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동부지법이 한의사의 IPL(Intense Pulsed Light) 시술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리면서 그 근거가 된 '황제내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황제내경> 해설판으로 발간된 책 표지
황제내경이란, 중국 고전의학서로 전국시대에 저술됐으며 한 사람에 의한 것이 아니라 수년에 걸쳐 수정 보완돼 온 것으로 알려졌다.
내용은 원시의학의 태동기부터 전해져 내려온 미신을 배제하고, 의학적 경험을 정리한 것으로 인체의 해부, 생리, 병리, 진단, 치료원칙 등 다양한 부문에서 기초이론을 제시했으며 총 9권으로 기록돼 있다.
그렇다면 중국의 고전의학서의 어떤 부분이 이번 판결에 근거가 된 것일까.
법원은 판결문에서 "황제내경의 <사기조신대론> 중 '하삼월...무염어일...동삼월...필대일광(夏三月...無厭於日...冬三月...必待日光)'이라는 구절에는 사시에 맞추어 햇빛을 두루 쬐어야 함을 언급하고 있다"며 이번 판결의 근거로 제시했다.
실제로 이 구절이 포함된 황제내경 원문을 살펴보면 '하삼월 하위번수(夏三月 此謂蕃秀) 무염어일(無厭於日) 사지무노(使志無怒) 사기득설(使氣得泄)'이라고 적혀 있다.
여름은 만물이 무성해지는 계절이니 덥더라도 밖으로 나가 활동을 하고, 화를 내지 않도록 하며, 충분히 땀을 흘리도록 하라는 뜻이다.
또 '동삼월(夏三月) 차위폐장' '수빙지기' '무요호양' '조와만기' '필대일광(必待日光)'이라고 했다.
겨울 석달은 폐장이라고 해 모든 만물을 닫고 저장하는 계절로 물도 얼게 하고 땅도 얼어서 갈라지게 만들기 때문에 양기를 동요하지 않도록 해야 하고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며 햇빛이 비칠 때를 기다려다가 일어나는 것이 좋다는 의미다.
서울동부지법은 한의사의 IPL 사용이 면허범위에 속하는가 여부는 그것이 한의학적 원리에 의한 것인지에 따라 결정해야 하는데 황제내경의 이 구절이 면허범위의 근거가 된다고 판시했다.
이와 함께 법원은 "IPL은 태양광과 유사한 제논램프에서 발산되는 빛을 집약해 인체의 피부에 간헐적으로 사용하는 의료기기로 태양광(자연광)에 가까운 복합파장이 발산된다"고 환기시켰다.
즉, 황제내경 중 햇빛에 대해 기록된 부분은 태양광에 가까운 복합파장을 이용한 IPL의 원리에 부합할 수 있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이에 대해 한의협 관계자는 "IPL도 태양빛을 근거로 개발된 것으로, 그 원리는 황제내경에서도 언급됐듯이 갑자기 나온 게 아니라 과거를 근간으로 한 것"이라며 "현대의료기기라고 해서 의사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황제내경 이외에도 한의대에서 사용하는 침구학 교재 등에서 자연광 등 빛을 경혈부위에 비춰 치료하는 방법이 제시돼 있다"며 "IPL 원리는 한의학에서도 찾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의료계는 이 부분을 지적하며 대법원 판결에서 적극 반박 입장을 제기할 예정이다.
의사협회 관계자는 "한의사들의 주장은 터무니없다"며 "한의계의 주장대로라면 한의사도 모든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얘기인데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법원이 의학적 지식이 부족해 이런 결과를 초래한 것으로 보고, 대법원 판결에서 이를 반박할 만한 자료를 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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