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반 신약개발이 글로벌 제약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한국은 여전히 기술 검증 단계에 머물러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한국바이오협회는 15일 'AI 기반 신약개발 산업화 전략'이라는 주제의 보고서를 발간하며 이 같이 지적했다.

국내 제약사 및 바이오기업들은 최근 AI 플랫폼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JW중외제약, 대웅제약, SK바이오팜 등은 자체 AI 기반 신약개발 시스템을 운영 중이며, 신테카바이오·온코크로스·파로스아이바이오 등 AI 전문 기업도 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별다른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AI가 주도적으로 설계해 임상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낸 사례는 아직 국내에서 확인되지 않고, 대부분은 후보물질 발굴이나 데이터 분석 등 초기 연구 단계에 활용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러한 격차는 글로벌 사례와 비교하면 더욱 분명해진다. 미국과 중국에서는 AI가 신약개발의 전 과정을 이끄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인실리코 메디슨은 AI가 타깃 발굴부터 후보물질 설계까지 주도한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로 임상 2상 성과를 냈고, 중국 제약사들은 AI 플랫폼을 기반으로 수조 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기술 검증 단계에 머물러 있다. AI 모델은 있지만 이를 임상과 허가 단계까지 연결할 제도와 경험이 부족하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규제 수용성의 한계가 지목된다.
연구진은 국내에서는 AI가 도출한 결과를 임상시험계획이나 허가 자료로 어디까지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점 등을 주요 이유로 꼽았다.
인실리코 데이터는 일부 보조 자료로만 활용될 뿐, 동물실험이나 세포실험을 대체하는 공식 근거로 인정받기 어렵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AI를 활용하면서도 기존 개발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또한 미국 FDA는 AI를 활용한 심사·평가 파일럿을 운영하고, AI 모델의 활용 범위와 관리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기업이 식약처에 AI 활용 방안을 설명해야 하고 이를 어떻게 평가할지에 대한 표준은 부족한 상황이다.
데이터 문제 역시 구조적 한계로 꼽힌다. 국내 의료·임상 데이터는 기관별로 분산돼 있고, 가명정보 결합과 활용 절차도 까다롭다. 병원 데이터는 많지만, 실제 학습에 활용되는 경우는 제한적이다. 데이터 접근성이 낮다 보니 AI 모델의 성능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어렵다.
특허와 사업화 측면에서도 한계는 분명하다. 국내 기업들은 데이터 처리나 단백질 구조 예측 등 일부 분야에서 특허를 확보하고 있지만, 글로벌 특허 경쟁력은 아직 미흡하다. 미국 특허청에 등록된 핵심 특허가 적고, 기술수출보다는 공동연구나 내부 파이프라인 개발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하다.
연구진은 "한국의 AI 신약개발이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로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규제·데이터·인재·사업화가 전주기로 연결되는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진단하고 "AI 신약개발은 단기간 성과를 내기 어려운 분야인 만큼, 중장기적 관점에서 임상 진입과 규제 수용성을 함께 높이는 전략이 요구된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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