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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이 바라본 비급여 진료비 강제 공개 '근시안'

최윤갑
발행날짜: 2021-05-31 05:45:50

최윤갑 학생(가천의대 예과 2학년)


의료계는 매분 매초 핫 이슈를 쏟아낸다. 이것들을 쓸어 내고 잘 처리하기 위해서 의사들은 발표되는 정책들에 귀 기울여야 한다. 지난 해 12월 31일, 보건복지부는 '비급여관리 혁신, 국민중심 의료보장 실현 「건강보험 비급여관리강화 종합대책」 수립'을 발표했다. 갑작스러운 발표가 아닌, 사전에 예고된 발표였다. 모든 국민이 필요한 비급여를 적정 비용으로, 안전하게, 합리적으로 선택해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비급여의 급여화와 함께 남는 비급여에 대한 관리를 통한 실질적인 보장성 강화 효과 달성을 목표로 한다.

해당 발표가 있은 후엔 거센 후폭풍이 일어났다. 대한개원의협의회와 대한치과의사협회가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등 의료계 전반에서 비급여 관리 정책에 대한 강력한 반대 및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어 전국 16개 시도의사회장들도 지난달 성명서를 내고 정부 정책을 강력하게 비판하면서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이례적으로 의사협회와 한의사협회가 같은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우선 「건강보험 비급여관리강화 종합대책」의 어떤 부분이 어떤 문제점이 있기에 의료계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는지 알아보자.

「건강보험 비급여관리강화 종합대책」은 목표 달성을 위해 ▲합리적인 비급여 이용 촉진 ▲적정 비급여 공급기반 마련 ▲비급여 표준화 등 효율적 관리기반 구축 ▲비급여관리 거버넌스 협력 강화 등 총 4개 분야로 구분하여 추진 방안을 제시했다.

4가지의 분야 중 첫 번째 분야인 '합리적인 비급여 이용 촉진'은 의료소비자, 즉 국민의 측면에서 추진 방안이다. 해당 분야의 세 가지의 추진과제를 나열하자면 ①비급여 진료비용 정보공개 확대, ②비급여 진료 사전설명제도 도입, ③ 진료비 계산서•영수증 발급개선. 등이 있다. 여기서 중요하게 보아야 하는 것은 ①과 ②다.

기존의 의료법 제 45조(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고지)에 따르면 '의료기관 개설자는 「국민건강보험법」 제41조제4항에 따라 요양급여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사항 또는 「의료급여법」 제7조제3항에 따라 의료급여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사항의 비용(이하 '비급여 진료비용'을 환자 또는 환자의 보호자가 쉽게 알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고지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이번 발표에 따르면, 병원급 이상의 비급여 가격정보 공개를 의원급에도 적용하고 공개 항목도 확대된다. 또한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종사자로서 의료기관 개설자가 지정한 자가 환자에게 '비급여 진료비 공개 대상 항목(21년 615개) + 환자 요청 비급여(선택)'를 설명하도록 한다. 정리하자면 의원에 새로운 의무가 부과되고 의원으로선 당혹스러운 내용들이 추가된 것이다.

문제점은 우선 직업선택의 자유가 침해당한다. 헌법 제15조에 의한 직업선택의 자유는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좁은 의미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그가 선택한 직업을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자유롭게 수행할 수 있는 직업수행의 자유(영업의 자유)를 포함하는 직업의 자유를 뜻한다. 따라서 비급여 설명을 의사는 자유롭게 행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해당 개정법안이 시행되면 헌법에서 보장하는 자유를 침해하게 된다. 또한 정책의 필요성과 유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모든 의료기관은 이미 의료법에 따라 비급여 진료비용을 원내나 홈페이지 고지하고 있다. 환자의 상태나 치료방식, 경과 등에 따라 의료기관별로 비급여 진료비가 다르게 책정될 수밖에 없는데도 이 같은 의료현실은 고려하지 않은 채 단순하게 가격만 비교하는 형태의 비급여 자료 공개 강제화는 의료의 질을 낮추고 국민의 의료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킬 수 있다.

고질적인 의료정책의 문제점도 여전히 남아있다. 정책 설정과 실행에있어 전문성에 대한 의문이 들고 정부의 사뭇 독단적인 의료정책 제정 및 실시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환자•소비자 단체, 의료계 등 각계의 자문과 지속적인 의견수렴을 진행하였으며, 기존의 비급여 관리 관련 제도를 개선하면서, 현장에서 도움이 될 관리방안을 마련하고자 노력했다'고 한다.

의료 정책을 정함에 있어 의료계 당사자들과 의료 소비자들의 의견이 반영되어야 하는 것은 자명한 일이기에 환자•소비자 단체에 자문을 구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이런 단체가 과연 정치적 올바름을 바탕으로 환자와 소비자의 의견을 대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또 이 같은 말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정부의 자칭 대화와 열린 태도에도 '내로남불'이 만연했다. 정부는 일전의 공공의대 사태에서도 간호사, 의사의 분쟁을 유발하는 발언을 하고 대화를 요구하는 의료계를 외면하는 등 '열린 태도'라고 보기에는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보여왔다. 비단 공공의대 사태에서뿐만 아니라 이때까지 의료정책에서 정부가 보여준 태도를 정부가 바꾸지 않는다면, 의료계와 정부 간의 불화는 더욱 깊어져만 갈 것이다.

'모든 국민이 필요한 비급여를 적정 비용으로, 안전하게, 합리적으로 선택하여 이용'이라는 정책의 목표는 절대 틀린 것이 아니다. 의료선진국가로서 발돋움하기 위하여,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하여, 한국의 의료 정책은 많은 변화에 맞설 것이다. 허나 그런 변화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우선적으로 해결해야할 과제들이 남아 있다.

소위 기피과라 불리는 외과 계열,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에 대한 처우 개선, 공공의료 활성화 및 지역 간 의료 격차 해소,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등등. 생각만으로 다소 답답해지는 위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선 뚜렷한 해결방식은 아직 나오지 않는 것 같다. 해결방식은 잘 모르겠지만, 아직 부족한 나의 시각으로 볼 때, 해결방식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의료계는 좀 더 고도의 협상기술을 사용해야 할 것이다.

공공의대 사태에서도 의료계가 보여준 협상의 기술은 처참하기 그지 없었다. 일각에서는 '공부만 하느라 협상을 할 줄 모르는 바보가 의사들이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한편 정부에서는 국가 미래를 위하여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할 지 심사숙고하는 태도를 배워야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병원 운영은 커녕 실습도 돌아보지 못한 예과 2학년이 쓴 글이다. 나의 글이 독자에게 어떤 생각을 심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 모든 생각을 존중한다는 말로 끝맺음을 하려 한다. 서툴고 투박한 글 읽어 주어서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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