는 ‘입원’은, 조금은 결이 다르다. 상품과 판매 시기에 따라 문구는 조금씩 다르지만, 통상 약관에는 “인정되는 의료기관에 입실하여 계속하여 6시간 이상 체류하면서 의사의 관찰 및 관리 하에 치료를 받는 경우”와 같은 표현이 들어간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약관 해석은 대개 더 엄격하게 작동한다. 단순히 6시간 이상 체류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의무기록상 수술 과정에서 특별한 문제가 발생했거나, 수술 직후 의사의 구체적인 처치·관리(예컨대 지속적 관찰, 추가 처치, 위험 징후 대응 등)가 실제로 이루어졌다는 점이 드러나야 ‘실질적인 입원치료 필요성’이 입증된다고 보는 식이다. 결국 같은 ‘입원’이라는 단어를 쓰면서도, 약관이 요구하는 입증의 문턱은 한 단계 더 높아지는 셈이다.

더구나 보험사가 내부 기준에 따라 이미 ‘부지급’으로 분류해 둔 항목에 대해서는 심사 문턱이 한층 더 높아진다. 이 경우에는 아무리 합리적인 의학적 근거를 제시하더라도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결론이 좀처럼 바뀌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결국 이 지점에서 의사와 환자는 함께 좌절감을 느끼게 된다.

백내장 수술 분쟁 – 입원치료 인정 기준의 판례 변화

최근 몇 년 사이 백내장 수술은 실손보험 손실의 주범으로 지목될 정도로 보험금 청구가 폭증했고, 그에 따라 관련 분쟁도 사회적 이슈로 번졌다. 다수의 안과 의사들은 업계에서 통용되는 의료적 판단에 따라 백내장 환자를 수술 전 검사부터 수술, 수술 후 경과관찰까지 포함해 몇 시간씩 의료기관에 체류시키는 방식으로 진료해 왔다.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 보험사들이 백내장 수술의 ‘입원’ 청구를 대거 거절하거나 지급을 축소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소송이 연이어 제기되었다.

이 분쟁에서 법원은 초기에는 비교적 환자 측의 손을 들어주는 흐름이 있었다. 상당수 재판부는 “환자가 수술 전 검사, 수술 및 수술 후 경과관찰 등을 위해 6시간 이상 의료기관에 머물렀다면 입원치료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판단했던 것이다. 그러나 2022년 1월, 특정 항소심 재판부가 “백내장 수술은 일반적으로 6시간 이상의 의료진 관찰·관리가 필요하지 않으므로 항상 입원치료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는 취지로 판시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후로는 “특별한 부작용이나 합병증이 없는 한 백내장 수술은 입원 필요성이 높지 않다”는 판단이 점차 주류를 이루기 시작했다.

‘6시간 체류’는 필요조건처럼 취급되기도 하지만, 결국 쟁점은 체류시간 자체가 아니라 실질적인 관찰·관리의 필요성과 그 내용이 있었는지에 있다. 적어도 백내장 수술에 있어서는 “잠재적 위험이 있어 입원했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하고, 의무기록상 수술 중 특별한 문제가 발생했거나 수술 직후 의사의 구체적인 처치·관리(추가 처치, 위험 징후에 대한 대응, 집중 관찰 등)가 실제로 이루어진 사정이 확인되어야 ‘실질적 입원치료 필요성’이 입증된다는 쪽으로 정리되는 흐름이다.

타 진료과목의 분쟁으로 확산

의료인들 입장에서는 “이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인가” 싶을 수 있다. 합병증이나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해 입원을 시키는 것인데, 정작 합병증이 없으면 입원치료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말로 들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금도 이 판결 취지를 납득하지 못한 채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 이 흐름은 안과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예컨대 무릎 골관절염의 BMAC 주사(자가 골수 유래 세포 치료 등)와 관련해서도, 보험사들은 이를 건강보험 비급여 주사치료라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보류하거나 거절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일부 ‘새 실손보험’(3~4세대)에서는 해당 특약에 가입한 경우에만 보상되는 등, 보상 대상과 한도가 꾸준히 축소되는 흐름도 이어지고 있다. 그 와중에 기존 백내장 판결 논리를 그대로 차용한 하급심 판결까지 등장하면서, 판례 취지가 다른 진료영역으로 ‘확대’되는 수준을 넘어 ‘왜곡’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하지정맥류 수술도 마찬가지다. 다리 정맥의 혈류 역류를 교정하는 수술로 레이저 폐쇄술이나 고주파 열치료술 등이 널리 시행되는데, 일부 보험사들은 이 역시 “대부분 당일 수술 후 몇 시간 관찰이면 충분하다”는 논리로 입원치료 여부를 다투고 있다. 아직은 소액사건 등을 중심으로 입원치료가 부정된 사례들이 보이기 시작한 단계이지만, 백내장 사태처럼 대규모 분쟁으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현실적으로 제기된다.

