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장영양제 공급 정상화…병‧의원 현장은 불안 여전
문성호 기자 (news@medicaltimes.com)
기사입력 : 2021-05-1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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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진‧JW중외 생산 품목이 독점…시장 팽창 속 매출 효자 노릇
  • |공급중단 사태 기억하는 의료현장 "독점 시장 다변화 모색해야"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 수술 환자에게 직접 영양분을 주입하는 '경장영양제'가 재공급되고 있는 가운데, 독점적 시장 구조 또한 또다시 재현될 조짐이다.

의료현장에서는 과거 독점 구조로 인한 공급 중단 사태를 기억하며 언제 또 다시 발생할 수 있는 구조적 문제인 만큼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한 대학병원 중환자실 모습이다. 직접 음식섭취가 어려운 중환자를 대상으로 경장영양제 처방이 주로 이뤄지고 있다.
8일 제약업계와 의료계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부터 병‧의원 공급이 일시 중단됐던 주요 제약사의 경장영양제가 수급이 정상화되며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병‧의원 경장영양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품목은 영진약품의 '하모닐란'과 JW중외제약의 '엔커버' 2종이다.

2010년대 초반까지 일반의약품으로 엔슈어(한국애보트)가 있었지만, 일본 후쿠시마 지진에 따른 공급문제가 발생해 국내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현재까지 2종 독점 체제가 유지되고 있다.

하모닐란과 엔커버는 각각 경우 영진약품이 독일 비브라운, JW중외제약이 일본 오츠카제약으로부터 도입한 품목들이다.

이중 2019년 5월 JW중외제약의 엔커버가 허가변경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공급이 중단되면서 일선 의료현장은 큰 혼란을 겪은 바 있다.

두 품목이 시장을 독점하는 상황에서 엔커버에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자 덩달아 남은 품목인 하모닐란 마저 공급 문제가 발생했던 것이다.

하지만 2020년 2월 JW중외제약이 다시 엔커버를 공급하면서 병‧의원 공급은 다시 안정화에 접어든 상태다. 특히 최근에는 안정화를 넘어 시장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의약품 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2019년 엔커버가 공급중단이 벌어진 후 지난해까지 경장영양제 시장은 하모닐란이 주도했다. 2020년 한 해에만 하모닐란의 처방액은 228억원으로 74억을 기록한 엔커버를 압도했다.

2019년 전‧후로 나눠 두 품목이 주도권을 나눠가며 독점 시장을 양분하며 경쟁하고 있는 셈이다.

자료출처 : 의약품 조사기관 유비스트
이 가운데 올해 엔커버의 공급이 정상궤도에 오르면서 경쟁은 더 치열해진 모습이다. 올해 1분기로만 봤을 때 하모닐란은 56억원, 엔커버는 29억원의 처방액을 기록했는데, 지난해 같은 분기 대비로 보면 엔커버의 처방액이 3배 넘게 폭증했다.

반면, 엔커버의 공급 정상화로 하모닐란의 처방액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조금 감소했다.

그러나 전체적인 경장영양제 시장 면에서 봤을 때는 두 독점품목의 정상 공급으로 인해 시장은 더 커졌다고 볼 수 있다.

JW중외제약 관계자 "엔커버 허가 변경 이후 정상공급이 이어지고 있다"며 "지난해에는 회사의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정상 공급을 위해 노력해온 만큼 지난번과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식품도 전문의약품도 아냐" 별도 체계 요구하는 의료현장

이 가운데 의료현장에서는 두 품목이 독점하는 구조 속에서는 언제든지 공급중단 문제가 재발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여전한 불안감을 내보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병원 교수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공급이 재개되면서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추가로 이 같은 일이 또 발생하지 말란 법은 없다"며 "두 품목 모두 국내에서 임상이 진행돼 개발돼 전문 의약품으로 지정된 것이 아니기에 생산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불안해했다.

따라서 의료현장에서는 이러한 불안 요소를 정비하기 위해 '특수의료용'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경장영양제 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JW중외제약 엔커버, 영진약품 하모닐란 제품사진이다. 의료계에서는 공급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선 독점적 시장구조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체계상으로는 새로운 경쟁 품목이 임상 3상을 거쳐 전문 의약품으로 경장영양제 시장에 들어가기란 쉽지 않은 만큼 새로운 분류 체계를 만들어 독점적 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하모닐란과 엔커버도 제조사인 해외 기업들이 해외에서 임상을 진행해 국내에 도입하면서 전문 의약품으로 분류되는 특수한 과정을 거쳤다.

실제로 의료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도 관련 내용을 논의한 바 있지만 제도화로까지는 이어지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한국정맥경장영양학회 신동우 보험위원장(한림대 동탄성심병원)은 "뇌졸중 환자 등 경장영양제를 장기로 먹어야 하는 환자는 고칼로리로 된 식품으로 공급받는 것이 환자도 이득이다. 즉 약으로 분류될 경우 환자나 정부 재정적인 면에서나 가격이 높아져 부담"이라며 "반면, 외상을 입어 단기간만 경장영양제를 먹어야 하는 환자는 식품보다는 약으로 처방받는 것이 가격 부담 측면에서 좋다. 장단점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신 보험위원장은 "결국 식품도 아니고 전문 의약품도 아닌 새로운 경장영양제 분류체계를 마련해야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가격 체계와 품질관리를 한다면 공급중단을 걱정할 필요도 없고, 다양한 제품들의 생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신 보험위원장은 "의사와 환자만이 좋은 것이 아니라 산업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며 "하나의 산업군이 형성될 수 있다는 면에서 제약사에게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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