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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정책 취지 흐리는 씁쓸한 학습효과

발행날짜: 2015-06-01 05:38:39
최근 소아청소년과 개원가의 반대로 달빛 어린이병원 운영을 포기하는 사례가 잇따르는 것을 지켜보며 한가지 의문이 들었다.

'달빛 어린이병원이 그렇게까지 소청과 개원가에 치명적인 것일까, 소청과의사회의 주장처럼 당장 병원의 존폐를 위협할까.'

얼마 전 만난 한 소청과 의사의 얘기를 듣고 그동안의 의문이 해소됐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소청과 개원의들의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학습효과' 때문이었다.

소청과는 과거부터 단독개원이 대세였다. 그런데 어느날 공동개원으로 365일 야간진료하는 연합의원이 등장했고, 초반까지만 해도 '설마'했던 개원의들은 순식간에 환자가 빠져나가는 것을 경험해야 했다.

직접적으로 겪지 않았더라도 동료 개원의가 폐업하는 것을 목격하는 것만으로 학습이 됐다.

이 때문에 그보다 규모가 큰 달빛 어린이병원은 당연히 위협적으로 다가왔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최근 병원계에도 학습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07년부터 시행된 간호등급제가 바로 그것. 중소병원들은 간호등급제 시행 이후부터 현재까지 극심한 간호인력난을 겪고 있다.

지방은 한 병원은 환자는 많지만 간호사 인력을 구할 수 없어 병동을 축소 운영하고 있을 정도다.

여기에 정부가 6월부터 포괄간호서비스를 시행한다고 밝히자 중소병원들은 벌써부터 근심이 가득하다.

정부는 지방의 중소병원을 대상으로 건강보험을 적용, 시범수가보다 35%인상해 확대시행한다고 밝혔다.

시범사업보다 대폭 인상된 수가로 중소병원들도 반길 법 하지만 그들은 걱정이 앞섰다.

앞서 간호등급제를 시행했을 때처럼 포괄간호서비스 시행 이후 대형병원으로 간호인력 쏠림이 더욱 가속화될까 두려운 것이다.

간호등급제가 간호서비스의 질을 제고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했지만 예상과 달리 지방 중소병원 경영난에 직격탄이 됐듯이 포괄간호서비스 또한 취지와는 달리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수가 인상 효과로 시범사업에 나섰던 지방의료원 등 공공병원이 간호사 채용을 늘릴 것이고, 지역 내 대형 종합병원까지 합세한다면 중소병원의 간호사 이탈현상을 우려할 법하다.

안타까운 것은 의료계의 씁쓸한 학습효과로 인해 달빛 어린이병원, 포괄간호서비스 등 국민의 의료서비스를 크게 확대할 수 있는 의료정책 취지까지 퇴색한다는 점이다.

정책이 아무리 좋아도 병·의원들이 준비가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어야 그 효과가 극대화 될 수 있다.

정부가 한단계 진화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정책을 추진하는 것 만큼이나 이를 시행하는 의료공급자의 생태계를 돌봐야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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