예컨대 한 환자는 수면마취 하에 하지정맥류 경화요법 및 정맥 절제술 등을 받았고, 마취 영향으로 일정 시간 의식이 명확하지 않고 보행이 어려운 상태였다. 의료진은 이에 따라 입원실에서 호흡과 활력징후를 관리하며, 배뇨 및 보행 회복 여부를 관찰했다. 필요한 경과관찰과 처치를 마친 뒤 퇴원까지 이뤄졌지만, 보험사는 사후에 “의무기록에 부작용 발생 기록이 없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합병증이 실제로 없었으니 입원치료는 불필요했다”는, 백내장 판결의 논리를 그대로 끌어온 셈이다.

우스갯소리로는, 앞으로는 심장수술을 받은 환자조차 “합병증이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입원보험금이 거절되는 세상이 오는 것 아니냐는 자조 섞인 농담까지 나온다.

의사들이 분노하는 이유

이 지점에서 의료인들은 의구심과 분노를 느낀다. “치료 결과가 좋으면 보험금은 못 받고, 오히려 합병증이 있어야 보험금을 준다는 말이냐”는 반문이다. 합병증을 막기 위해 입원시키고, 그 예방이 성공해 아무 일도 없었던 사실이 도리어 ‘입원 필요성 부재’의 근거로 되돌아오는 순간, 의료 현장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역설이 발생한다. 그리고 이 역설은 보험사와 의료인, 환자 사이에 서로의 언어가 통하지 않는 깊은 골을 만든다.

원칙만 놓고 보면 간단하다. 의사는 의학적 판단에 따라 입원시켜 치료하면 되고, 보험사는 약관과 법적 기준에 따라 지급 여부를 심사하면 된다. 그러나 실손보험은 국민건강보험의 사각지대를 보완하며 의료비 부담을 상당 부분 흡수해 온 제도다. 의료 현장과 ‘연결된’ 제도인 만큼, 이를 두고 “각자 기준대로 각자 할 일만 하자”는 식으로 정리하기에는 현실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환자가 보험금 지급 거절을 호소하면 의료인은 상세한 소견서를 작성해 주거나 보험사에 이의제기를 시도하기도 한다. 하지만 분쟁이 일정 단계 이상으로 ‘굳어지면’, 의사가 어떤 근거와 의견을 내더라도 대화가 통하지 않는 듯한 벽을 마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의료기관이 준비할 것: 의무기록의 쟁점형 설계

특정 환자에게 입원이 필요했는지에 관한 1차적 기준은 원칙적으로 의사의 의학적 판단이어야 한다. 그럼에도 백내장 분쟁처럼 “수술 후 입원을 통한 경과관찰이 필요하다”는 의학적 판단이 널리 공유되었음에도, 사후적으로 법적 잣대에 따라 “입원치료로 보기 어렵다”는 결론이 내려지는 경우가 현실적으로 존재한다. 의료인 입장에서는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다만 분쟁이 ‘입원 필요성’과 ‘실질적 관찰·관리’의 존재로 수렴하는 이상, 의료기관이 준비해야 할 지점도 결국 의무기록으로 귀결된다. 핵심은 입원 결정의 이유를 환자 개별 사정으로 구체화하고, 입원 중 실제로 무엇을 관찰·관리했는지를 빠짐없이 남기는 것이다.

첫째, 입원 결정 사유를 환자 개인의 위험요인으로 특정해 기록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고령, 항응고제 복용, 수면마취·진정 과정에서의 문제, 당뇨·고혈압 등 기왕증, 동반질환, 수술 난이도나 수술 중 특이소견 등 “이 환자에게는 왜 입원이 필요했는지”가 한 문장으로 설명되도록 정리되어야 한다.

둘째, 회복실·입원실에서의 관찰 항목과 결과를 체계적으로 남겨야 한다. 활력징후, 의식 수준, 통증·오심, 출혈·부종, 보행 가능 여부처럼 통상적 관찰 항목을 누락 없이 기록하고, 투약과 처치 내용은 사소해 보이는 것이라도 빠뜨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별도의 입·퇴원 기록지(또는 경과관찰 기록지)는 사실상 필수에 가깝다.

셋째, 환자에게 제공한 ‘안내’도 단순 주의사항 전달 수준에서 멈추면 분쟁에서 큰 설득력을 얻지 못한다. 어떤 위험을 염두에 두고 어떤 관찰·관리를 계획했는지, 의료진이 무엇을 확인하고 어떤 기준으로 다음 단계(계속 관찰/추가 처치/퇴원)를 판단하는지 등 처치·관리의 구체 내용이 환자에게 고지되었고 실제로 시행되었다는 흐름이 남아야 한다.

넷째, 퇴원은 “정해진 시간 경과 후 퇴원”처럼 보이지 않도록, 퇴원 판단의 근거를 기록으로 고정해 두는 편이 안전하다. 예컨대 증상 호전, 보행 회복, 활력징후 안정, 보호자 동반 여부, 재내원·추적관찰 계획 등을 기록하요 ‘기계적 체류’가 아니라 ‘의학적 판단에 따른 관리와 종료’였다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결국 판례의 결론에 동의하느냐와 별개로, 분쟁의 장에서는 의무기록이 곧 입원의 필요성과 실질을 증명하는 핵심 증거가 된다. 앞으로 분쟁이 확대될수록, 입원치료 인정 여부는 추상적인 주장보다 “이 환자에게 왜, 무엇을, 어떻게 했는가”를 보여주는 기록의 완성도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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