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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파견 근무, 강릉…사소한 행복

박성우
발행날짜: 2016-06-03 05:00:45

인턴의사의 좌충우돌 생존기…박성우의 '인턴노트'[37]

사소한 행복

아무리 열심히 해도 즐기는 사람을 따라잡지 못한다고 늘 자신에게 주지시킨다. 스스로 즐겁지 못하면 벼랑 끝에서 아슬아슬하게 나아간다 해도 그 곳이 마치 평지인양 걸어가는 사람을 따라가지 못한다.

내가 인턴일 적, 프로퍼턴은 기본적인 오프마저 보장받지 못했다. 30일 풀 당직을 서야 했고 30일 내내 병원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매일 아침 6시부터 다음 날 새벽 2시까지 일하는 일정으로 인턴을 돌았다. 수술 없는 주말에는 서류 작업을 하면서 쉬었다고 생각했다.

평일에는 여러 성형 수술 스크럽을 섰다. 수술이 모두 끝나면 다시 이어지는 일정 정리, 명단 정리 그 외 선생님들이 시키는 논문 정리, 영어 번역 등을 했다. 유일하게 나갈 수 있었던 순간은 일요일 점심, 병원 근처에서 전공의 선생님이 사주는 설렁탕이나 김치찌개를 먹으러 나갈 때였다.

마지막 주 즈음, 주치의 선생님과 일을 마치고 새벽 1시에 24시간 영업하는 식당에서 조촐하게 회식을 했다. 고기와 함께 마시는 술이 무척 달았다.

주치의 선생님은 성형외과에 들어오면 100일 당직을 서야 한다고 겁을 주었다. 어차피 일이 익숙하지 않으면 당직이 아니어도 병원을 탈출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100일 당직을 서고 처음으로, 그것도 새벽에 고기를 먹으러 나오면 구차하게도 고기 한 점, 맥주 한 잔에 행복해진다고 했다. 어렴풋이 그 느낌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수술실에서 휴가를 보내니 여름이 끝났다. 9월은 다시 강릉으로 떠난다. 30일 만에 처음으로 나의 의지로 병원을 탈출하는 거라 외식도 하고 여유를 즐기다가 강릉으로 가고 싶었지만 저녁 9시까지 오라는 응급실 교수님의 전언이 전해졌다. 기대는 산산이 부서졌고 급하게 준비하여 강릉으로 떠났다.

오후 6시 반, 서울에서 빠져 나와 강릉으로 가는 고속도로 위, 30일의 감금 아닌 감금이 끝나고 지방으로 파견 가는 기분이 좋았다. 동해 바다가 보이는 강릉 아닌가. 살짝 들뜬 마음과 중요했던 성형외과 인턴을 마친 후련함이 길 뒤편의 해와 함께 지고 있었다.

[38]편으로 이어집니다.

※본문에 나오는 '서젼(surgeon, 외과의)'을 비롯한 기타 의학 용어들은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실제 에이티피컬 병원에서 사용되는 외래어 발음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이 글은 박성우 의사의 저서 '인턴노트'에서 발췌했으며 해당 도서에서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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