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복귀 후 한 달, 우리에게 남은 의지가 있나.
자조적인 제목이기도 하다.
인간 삶의 직선상에 가까이 붙어 일을 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보람이기도 하지만 큰 부담이기도 하다. 원칙은 건재하고 관용은 희미해져 가는 시대에, 어쩌면 전 세계적으로 전문 의료 인력이 부족(혹은 활용하지 못)한 것은 제도의 문제면서 동시에 마음의 문제겠다는 생각을 한다. 하루하루가 부담이고 책임이다.
일반적으로 한국에서의 수련은 하고 싶다는 마음과 의지의 문제라기 보단, 마치 중학교가 끝나면 고등학교에 올라가는 학생들처럼 의무나 마땅한 책임에 가깝다. 우리가 중학교에서 고등학교에 진학할 때 그 이유를 묻지 않듯, 해왔던 관성으로 전공의 과정에 들어왔던 것이다. 대단히 고된 수련과정과 부적절한 처우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을 수도 있겠다.
그래서 기존 수련제도에 대한 후향적인 평가는 더욱이 별 의미가 없다. 심리학적으로 인간은 스스로의 과거를 미화하는 방어기제를 가지고 있고 (지나고 보면 뭐든 도움이 되었다고 하지 않던가), 사회학적으로 보면 '죽은 자는 말이 없다'는 원리에 따라 결국 살아남은, 즉 그러한 수련제도에서 기막히게 적응한 일부의 이야기가 주로 들려오기 때문이다.
인간의 역사 속에서 변화와 개혁의 시작은 한 쪽 극단(Extreme)에서 시작되었다. 극단의 반작용으로써 기존 헤게모니를 가운데로 끌고 오는 과정에 합리적인 제도가 태동한다. 때로는 그것이 과해져 또 다른 극단으로 가게 된다면 다시 반대 방향의 힘이 작용하였음은 물론이다.
이러한 큰 흐름 속에서 현재 수련제도 개편에 대한 논의는 그중 아주 작은 조류라고 할 수 있겠다. 비정상의 정상화라기 보단, 어느 순간 극단에 가있던 관습과 제도를 가운데로 끌고 오는 과정에 가깝다.
2015년 12월 전공의법의 제정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 전공의 노조가 새로 만들어지고 전공의법 개정안이 통과된 것도 그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신호이다.
하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전공의법 시행 이후에도 전공의가 체감하는 수련환경 변화는 그리 크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실에서 지켜지지 않았던 규칙, 법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배열의 부재, 수평위 등 소통 구조의 문제에 대해 개인, 단위별 병원, 그리고 중앙 단체 모두의 관심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금번에도 별 성과가 없이 마무리된다면, 안타깝지만, 어쩌면 필자가 생각하는 것보단 우리의 수련제도가 그리 극단에 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조금은 먼 길을 가야 할 테다.
사실 우리에게 여력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떤 일도 의지 하나로 되는 것은 아니나, 그렇다고 남은 의지를 쓰지 않는 것도 아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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