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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기피한 투석 확진자 치료한 박관태 교수 "즐겼다"

이창진
발행날짜: 2021-06-09 05:45:56

몽골 국립의대 안식년에 박애병원 자원…수도권 환자 진료·수술 전담
방호복 착용 의료현장 맹활약 "의사 도움 필요한 곳 가는 게 마땅"

인공신장실 폐쇄와 감염 우려로 대학병원과 전담병원조차 코로나19 투석 확진환자를 기피한 상황에서 수도권 투석 확진환자를 전담하며 치료한 의사가 있어 화제이다.

주인공은 몽골지역 선교활동과 의료봉사를 거쳐 몽골 국립의대 외과 교수로 재직 중인 박관태 교수이다.

몽골 국립의대 박관태 외과 교수.
몽골 국립의대 박관태 외과 교수는 지난해 11월 안식년으로 잠시 고국을 방문해 고향인 평택에 머물던 중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에 따른 의사협회 의료인력 파견 모집에 자원했다.

지난 1월부터 6월 현재까지 코로나19 거점 전담병원인 평택 박애병원에서 투석 확진환자 치료에 전념하고 있다.

그의 스토리는 일반 의사와 사뭇 다르다.

박관태 교수(1970년생)는 고려의대를 나와(1996년 졸업) 고려대 안암병원 전공의 수련과 서울아산병원 전임의 그리고 고려대 안암병원 외과 임상 부교수 등을 역임한 이식과 혈관수술 분야 촉망받는 외과 전문의.

선교사에 뜻이 있던 박 교수는 코이카(KOICA, 한국국제협력단)를 통해 2001년부터 2005년까지 몽골에서 선교활동과 의료봉사를 하면서 몽골 국립의대 의사에게 복강경 수술을 전수했다.

국내 복귀 후 고려의대와 몽골 간 의료진 파견 프로젝트에 지원해 몽골 현지에서 1년 계약 종료 후 몽골 국립의대 외과 교수로 제2인생을 시작했다.

박 교수는 안식년 중 전담병원인 박애병원에 자원해 중증 투석 확진자 치료와 수술을 전담했다. 박 교수(오른쪽) 수술 집도 모습.
다년간 현지 생활로 몽골어 회회가 가능한 박관태 교수는 단순한 술기 전수보다 몽골 의사 양성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교수 임용 절차를 거쳐 몽골 국립의대 외과 교수로 임명됐다. 몽골 국립의대 교수들도 그의 교수 임용에 환영의 뜻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몽골은 사회주의 국가로 국립의대 교수의 한 달 급여가 300~400달러에 불과하다.

박 교수는 의대 강의와 진료를 병행하면서 2016년 몽골 시민을 위해 기부자들의 도움을 받아 아가페 기독병원을 현지에 설립하고 교수와 민간병원 병원장 업무를 동시에 했다.

■안암병원 부교수에서 선교활동 인연 몽골 국립의대 외과 교수 임명

그가 평택 박애병원에서 투석 확진환자를 전담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아가페 기독병원의 특화된 투석 치료와 수술을 수년 간 지속한 경험에서 비롯됐다.

박관태 교수는 "코로나 사태로 미국 안식년 계획이 연기돼 고향인 평택에서 쉬고 있던 중 의사협회에서 확진환자 치료를 위한 파견의료진 공고를 보고 지원해 평택 박애병원으로 배치됐다"며 "중증 투석환자 치료와 수술은 저에게 잘 맞는 옷이고, 지난해 대구 사태를 보고 도움이 필요한 곳에 가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지원 배경을 설명했다.

전담병원인 박애병원 의료진도 투석 확진환자 치료에 부담을 느꼈다.

초기 비대면진료 얘기가 나왔으나 박 교수는 방호복을 입고 투석환자가 있는 인공신장실로 뛰어 들었다.

박관태 교수는 "몽골 투석환자 진료를 한 경험에서 방호복을 입고 현장에 들어가 진료했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심정이었다. 임상 논문에서 방호복 감염은 거의 없고, 착·탈의 과정만 주의하면 된다는 생각에 두려움 없이 투석환자 곁으로 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박관태 교수가 몽골 현지에 설립한 아가페 기독병원 모습. 몽골 특성을 반영해 투석 치료와 호스피스 등을 특화했다.
그의 활약으로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 투석 확진환자들이 박애병원으로 이송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조차(이하 중수본) 박애병원의 투석 확진환자 수용성에 놀라움을 표했다. 그는 공교롭게도 중수본에서 거점 전담병원을 담당하는 이중규 과장(보험급여과장)과 고려의대 동기동창이다.

