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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를 타고 떠난 의료한류의 꿈

발행날짜: 2015-06-04 05:38:30
시작은 낙타였다. 중동 호흡기 증후군, 즉 메르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았던 한 남자. 하지만 아무도 그에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고 이는 전국적 공포를 불러왔다.

확진 환자만 30여명. 격리 대상이 1000명이 넘어가고 있다. 3차 감염은, 대유행은 없을 것이라고 단정하던 정부는 양치기 소년이 되어 버렸다. 이제는 아무도 보건 당국을 믿지 않는다.

낙타고기를 먹지 말라는 복지부의 발표에 국민들은 실소를 보내고 있고 환자들은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방황하고 있다. 과연 이들은 누구를 믿고 따라가야 하는 것일까.

도저히 메울 수 없을 정도로 구멍이 나버린 국가 방역 체계.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따지는 것은 이제 무의미해졌다. 과연 신종플루 사태때와 무엇이 달라졌는가에 대한 의문이 남을 뿐이다.

시작부터 그랬다. 정부는 국민들의 혼란을 막겠다며 환자가 발생한 지역과 병원을 꽁꽁 숨겼다. 의사에게도 말이다. 이는 보건 당국의 첫번째 패착이다.

결국 의사들조차 알음알음으로 정보를 전할 뿐 사태를 인지하기 힘들었고 결국 수천명의 환자가 있는 대형병원으로 의심 환자를 보내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대형병원들이 모두 위험 지역이 된 이유다.

그렇게 퍼져나간 환자들은 계속해서 2차 감염자를 만들기 시작했다. 병원이라는 밀집도 높은 공간은 더할 나위 없는 전염 공간이었다.

심지어 삼성서울병원 등 외래 환자가 1만명이 넘나드는 대형병원에서 확진 환자가 나온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서울아산병원, 서울대병원 등 흔히 말하는 빅5 병원도 이미 환자가 스쳐 지나갔다.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뜼이다.

질병관리본부가 과연 무엇을 '관리'했는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그러나 정부의 대응은 여전히 안이했다. 불안해진 국민들은 자신이 알게된 조그마한 정보를 조합하며 공포를 키워갔고 이로 인해 올바르게 환자를 대처한 병원들조차 환자가 반토막이 나며 모두 쑥대밭이 나버렸다.

문제는 지금도 이러한 상황이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일선 개원가에서는 환자를 어디로 보내야 하는지 몰라 당황하고 있고 대학병원들도 환자를 받아야 하는지 혼란스럽다.

이는 3차 감염과 대유행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 결정적 단서를 제공하게 된다. 보건 당국의 두번째 패착이다.

실제로 확진 환자가 발생한지 2주가 지났지만 정부는 아직까지 국가 방역 체계를 위한 기본적인 뼈대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다. 바로 보건소와 지방의료원, 거점 국공립병원을 중심으로 하는 전달체계다.

지금도 메르스 의심환자들은 환자들은 전혀 통제되지 않은 채 이 병원 저 병원으로 나눠져 들어가고 있다. '격리'라는 기본적인 의미도 이해하지 못한 채 진행되고 있는 방역 체계의 가장 큰 구멍이다.

국가적인 사태가 발생했지만 국공립병원들은 물론, 지역 보건의 핵심인 지방의료원과 보건소는 기능 정지 상태다. 도대체 왜 혈세로 적자를 메워왔는지 묻고 싶은 대목이다.

사실 이러한 상황이 벌어지는 이유는 단순하다. 바로 보건당국에 전문가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방역 체계의 핵심인 질병관리본부에는 감염병 전문가가 전무하다. 국가 보건의료체계를 이끄는 복지부 또한 마찬가지다. 제대로된 대책이 나오기 힘든 이유다.

복지부는 오늘 메르스 진료 병원 28곳에 N95 마스크 16만개를 공급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하지만 국가적 방역 체계에 대한 체계에 대한 언급은 여전히 전무하다.

왜 이 28개 병원이 메르스를 치료하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도, 의심 환자 발생시 이동 경로도 아직 내놓지 않고 있다. 지금 과연 마스크가 중요한 상황일까.

지금도 메르스가 스쳐간 병원들은 환자수가 반토막이 나며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보상은 온데간데 없고 의심 환자를 신고하지 않으면 처벌하겠다고 윽박을 지르며 의사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

과거 신종플루를 이겨낸 것은, 사스 예방 모범국을 만든 것은 보상 방안이 미비한 상황에서도 책임감으로 진료에 나섰던 의사가 8할이었다. 지금은 의사를 협박할때가 아니라 진심으로 도움을 청할 때라는 뜻이다.

정부는 한국의 의료시스템을 신 성장동력으로 거론하며 의료수출론을 펴왔다. 실제로 우리나라 의사들의 술기는 세계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잇따른 정부의 헛발질로 지금까지 의사들이 흘려온 피와 땀, 국민들을 위해 감염 공포를 이겨가며 진료에 나선 희생정신은 국제적 망신거리가 되고 있다.

대통령까지 나서 외치던 의료한류의 꿈. 메르스 환자를 격리시키지 못한 정부는 그 꿈을 이뤄낼 의사와 병원들을 국민들로부터 '격리'시키는 중이다. 그 원대했던 꿈이 낙타와 함께 떠나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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