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과의사 김용진의 곤란한 비만 이야기 #1
의사 수급 문제가 연일 화제다. 그러던 중 우연히 숏폼 영상에서 한 장면이 귀에 들어왔다. 복지부 장관을 지냈고, 사회적으로도 영향력이 큰 한 작가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병원에 너무 의지하지 마세요. 병원은 사람을 건강하게 만들지 못해요. 병원은 병이 나기 전 상태로 사람을 돌리는 게 병원이 할 수 있는 최대치거든요.”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는 없다. 하지만 동시에, 전반적으로는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도 있다. 병원은 ‘건강을 만들어주는 곳’이라기보다, ‘병이 생긴 뒤 찾아와 치료를 받는 곳’인 경우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의사의 역할은 그 병을 진단하고, 가장 적절한 치료를 제공해 환자를 병이 생기기 전 상태로 되돌리는 것에 가깝다.
나는 위암 수술로 외과의사 경력을 쌓아왔다. 그리고 2009년을 기점으로 비만수술을 시작해, 2019년 이후로는 비만수술을 주업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스스로도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있다. 꼭 그럴 필요가 없음에도, 위암 수술을 하는 외과의로서의 자부심과 비만수술을 하는 외과의로서의 자부심 사이에 ‘온도 차’를 느끼곤 한다. 어쩌면 혼자만의 피해의식일지도 모른다.
그 이유를 굳이 설명하자면 간단하다. 암은 생명과 직결되고, “반드시 치료해야 하는 질병”이라는 사회적 합의가 있다. 반면 비만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미용의 영역”으로 보이기 쉽다. 비만이 질병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 인식의 잔재가 현실에서 계속 작동한다.
그러다 문득 오래전 읽었던 한 문장이 떠올랐다. 대사수술의 개념을 정립한 비만대사수술의 원로, 미국 외과의사 Henry Buchwald가 약 10여 년 전 신문 기고에서 던졌던 질문이다. “장기이식 수술로 생명을 살린 환자 수가 많을까, 아니면 비만대사수술로 생명을 살린 환자 수가 많을까?” 대부분의 직관은 장기이식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그의 결론은 오히려 반대였다.
예상과 달리, 비만대사수술이 ‘살린 생명’의 숫자에서 더 크다는 주장이다. 물론 ‘살린다’의 정의는 다르다. 이식은 지금 당장의 생명을 구한다면, 비만대사수술은 장기적인 사망 위험을 낮추고 삶의 질을 회복시킨다. 하지만 그 질문이 갖는 울림은 분명했다. “이 수술이 정말로 무엇을 바꾸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기 때문이다.
위암 수술을 떠올려보자. 현재 위암의 약 70%는 내시경 절제만으로 완치가 가능해졌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상황은 달랐다. 그 시절 위암 환자 대부분은 70% 이상의 위절제를 필요로 했다. 암을 완치하기 위한 선택으로서 당연하고 옳은 일이었다. 다만 ‘치료’라는 관점에서 보면, 수술 후 환자의 삶은 그 이전과 동일하기 어렵다. 건강 상태와 삶의 질 측면에서, “치료 전보다 더 좋아졌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반면 비만대사수술은 조금 다르다.
지난 15년간 비만대사수술을 해오며 가장 자주 듣는 피드백이 있다. 환자들은 거의 같은 말을 반복한다. “좀 더 일찍 했더라면…” “길 지나가다 비만한 사람을 보면 붙잡고 알려주고 싶어요.” 이 말들이 늘 마음에 남는다. 비만은 하루아침에 생기는 병이 아니다. 오랜 시간 몸을 조금씩 무너뜨리며, 어느 순간 당뇨, 고혈압, 지방간,· 수면무호흡 같은 대사 질환을 ‘세트로’ 데려온다.
그래서 환자들이 병원을 찾는 시점은 보통 “병이 생기기 직전”이 아니라, 오랜 기간 병에 노출된 뒤인 경우가 많다. 그런 환자에게 비만대사수술은 단순히 체중을 줄이는 치료가 아니다. 많은 경우 수술은 환자를 ‘병원에 오기 직전 상태’로 돌리는 정도가 아니라, 아주 오래전의 몸으로 되돌린다. 환자 인생에서 “가장 건강했던 시절”에 가까운 상태로 다시 다가가게 만든다.
그래서 아까 그 작가의 말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병원은 병이 나기 전 상태로 돌리는 것이 최대치다.” 이 말은 맞을 수 있다. 다만 비만대사수술에서 ‘병이 나기 전’이란, 단지 과거의 어느 시점이 아니라 환자 인생에서 가장 건강했던 어떤 시절일 때가 많다. 즉, 대사질환을 치료했을 뿐 아니라 결과적으로 건강을 향상시킨다.
물론 위암수술과 비만수술을 단순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색할 수 있다. 질병의 성격도, 치료의 목적도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비만대사수술은 병원에서 이루어지는 치료 중에서도 드물게, 환자를 “병이 나기 전”으로 돌리는 것을 넘어, “더 건강한 상태로” 이끄는 경험을 자주 만든다.
그래서 나는, 조금 곤란하더라도 다시 한 번 이 말을 해보고 싶다.
비만대사수술을 하는 외과의사(Bariatric surgeon)로서,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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