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전자차트, PDA 등의 병원 디지털화에 이어 환자 상태를 체크하고 수술을 도와주는 로봇이 등장한데다 심지어 낙도와 도서벽지를 포함, 전국 75%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을 자랑하는 21세기 정보화시대를 살고 있다.
의사 수 증가와 함께 대형 병원과 중소 의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인터넷 검색창에 '의료'나 '병원'등의 단어를 입력하면 수없이 많은 병의원 홈페이지와 의료관련 뉴스, 웹페이지, 카페 등이 검색되는 것을 눈으로 확인 할 수 있다.
언제가부터 '의료가 서비스'화 되면서 환자인 고객이 스스로 '병의원'을 선택할 수 있는 시대, 병원 생활 쾌적화를 위해 병원내부에 갤러리가 생기고 조각품이 전시되거나 음악회가 열리는, 환자에게 있어서도 '삶의 질'이 추구되는 시대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병원 시스템의 중심에 서있는 레지던트에게만은 21세기 정보화시대니 삶의 질, 또는 웰빙이라는 말이 '해당사항 없음'으로 적용되고 있는 듯하다.
맡게된 고정 코너 특성 상 병원에서 수련 중인 레지던트들의 삶을 접할 기회가 타 기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다.
무조건적으로 레지던트들 역성을 들고 싶은 생각이야 없지만, 쾌적하지 못한 당직실 환경과 어질러지고 어수선한 좁은 의국들을 둘러보면서 '언제 한번 지저분한 당직실 콘테스트를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에서 '제일 심각한 수련환경, 당직실을 가진 병원 선택(고발)하기 팝업창을 하나 띄워볼까?"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물론 전국 모든 병원에서 일하는 레지던트들이 업압받고 핍박받는 환경에서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있다고 소리높이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도 범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수련이라는 미명하에 이땅의 많은 젊은 의사들이 젊음을 저당잡힌 채 "수련기간은 원래 그렇죠 뭐. 내 인생이지만 제 삶을 선택할 수 있는게 아니니까요.", "4시간 자면 온 몸이 개운하고 잠 좀 잤구나 싶어요."라던지...
"결핵이요. 음 3개월 훨씬 넘었으니 뭐 전염은 안되요.", "이야 어제 오랜만에 극장갔는데 나도 인간됐구나 싶더라.", "100일 당직이면 좋죠, 2년차까지 계속 당직이에요.","원래 명절엔 집에 못가는 거죠." 등의 말을 듣게되면 안쓰럽고 '정말, 의사는 쉽게 되는게 아니구나'란 생각을 하게된다.
당연히 모든 일은 일정한 노력과 댓가를 지불해야 얻을 수 있는 것이 삶의 법칙이다.
의사라는 직업군 역시 기자라는 직종과 비슷하게도 수직적이면서도 도제적인 분위기를 가질 수 밖에 없고, 그렇게 수련을 하면서 참된 의사로 변모하는 것은 사실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련이라는 굴레나 미명하에 모든 처우나 대우에 있어 당연하게 '예전에 으레 그렇게 해왔기 때문에 너희들도 그렇게 해야해'라는 식의 논리는 받아들이고 싶지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고 싶지도 않다.
'레지던트도 아니면서 왜 자기가 흥분하고 난리래'라고 말한다면 별수 없겠지만 침대가 부족해서 수술후 지친 몸을 누일 환자 없는 병실을 찾는 전화를 걸거나, 스텝교수 몰래 숨겨둔 온열 간이침대를 꺼내는 레지던트를 보는 일은 그리 유쾌하지 않다.
인터뷰로 소개하고자 독특한 취미를 가진 의사를 찾다보니 알게 된 사실은 술을 마시는 것이 낙이자 취미인 의사들이 참 많다는 것.
실은 '레지던트가 힘들다' 보다 더 하고 싶은 이야기는 레지던트 기간이 힘들다 보니 그 의사들이 모두 악이 받쳐서 나중에 개원하면 지나간 젊음과 시간을 보상받으려 '돈에 눈이 먼 의사들을 대량 양산한다'는 현실을 지적하고 싶어서다.
어찌됐건 과를 불문하고 '이 땅의 레지던트-의사 절대 아님-가 힘들다'는 건 사실인듯 하다. (딴지 걸고 싶으면 메일로 편하고 쾌적한 수련환경 소개해 달라. 지역불문하고 모델케이스 소개 위해 당장 취재가겠다.)
차차 개선 돼 가겠지만 돈에 먼 과다경쟁 체재 극복과 진심으로 환자를 돌보고 생각하는 의사 대량양산을 위해서라도 바뀐 수련 환경과 체계를 보고싶다.
'한층 높은 삶의 질을 추구하는 00병원 레지던트, 웰빙 00의국' 짜증나더라도 이런 의국탐방기사 한 번 써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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