박 교수는 "투석환자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혈전 발생이다. 이식과 혈관 수술 경험을 토대로 혈전이 발생하면 곧바로 수술을 통해 막힌 혈관을 치료했다"며 "제가 갖고 있는 술기를 마음껏 발휘할 수 있어 한편으론 재미있었다"고 숨 가빴던 올해 초 상황을 회상했다.

수도권 투석 확진환자가 밀려오면서 하루 30명 환자까지 감당하며 쪽잠을 자며 24시간 치료에 매진했다.

■복지부도 놀란 박관태 교수 활약 “하루 30명 수도권 투석환자 치료”

박애병원 인공신장실이 12병상을 것을 감안하면 오전과 오후 인공투석기를 풀가동한 셈이다.

박관태 교수는 "올해 1~2월 투석 확진환자들이 정신없이 밀려왔다. 6월 현재까지 얼마나 많은 환자를 진료했는지 정확히 모르겠다. 투석환자는 바이러스 배출이 느리다는 특징을 지녀 통상 한달 정도 치료해야 한다"며 "투석 확진환자 중 혈관 수술과 동정맥류 수술, 혈액 투석관 수술 등 30여명의 수술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수술 과정에서 피를 뒤집어쓰는 경우도 있다. 수술에 참여한 의료진 모두 방호복을 입고 경험이 쌓이면서 자신감을 얻어 잘 협조에 줬다"며 박애병원 의료진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박 교수가 진료과정에서 느낀 점은 무엇일까.

그는 "가장 안타까운 부분은 투석 확진환자 유족들이 임종을 지켜보지 못한 점이다. 화상 면회만 가능했다. 투석환자는 일반 환자에 비해 치사율이 훨씬 높다. 환자 보호자들이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심정이 착잡했다"고 전했다.

이어 "코로나 환자 최 선전에 있으면서 치료한 투석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들을 때 보람을 느꼈다. 정부의 시설과 장비 지원으로 진료에 전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올해초 비대면진료 알림에도 불구하고 방호복 착용하고 투석환차를 치료했다. 박애병원 인공신장실 방호복 착용한 박관태 교수 모습.
박 교수는 "몽골 의대 교수인 저는 행복한 의사였다. 의료수가와 수입은 생각 안하고 교과서적 진료만 학생들에게 강의하고 진료했다"고 전하고 "한국 동료 의사들에게 미안하다"고 겸손함을 피력했다.

박관태 교수는 "한국 선·후배 의사들은 저수가 상황에서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박애병원에 파견된 의사 중에는 자신의 병원 문을 닫고 정부의 파견 수당을 받는 게 오히려 낫다는 고충을 토로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한국 개원 의사는 직원 급여와 임대료를 걱정하는 소상공인과 같다"고 말했다.

■“의사들 눈물 나게 하는 의료구조…한국 의사들 행복했으면”

그는 "대학병원 교수인 후배 의사들도 당직을 서고, 진료 수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상황을 보면서 적게 먹고 행복하게 사는 삶을 되돌아보게 됐다"고 덧붙였다.

한국 의료의 치부 중 하나인 젊은 의사들의 외과계 기피현상과 관련 정부에 쓴 소리를 했다.

박관태 교수는 "수가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해결책은 역시 수가다. 문제점을 파고들면 저수가 문제에 봉착한다"면서 "외과 전문의들이 간판을 내리고 미용과 성형에 집중하는 현상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결국 정부가 문제의 단초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6월 9일 박애병원 파견 근무를 마치고 오는 11일 의사 동료인 아내 정수경 산부인과 전문의(고려의대 1996년 졸업)와 함께 안식년을 위해 미국으로 출발할 예정이다.

박관태 교수는 끝으로 "박애병원에 근무한 지난 6개월 기쁘고 보람 있었다"면서 "한국 의사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한국 의사들을 눈물 나게 하는 현행 의료구조 개선은 필요하다. 의사들도 행복을 찾기 위해 '덕업일체'가 됐으면 한다. 덕질과 업(의료업)이 하나가 되면 행복할 수 있다"며 동료 의사들의 행복을 기원했다.

한편, 대한신장학회는 박관태 교수의 공백에 따른 박애병원 투석 확진환자 치료를 위해 분당서울대병원과 보라매병원을 중심으로 신장내과 전문의 파견 의사를 공모 중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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